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十月二十八日]
아뢰기를, “계하된 전라 좌수사(全羅 左水使) 김철규(金澈圭)의 장본을 지금 보니, ‘비도들이 날뛰고 있어 이들을 토벌하려고 하나, 수영(水營)에 비축된 양곡이 없어 군량을 마련하기가 어렵습니다. 부근 고을의 각종 명목의 쌀 가운데 1천 석에 한하여 떼내어 지급해 주십시오.’라고 하였습니다. 전라좌수영은 호남의 요충에 위치하여 그 방어를 하루도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광양(光陽)의 옛 둔전(屯田)의 곡식 가운데서 재량껏 가져다 군수에 보태어 쓰고 나중에 보고하라고 분부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하여, 윤허를 받았다.
당일에 비답을 받았다.
아뢰기를, “전에 나주 목사 민종렬로 하여금 당해 진영(鎭營)의 장수들과 협동하여 관하 각 고을을 토벌하고 위무하는 방도를, 형편에 따라 처리하도록 이미 계품(啓稟)하여 행회하였습니다. 호남 비도들의 소요가 갈수록 더욱 창궐하고 있으나, 나주목은 줄곧 굳게 지키면서 우뚝하게 버팀돌이 되고 있다고 하니 듣기에 너무나 가상합니다. 홍주 목사의 예에 따라 나주 목사 민종렬을 호남 초토사로 임명하여 호남 우도(右道) 각 고을을 지휘하도록 하여, 오로지 비도들을 토벌하는 일에 전념하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하여, 윤허를 받았다.
당일에 비답을 받았다.
아뢰기를, “지금 경상 감사 조병호가 올린 장계의 등보를 보니, ‘무기를 잃어버린 선산 부사(善山 府使)·상주 영장(尙州 營將)·곤양 군수(昆陽 郡守)·독용 별장(禿用 別將)을 담당 관서에서 아뢰어 처리하도록 하여주십시오.’라고 하였습니다. 지금 전투가 한창 진행 중이므로 처벌을 하는 여러 날 동안 업무를 방치하게 되는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산 부사 윤우식(尹雨式)·상주 영장 민치완(閔致琓)·곤양 군수 송휘로(宋徽老)·독용 별장 민치원(閔致源)을 모두 특별히 죄를 지닌 채 업무를 보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하여, 윤허를 받았다.
당일에 비답을 받았다.
아뢰기를, “전에 영남의 진휼 물자를 탁지아문에서 방법을 강구하여 배로 운반하도록 행회하였습니다. 지금 경상도 관찰사의 장본을 보니, ‘농사가 거듭 흉년이 들고 백성들의 힘이 고갈되어 실제로 공납(公納)을 독촉하기 어렵습니다. 다음번에 진휼하는 정사를 베풀 적에 전혀 대책이 없으므로 위의 진휼 물자를 속히 떼내서 지급하도록 묘당에서 품지하도록 분부해 주십시오.’라고 하였습니다. 4년 동안 참혹한 흉년이 들어 민심이 흉흉하므로, 백성들을 보살피는 방도를 조금도 늦출 수 없습니다. 그러나 본도의 작황이 비록 큰 흉년이라고 하지만, 형편이 넉넉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각각 다르므로 세액의 납부를 전부 면제해 주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현재 경비가 고갈되었으므로 참으로 달리 대책을 세울 수도 없습니다. 도내의 상납 가운데 전(錢) 30만 냥과 미(米) 1만 석을 특별히 떼내서 지급하여 관찰사로 하여금 적절하게 헤아려서 나누어 주게 하여, 실질적인 혜택이 미치도록 함으로써, 남도의 백성들에 대한 우리 전하의 걱정을 덜어드리도록 분부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고 하여, 윤허를 받았다. 당일에 비답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