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희가 보낸 편지
삼가 잠자리가 좋으시기를 바랍니다.
말씀드릴 것은, 적의 선봉이 왕촌(旺村) 등지로 물러나서 주둔하고 있는데, 먼저 그들을 몰아낸 뒤에야 판치(板峙)로 진군을 할 수가 있습니다. 죽산(竹山)의 진영은 지금 연기(燕岐)에 있다고 하는데, 반드시 여기에 들어갈 필요는 없고, 바로 행중(行中, 행군하는 진영)에 관문(關文)을 보내 대교(大橋)에서 화치진(火峙津)을 건너 마어구촌(馬於口村)에 들어가서 왕촌의 안산(案山)에 주둔하여 왕촌의 청소(靑沼)에 《있는》 적을 몰아내고 기미를 보아 갑사(甲寺)로 나가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전괴(全魁, 전봉준)는 갑사 앞에 있는 듯합니다. 이 일로(一路)의 병사를 먼저 보내는 것이 가장 좋으니 이렇게 보고하여 도모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그 날 새벽에 아우 조상희(趙相熙) 올림.
향도관(嚮導官)을 본 관아의 장청(將廳)에서 뽑고 보낼 때에 분부해서 보낸다면 직접 말할 일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