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해년 11월 9일 자식이 보낸 편지
9월에 하인이 돌아갈 때에 보낸 편지는 언제나 받아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3달 동안 소식이 끊긴 것은 일의 형편이 그러해서이나 마음은 갈수록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겨울 기운이 비록 깊더라도 남쪽 기후가 오히려 더하지만 산골의 추위는 더욱 심하리라 여겨집니다. 이런 때에 지내시는 형편이 어떠한지를 모르니 매우 그립습니다. 큰댁과 작은댁은 모두 편안하고 무고하신지요? 새집에 창문을 하는 일이 완성되지 않아 들어가지 못했으리라 여겨지니 근심스럽습니다. 저는 여전히 병이 없고 가을보다 오히려 낫습니다. 잘 지내는 방도로 겨울에는 순무와 두부가 있어 여름의 고생에 비할 것이 아니고, 이처럼 만족한데 달리 많은 것을 어찌 구하겠습니까? 10월을 지나며 차츰 마음이 안정되었는데, 해가 바뀌니 무정한 세월을 탄식합니다. 죽은 자는 멀어졌으나 산자는 여전하고 유구한 이 세상에 한(恨)은 다할만하니 어찌 하겠습니까? 희안(希顔)은 그 사이에 혹시 서울에 갔고, 송아(松兒, 이름에 송자가 들어가는 아이)는 계속 공부를 잘합니까? 마침 지나가는 인편이 있어 간략하게 소식을 전합니다. 세세한 일은 번거롭게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다 아실 것입니다. 나머지는 이만 줄입니다.
계해(癸亥) 11월 9일 자식 제(晢)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