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순이 보낸 편지
오늘도 추운데, 영감께서 피로한 중에 지내시는 형편에 손상이 없으신지요? 편안하게 앉아 있는 자는 부끄러움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오늘의 일은 전적으로 군대에 의지하여 위엄이 혁혁히 빛나는 속에서 저 쥐 같은 《적을》 쓸어버리니 어찌 이 성(省, 道를 대신하여 표현)만의 다행이겠습니까? 홍진(洪鎭, 홍주)의 보장(報狀, 상관에게 보고하는 글)을 받아 보았는데, 경병(京兵)으로 하여금 서산과 태안으로 가게 해야 합니까? 혹시 군대를 돌려 그만두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당신의》 훌륭한 계책에 달려 있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정기(情記, 정으로 기억해주는 사이라는 뜻으로 자신을 지칭) 제순(齊純, 박제순) 올림.
지금 총상(總相, 총리대신) 어른의 편지를 받았는데, 일본군 1개 중대가 아산(牙山)에서 서산과 태안으로 와서 뭍에 내리는 일은 염려가 없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