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섭(運燮)이 보낸 편지
주신 편지를 받고 밤의 추운 날씨에 지내시는 형편이 편안하신 것을 아니 위로가 되고 다행스럽습니다. 저는 병이 조금도 차도가 없어 매우 근심스럽습니다. 부민(府民)의 호궤(犒饋, 군사들에게 음식물을 주어 대접하는 것) 단자(單子, 물품목록)는 주신대로 받아 그 물건을 교장(敎長)에게 내어 주어 고르게 배포하였고, 또한 적어서 보고할 터이니 상영(上營, 순무영)에 전해주시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어제 선달(先達, 존칭) 윤영기(尹泳夔)가 와서 처분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보고하였는데, 당사자가 지금 와서 처분을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나머지는 이만 줄이고 편지를 올립니다.
바로 아우 운섭(運燮) 올림.
순무사(巡撫使)의 집에서 보낸 편지는 조익(曺益)을 통해 보냈는데, 받아보셨습니까? 송구스러움을 견딜 수가 없을 뿐입니다.
대진(大陣, 본진)은 왕사(王師, 임금이 보낸 군대)로 지금 너희 역류(逆類)들을 토벌하려고 하는데, 너희들이 감히 귀진(貴陣)으로 부르니 너희가 반역을 모의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감히 임금의 군대에 대항하여 오만하게 유세를 하고 화심(禍心, 남을 해치려는 마음)을 감추나 더욱 가리기가 어렵다. 너희들이 혹시라도 품은 뜻이 있다면 두령(頭領) 몇 명이 진중 앞에 와서 처분을 기다리라. 지금 반역인지 아닌지의 구별은 너희들이 잘 알 것이다.
지금 감결(甘結)을 받았는데, 교도병(敎導兵)이 지나가는 곳에서는 참(站)에 나가 음식을 제공하라는 하교였습니다. 그러나 유성(儒城) 등지는 원래 동도(東徒)의 소굴이어서 관아의 하예(下隸)와 영(營)의 관속(官屬)이 감히 가까이 가지를 못하고, 공물(公物)을 완강하게 거부하여 독촉할 수가 없습니다. 근래에는 길이 끊긴데다가 일본군이 왕래하여 《묵을》 점막(店幕)과 마을의 집이 없습니다. 본대(本隊)에서 지공(支供, 음식물의 대접)을 분부한 뒤에 하기(下記)를 가져다가 납부하면 관에서 계산하여 내어주는 관례가 있으니 반드시 이것을 글로 아뢰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관례에 따라 그렇게 한 뒤에야 일에 폐단이 없으니 헤아려보시고 특별히 아뢰어 주시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감관(監官)이 탄 말이 뒤 굽을 크게 다쳐 탈 수가 없어 걸어서 밤에 저희 현(縣)에 이르렀는데, 그 형세가 빠르게 군중(軍中)에 가지 못할 듯합니다. 헤아려주시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지금 능치(陵峙)에 주둔하고 있는 영관(領官)의 보고를 보니, “비류가 우금치로 향했다”라고 합니다. 밤을 이용하여 넘어 들어온다면 어찌 낭패가 아니겠습니까?
영감께서 여기에 이르렀는데, 만약 소홀함이 있다면 어찌 걱정스럽지 않겠는가? 이진(利陣, 利仁에 있는 군대)이 온전히 돌아갔다니 기뻐할 만합니다. 부상을 입은 자는 각별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처에 허술한 데가 없으니 다행스럽습니다. 그러나 각 점막의 쉴 만한 곳에 사람을 보내 두루 알아보는 게 어떠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산위에서 밤을 새는 것이 가련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