11월 15일에 권종석(權鍾奭)이 보낸 편지
자시(子時, 오후 11시~오전 1시) 정각(正刻)에 《정신이》 산란한 가운데 올린 편지를 이것보다 먼저 받아보셨으리라 여겨집니다. 밤사이에 군무(軍務)를 돌보며 지내시는 영감의 형편이 일이 괴롭고 힘든 뒤에도 편안하시고, 요원(僚員, 휘하의 부하)들도 모두 잘 지내는지요. 모두 그립습니다. 저는 각 진(陣)과 일제히 여기에 도착하니 날이 겨우 밝았습니다. 부내(府內)에서는 어제 비류(匪類)가 사방으로 흩어져서 도망을 하였습니다. 공격하지 않고 《적을》 격파했다고 할 만합니다. 읍내의 사람에게서 보고를 상세히 들어보니, “저들이 그저께 대구중군(大邱中軍)과 연산(連山)에서 싸웠다가 크게 패하여 이 읍의 뒤에 있는 봉수(烽燧, 봉수대)에 와서 주둔했다가 어제 오후에 차츰 해산하고 논산(論山)·경포(鏡浦)로 향해 갔다”고 하였으나 역시 상세하지 않았습니다. 대위(大尉)가 각 진(陣)과 서로 약속하고 지금 논산으로 출발을 했으나, 아직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몰라 영(營, 순무영)에 돌아가서 따라가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나 형세가 모두 얻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처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통위영(統衛營) 3중대가 여기에 오지 않았는데, 혹시 영감의 지시가 있어서 그런 것입니까? 매우 의아스러울 뿐입니다. 나머지는 이만 줄이고 편지를 올립니다.
11월 15일 시생(侍生) 권종석(權鍾奭)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