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薪花) 빈양동(彬陽洞)의 백기정(白基貞)으로 나이가 38세입니다.
저는 백낙희(白樂喜)와 한마을에 사는 11촌(寸) 숙질(叔侄)사이입니다. 지난해 음력으로 12월 23일에 낙희가 출타하였다가 돌아와서 저를 충동질하여 말하기를, “해주에 머무르고 있는 김진사와 김창수(金昌守) 2명이 청나라에 가서 마대인(馬大人)으로부터 진동창의(鎭東倡儀) 인신(印信)과 직첩(職帖)을 받아왔다. 머지않아 마대인이 오는데, 만약 혹시라도 머리를 깎았으면 모두 죽을 것이다. 산포(山砲)를 일으켜 본군수와 각 관속을 도륙하고 해주로 가서 각 군(郡)의 산포를 모두 모아 각 읍의 관장(官長)을 모두 죽이면 대사(大事)를 이룰 것이다. 그러나 네가 따르지 않으면 산포를 불러와서 죽일 것이다”라고 하여 어리석은 소견에 낙희를 따라 본방(本坊)의 민인(民人)을 선동하였습니다. 내동(內洞)에 이르러서는 내동(內洞)의 민인이 낙희를 결박하여 마구 때리기에 제가 마침 낙희의 동생 낙규(樂圭)를 보고 말하기를, “네 형이 참혹하게 결박을 당해 맞고 있으니, 산포가 있다면 죽음을 모면할 듯하다”고 했을 뿐이고 입으로 직접 산포를 데려오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며, 저는 단지 낙희의 위협을 두려워하여 이런 지경에 이르렀으니 실처럼 미약한 목숨을 살려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