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問) : [조문석(趙文錫)에게 말하기를] 9월 4일 밤, 이병휘(李秉輝)를 문초(問招)할 때에 너는 무슨 말을 했는가?
공(供) : 입직낭관(入直郎官)으로 문초를 했을 뿐입니다. 저는 그 날 밤에 상직(上直), 당직하는 서리(書吏)였습니다.
문(問) : [이병휘에게 말하기를] 그 날 밤의 일을 상세하게 말하라
공(供) : 그 날 밤 낭관(郎官)이 취초(取招)할 때에 서리 조문석이 촛불을 들고 옆에서 제게 말하기를, “이 일은 이준필(李駿弼)이 주동이 되어서 이렇게 죽는 데에 이르게 되었다고 애기하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이번 공초는 서울 사람을 부르지 않고, 단지 향인(鄕人)을 부르려고 한다. 허가(許哥)가 불러 온 사람이 50여명이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하였습니다.
문(問) : [이병휘에게 말하기를] 할 말이 더 있는가?
공(供) : 낭관이 취초할 때에 제가 이태용과 박준양을 말하면 낭관과 서기가 좋지 않은 기색을 띠고 붓을 던지며 제게 말하기를, “네 스스로가 쓰도록 하라”고 하여 저는 어쩔 수가 없이 박준양과 이태용의 성명(姓名)을 썼습니다. 물러나서 생각을 해보니 다만 화(禍)를 불러 오고 공초(供招)에 이익이 없었기 때문에 다 쓰지 못한 말이 있다고 핑계를 대어 다시 들어가서 그 두 사람의 이름을 지워줄 것을 요청하니 해당 낭관이 허락을 하였습니다. 해당 서기가 그 재상의 이름을 드러낸 것을 꾸짖었습니다.
문(問) : [조문석에게 말하기를] 이병휘가 이야기한 것을 너는 이미 상세히 들었을 것이다. 정말로 그 이야기대로 인가?
공(供) : 그 날 밤 낭관이 취초할 때에 단지 옆에 있었을 뿐입니다. 애초에 촛불을 든 적도 없었고 그 밖에 할 만한 일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에 운현궁의 분부로 은밀히 취초를 하러 온 사람이 촛불 옆에 앉아 있었는데, 이병휘가 그 사람을 저로 착각한 듯합니다.
문(問) : [조문석에게 말하기를] 운현궁에서 온 사람이 혹시 이병휘에게 설통(說通), 설득을 했는가?
공(供) : 처음에 옆에 있다가 상직방(上直房)이 비어있는 것이 걱정되어 곧 돌아가서 그 사이의 일은 듣지 못해 알지 못합니다.
문(問) : [조문석에게 말하기를] 그곳에 왔던 사람이 분명 운현궁 사람인가?
공(供) : 분명히 운현궁에서 왔다고 하였습니다.
문(問) : [이병휘에게 말하기를] 저 서리가 〈당직하는 방에〉 돌아가서 알지 못한다고 한다면 이 공초는 바로 숨기는 말일 것이다. 그 날 밤에 낭관 1명과 서리 1명 밖에 다른 사람이 없었는데, 더욱이 들을 수 있겠는가? 옥졸(獄卒)들이 저 서리의 성(姓)을 알고 있는데, 당직하는 방에 돌아가서 모른다는 말은 교묘하게 둘러대는 것일 뿐이다.
문(問) : [조문석에게 말하기를] 지금 이병휘가 말한 것을 들어보면, 네가 진술한 것은 모두 숨기는 말인데, 무엇 때문인가?
공(供) : 옥졸들에게 물은 것은 옥졸들이 그 당시 입직(入直), 당직한 사람의 성명(姓名)만을 대답했을 뿐인데, 어찌 그 참섭(參涉) 여부를 구분하십니까?
문(問) : [조문석에게 말하기를] 운현궁에서 온 사람의 성명은 무엇인가?
공(供) : 잠깐 들었는데, 장문순(張文順)이라고 하였습니다.
문(問) : [조문석에게 말하기를] 운현궁에서 온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가?
공(供) : 노대감(老大監), 흥선대원군의 분부로 갇혀있는 이병휘의 문초를 조용히 들으러 왔다고 했습니다.
문(問) : [이병휘에게 말하기를] 저 서리가 말한 대로라면 문초하는 자리에 낭관 1명・서리 1명・옥졸 1명・운현궁에서 보낸 사람 1명을 합하여 모두 4명이라고 한다. 너는 단지 낭관 1명과 서리 1명 및 옥졸 1명 뿐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공(供) : 처음부터 다른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저 서리가 내 얼굴을 보고 있었고, 나도 저 서리의 얼굴을 보아 내 마음에 들어와 있습니다. 만약 운현궁의 사람이 옆에서 나에게 말을 했다면 어찌 그 사람을 버리고 저 사람을 선택하겠습니까?
문(問) : [주사(主事) 민규정(閔圭政)에게 말하기를] 9월 4일 밤에 이병휘를 문초한 일이 있는가?
공(供) : 그런 일이 있습니다.
문(問) : [민규정에게 말하기를] 누구의 지시로 문초를 했는가?
공(供) : 운현궁에서 보낸 사람 때문에 문초를 했습니다.
문(問) : [민규정에게 말하기를] 취초(取招)할 때에 너 혼자 그것을 썼는가?
공(供) : 저와 서기 조문석이 함께 공초(供招)를 썼습니다.
문(問) : [민규정에게 말하기를] 문초할 때에 운현궁에서 온 사람은 어디에 있었는가?
공(供) : 그때 분부를 전한 뒤에 계단 아래에 서 있었습니다.
문(問) : [민규정에게 말하기를] 운현궁에서 온 사람은 그 때에 대청(大廳) 에 올라왔는가?
공(供) : 계단 아래에서 편지 쓰는 것을 기다렸다가 가지고 갔습니다.
문(問) : [조문석에게 말하기를] 너와 민규정이 말한 것이 서로 어긋나니 전에 말한 것이 모두 꾸민 말임을 알 수가 있다.
공(供) : 어찌 서로 어긋날 리가 있겠습니까?
문(問) : [민규정에게 말하기를] 그 때에 공초(供招)는 누가 썼는가?
공(供) : [민규정이 문서 1장을 내보이며] 이것은 그 때의 공초인데, 이병휘의 말한 공초는 제가 직접 썼습니다.
문(問) : [이병휘에게 말하기를] 저 문서가 정말로 네가 말한 것인가?
공(供) : 대강 비슷하나 정인덕의 인(寅)자를 인(仁)자로 바꿔 썼습니다. 처음 취초할 때에도 인(仁)자로 썼기 때문에 여러번 인(寅)자라고 했습니다. 지금도 이와 같아 그 뜻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문(問) : [이병휘에게 말하기를] 9월 4일 밤에 문초한 낭관이 바로 저 사람인가?
공(供) : 정말로 그렇습니다.
문(問) : [민규정에게 말하기를] 9월 4일 밤에 문초할 때에 박준양과 이태용을 언급하면 네가 붓을 던지고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인가?
공(供) : 문초할 때에 이병휘가 이태용과 박준양 두 사람을 말해서 저는 바로 썼는데, 나중에 다시 들어와서 요청하기를, “박과 이 두 사람의 일은 근래에 상세하지 않아 지우려고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으니 이병휘가 직접 먹으로 지울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문(問) : [민규정에게 말하기를] 붓을 던지며 크게 화를 내어 그 해독을 당할 것을 걱정했기 때문에 이병휘가 어쩔 수가 없이 그 이름을 지울 것을 다시 요청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러한가?
공(供) : 그렇지가 않습니다.
문(問) : [민규정에게 말하기를] 이병휘가 말한 것 가운데 붓을 던지고 쓰지 않았다고 하는 얘기는 모두 거짓말인가?
공(供) : 붓을 던지고 쓰지 않았다는 것은 모두 거짓말입니다.
문(問) : [이병휘에게 말하기를] 그렇다면 붓을 던지고 쓰지 않았다는 네 말과 어찌하여 서로 어긋나는가?
공(供) : 박준양과 이태용 두 사람의 성명을 불러 적을 때에 해당 낭관이 듣고도 못들은 척 했습니다. 공초를 끝내고 납고(納侤)를 한 뒤에 제가 다시 그 두 사람의 성명을 적지 않은 것을 따지니 해당 낭관이 이(李)자 1글자만 쓰고 붓을 던지며 크게 화를 내면서 말하기를, “너에게 쓰게 하겠다”고 하기에 제가 썼습니다. 제가 붓을 잡고 박준양의 이름을 언문(諺文), 한글으로 썼을 뿐입니다.
문(問) : [민규정에게 말하기를] 지금 이병휘가 말한 것이 모두 거짓말인가?
공(供) : 모두 거짓입니다.
문(問) : [민규정에게 말하기를] 네가 반드시 짐작해서 알 수 있을 것이나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네가 반드시 사실대로 말한 뒤에야 그 일이 분명해질 것이다. 만약에 속이거나 숨기려고만 한다면 관계되는 것이 사소하지 않을 것이다. 더우기 속이거나 숨기려고 하는 데에는 혹시 부탁한 사람이 있는가?
공(供) : 어찌 속이거나 숨길 리가 있겠습니까? 사실만을 거론할 뿐이고 애초에 부탁한 사람은 없습니다.
문(問) : [민규정에게 말하기를] 그 날 밤 문초를 할 때에 내 말대로 한다면 벼슬을 주지만 어기면 죽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
공(供) : 애초에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문(問) : [민규정에 말하기를] 이것도 모두 거짓말인가?
공(供) : 모두 거짓말입니다.
문(問) : [민규정에게 말하기를] 이병휘가 말한 것은 전혀 없었던 얘기고 모두 거짓인가?
공(供) : 이병휘가 말한 것이 모두 거짓은 아니지만 제가 지시했다는 이야기 같은 것은 거짓말입니다.
문(問) : [민규정에게 말하기를] 사람이 하는 말 한 마디가 거짓이라면 그 밖의 말도 모두 거짓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병휘가 말한 것도 모두 거짓일 것이다. 거짓으로 꾸민 공초를 운현궁 대감에게 드렸는가?
공(供) : 저는 그 때에 입직(入直), 당직을 했기 때문에 단지 대원군의 분부에 의거하여 취초를 했을 뿐입니다. 애초에 그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는 계산하지 않습니다.
문(問) : [민규정에게 말하기를] 조금 전에 말하기를 네가 이병휘가 말한 것이 모두 거짓에서 나왔다고 하였다. 일본 영사(領事)에게 네가 말한 것을 가지고 가서 우리 공사(公使)에게 그 연유를 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