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11월 3일 명상(明翔)이 보낸 답장
주신 편지를 받고 근래에 군무(軍務)를 살피시는 영감의 형편이 편안하고 진중(陣中)의 장졸(將卒)도 두루 편하다는 것을 아니 위로가 됩니다. 더구나 이런 전쟁 중에 있어서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저는 다시 정부(政府, 의정부)의 낭관(郎官)으로 임명을 받아 2곳에 가느라 실로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하나도 실시한 것이 없어 개인적으로 두려울 따름입니다. 진천(鎭川)과 목천(木川)이 평정되고, 장수와 병졸이 명령을 집행한 것은 실제로 왕령(王靈, 선왕의 신령)이 함께 한 것이고, 원융(元戎, 대군)이 출발한 것은 엄정하고 분명한 군령(軍令)이 초래하였습니다. 어찌 사납게 날뛰는 호구(湖寇, 호서와 호남의 동학군)를 평정하는 것을 걱정하겠습니까? 힘껏 군대의 전진을 독려하고 적을 토벌할 방책을 더욱 강구하여 사민(士民)의 바람에 부응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내 고향 온양(溫陽)은 근래에 제법 평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비괴(匪魁)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염두에 두어 도모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나머지는 인편이 매우 바빠서 이만 줄이고 답장을 올립니다.
갑오년 11월 3일 요하생(僚下生, 동료) 명상(明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