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이도재(李道宰)가 보낸 편지
보내주신 편지를 받고 추운 날씨에 영감께서 군무(軍務)에 임하시는 형편이 좋으심을 아니 매우 위로가 됩니다. 저는 밤에 다시 감기가 더해져서 고통스러우니 저절로 가련해집니다. 말씀하신 일은 잘 알았습니다. 일본군과 장위영의 병사가 완부(完府, 전주)로 향하였으므로 《그들을》 소탕할 날을 기약할 수가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이곳은 미리 탐문을 하러 보낸 자가 있어 일간 헤아렸다가 남쪽으로 진군하려고 합니다. 귀하의 진영도 성채를 거두어 함께 전주에 들어가서 동서(東西)로 나뉘어 남은 비도(匪徒)를 토벌할 수 있겠습니까? 마음대로 하지 못한 탄식을 대략 들어서 알고 있으나 형세상 때와 함께 펴지 않을 수가 없으니 대국(大局, 일의 전체적인 형편)을 온전히 하는 데 힘쓰고 바다처럼 넓게 헤아리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전주에 들어가서 군량을 마련하는 일은 그 대책이 전혀 없습니다. 진중에서 거두어 남은 쌀·창·칼·탄환 등을 모두 전주 관아에 들여보내어 병사를 모아 스스로 지킬 방도를 삼도록 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성이 텅 비어서 남아있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어찌 매우 괴롭고 크게 마련해야 할 곳이 아니겠습니까? 집안의 일은 서로 간에 별 차이가 없으리라고 여겨집니다. 사방의 당보(塘報)에서 《알리는》 기별을 편한 대로 알려주어 호흡이 서로 통한 뒤에야 기미에 따라 대응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옛사람은 먼 곳의 척후(斥候)를 급한 일로 여겼습니다. 저의 어리석은 말을 기다리지 않아도 마음대로 할 수가 있기 때문에 공(功)을 이룰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군례(軍禮)에는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서 절을 하지 않고, 편지에서는 소인(小人)이라는 글자를 반드시 쓰지 않으니 헤아려주시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나머지는 이만 줄이고 답장을 올립니다.
11월 24일 기하(記下) 도재(道宰) 올림.
영감의 종숙(從叔)께서 찾아주시면 흔쾌히 다소간에 타협을 할 계획입니다.
가지고 있는 탄환이 너무 적어 올 때에 외무대신의 하교를 받아 천안(天安)에 남은 탄환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탐문해보았더니 귀하의 영(營)에 운반하여 보관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말씀을 드릴 것은, 그 중에서 10궤짝을 나누어 쓰려고 하니 이것을 이해하시고 그것을 관할하는 사람에게 지시해주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