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李秉勳)이 보낸 편지
밤에 추운데 영감께서 지내시는 형편이 편안하고, 계획하여 처리해서 안정되었는지요. 오늘 행진은 정말로 진퇴(進退)가 없었는지 매우 그립습니다. 저는 어제 다시 약을 먹었으나 기침이 아직도 완쾌되지 않아 지루하게 《이어져서》 근심스럽습니다. 이것은 단지 감기 때문만이 아니라 담화(痰火)가 더 해진듯합니다. 지금 앞길이 제법 뚫렸으나 노자(路資)와 말을 아직도 마련하지 못하여 대진(大陣, 본진)의 뒤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만약 본진이 출발했다면 말을 공적으로 압류하거나 사적으로 빌리는 것은 거론할 게 아닙니다. 전주에 도착하면 반드시 《그것을》 할 수 있을 방도가 있습니다. 비록 군중(軍中)에서 빨리 구할 수 있는 말이더라도 전주에 이르러 말을 빌려도 무방합니다. 떠나기 전에 특별히 생각해주시기를 바라며 2필의 노새라도 어떠하겠습니까? 노자와 군량(軍糧)이 넉넉하지 않은 듯하나 감히 말씀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근래와 같은 사정으로는 비록 다시 수십 일을 머물러도 변통할 방법이 없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몸을 보살필 한 가지 방도도 없는데, 어떻게 백성과 군대를 다스릴 수가 있겠습니까? 송구스럽고 우습습니다. 나머지는 나아가서 만나 《말씀을》 드리기로 하고, 먼저 안부를 여쭙니다. 이만 줄입니다.
바로 그 날 이른 시간에 시생(侍生) 이병훈(李秉勳)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