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薪花) 빈양동(彬陽洞)에 사는 전양근(全良根)으로 나이가 24세입니다.
저는 백낙희(白樂喜)와 한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낙희는 동학교장(東學敎長)을 하였고, 저 또한 동학에 들어갔다가 동도(東徒)가 귀화한 뒤에 저도 귀화를 하였습니다. 지난해 9월경에 백낙희(白樂喜)와 김재희(金在喜) 등이 저에게 산포(山砲)에 동참을 하라고 하기에, 결국 참여하였습니다. 낙희가 지난해 12월경에 출타(出他)하였다가 23일에 돌아와서 말하기를, “해주의 묵방(墨坊)에 머무는 김진사(金進士)와 김창수(金昌守) 2명이 청나라에 가서 마대인(馬大人)으로부터 진동창의사(鎭東倡儀士)의 인신(印信)과 직첩(職帖)을 받아왔는데, 마대인이 머지않아 군사를 이끌고 와서 우리와 힘을 합해 왜인(倭人)을 정벌할 것이다. 우선 장연(長淵) 동학의 화포(火砲)를 일으켜 본군의 관장(官長), 수령과 관속(官屬), 아전을 모두 도륙하자”고 하였습니다. 굳게 약속을 한 뒤에, “김재희는 대곡방(大曲坊)으로 가서 화포(火砲)를 지휘하여 1월 1일에 본읍의 조우동(棗隅洞)에서 만나 밤을 이용하여 읍에 들어가서 먼저 관장과 관속을 죽이고 군기(軍器)를 탈취하자”고 하였습니다. 저는 힘을 합해서 본방(本坊)의 각 동(洞) 민인(民人)들을 선동하다가 발각되어 잡혀왔습니다. 지금 이 거조(擧措), 어떤 일을 꾸민 조치는 백낙희와 김재희 두 놈이 주범이고 저는 따랐을 뿐이니 분명하게 조사하여 처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