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축년 2월 29일 자식이 적소(謫所)에서 보낸 편지
국상(國喪)에 놀라움과 슬픔이 어찌 끝이 있겠습니까? 하인이 돌아간 뒤에 소식이 막히고 봄이 와서 꽃이 활짝 피니 하루를 지내는 것이 한 해가 가는듯한 괴로움이 해마다 더욱 심합니다. 이롭지 않은 얘기는 말씀을 드리지 싶지 않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이때에 지내시는 여러 형편이 어떠한지를 몰라 그립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어찌 견딜 수 있겠습니까? 서울과 지방의 소식이 막연한 지가 오래되었고 근심과 질병으로 몸을 지탱하기가 어려운데, 더욱이 강사(江舍)에서 계옥지간(桂玉之艱)이 더욱 심해지나 구제할 손길이 없으리라고 여겨집니다. 그것을 생각하나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조카딸의 혼사 날이 점점 다가오는데 언제쯤인지 모르고 모든 준비는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모르니 매우 울적합니다. 저는 여전히 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봄의 장기(瘴氣)가 비록 생기더라도 두려워할 것이 못되니 일절 생각하지 마시고 걱정하지 않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길주(吉州) 수령을 지낸 이만원(李晩遠)은 근래에 적소(謫所, 유배지)의 짝이 되었는데, 지난날의 동료로 본래 낯이 익은데다가 서씨(徐氏) 때문에 인척의 교분이 있습니다. 외진 바다에서 만나 아침저녁으로 들러 교유하는데, 형세가 그렇게 하지 않을 수가 없고 오랫동안 마주하여 비록 말이 없더라도 시간을 보낼 거리가 되기에 충분할 뿐입니다. 진예(鎭隸, 鎭營의 하인)가 만호(萬戶) 집안의 긴급한 일로 갑자기 떠나가기에 몇 자 적어 보내는데, 오히려 저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