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參議) 장박, 홍종억, 일본영사가 와서 참관하였다]
문(問) : [이병휘에게] 너는 허엽을 아는가?
공(供) : 알고 있습니다.
문(問) : 너와 서로 친한가?
공(供) : 친하게 지낸 지 3년이 되었습니다.
문(問) : [허엽에게] 너는 이병휘가 말한 것을 들었을 터인데 정말 그 말대로인가?
공(供) : 정말 그가 말한 대로 입니다.
문(問) : [이병휘에게] 친한 지가 3년이 되었다면 그의 필적을 알 수가 있는가?
공(供) : 물론 그 필적을 알 수 있습니다.
문(問) : 성산(性山)이라고 한 것은 바로 허엽의 별호(別號)인가?
공(供) : 그렇습니다.
문(問) : [일본 영사가 보여준 편지 한 통을 이병휘에게 보여주며] 이것이 허엽의 필적인가?
공(供) : 허엽의 필적이 맞습니다.
문(問) : [이병휘에게 편지 한 통을 보여주며] 이것도 허(許) 아무개의 필적인가?
공(供) : 그것 또한 허엽의 필적입니다.
문(問) : [허엽에게 아까 보이던 이병휘의 편지 한 통을 다시 허엽에게 보여주며] 정말로 이병휘가 말한 대로인가?
공(供) : 저의 필적이 맞습니다.
문(問) : [허엽에게 다시 편지 한 통을 보여주며] 이것도 너의 필적인가?
공(供) : 이것 또한 저의 필적입니다.
문(問) : [허엽에게] 네 편지에서 대노장(大老丈)이라고 하는 자는 누구인가?
공(供) : 대노(大老)라고 하는 사람은 바로 대원군의 별칭입니다.
문(問) : [허엽에게] 어제 네가 말한 것 중에 애초에 동학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했으나 지금 네 편지를 보면 의심할 행적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어찌 이처럼 서로 어긋나는가?
공(供) : 지금 그 편지를 보면 비록 의심할만한 단서가 혹시 있더라도 이처럼 편지를 쓴 것은 중도에 갑자기 동도(東徒)에게 잡히면 발뺌할 단서를 면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문(問) : [허엽에게] 두 장의 편지도 박동진(朴東鎭)에게 쓴 것인가?
공(供) : 한 통은 박동진에게, 다른 한 통은 김명호(金明鎬)에게 보냈습니다.
문(問) : 두 통의 편지 중에 한 통은 8월 25일에, 다른 한 통은 8월 26일인데, 어느 날짜의 편지가 김명호에게 보낸 것이고, 박동진에게 보낸 것인가?
공(供) : 편지 뒤를 보아야 알 수가 있습니다.
문(問) : [허엽에게] 그렇다면 두 장의 편지는 바로 동학과 공모한 편지가 아닌가?
공(供) : 그것은 동학과 공모한 것이 아니고 의병에 뜻을 두고 편지를 그처럼 쓴 것입니다.
문(問) : 편지를 이처럼 썼다면 혹시라도 동학에게 잡혀 기밀을 누설하려는 뜻이었는가?
공(供) : 박동진이 지금 선무군관(宣撫軍官)으로 호중(湖中)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박동진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직접적으로 말한다면, 혹시라도 편지를 한 날짜가 드러나는게 걱정스럽고, 또한 박동진이 해를 당하는게 염려되었기 때문에 그처럼 편지를 썼을 뿐입니다.
문(問) : 지금 네가 쓴 편지를 보면 그 주된 뜻은 평범하다고 할 수 있으나 편지를 본 뒤에 태우라고 하였고, 너의 전후에 걸친 공초를 상세히 살펴보면 모두가 꾸민 것이고 진실이 아니다.
공(供) : 전후에 걸친 공초는 모두 사실이고 거짓이 아닙니다.
문(問) : [이병휘에게] 너는 허엽과 친하게 지낸 지가 3년이 되어 사사로운 정이 비록 많다고 해도 이번 일은 중요하고 국가의 중요한 일과도 관계가 있다. 사사로운 정에 억매이지 말고 일일이 바른대로 말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공(供) : 이것이 중대한 사건에 관계되는데, 어찌 사사로운 정으로 숨기거나 피하겠습니까?
문(問) : [이병휘에게] 네가 갇힌 뒤에 혹시라도 허엽과 사통(私通), 연락한 편지가 있는가?
공(供) : 사통한 편지가 있습니다.
문(問) : 사통한 편지의 내용은 어떠했는가?
공(供) : 사통한 편지는 평소의 정의(情誼)와 다르지 않았고 안부를 물었을 뿐입니다.
문(問) : [허엽에게] 답장은 없었는가?
공(供) : 답장이 있었습니다.
문(問) : 답장엔 무어라고 썼는가?
공(供) : 답장에서 첫 부분에선 경무사(警務使)의 두 차례에 걸친 평문(平問)에 관한 것을 말하였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평문할 때의 답변에 대해 말했습니다. 동학이 창궐하는 것을 걱정하여 박동진에게 편지를 전한 것과 이병휘의 산송(山訟)에 대해 말했을 뿐입니다.
문(問) : [허엽에게] 답장에서 혹시라도 조사를 받을 때에 서로 간에 묵인한 약속이 없었는가?
공(供) : 그런 약속은 없었습니다.
문(問) : [이병휘에게] 너는 허엽과 서로 친하다고 했는데, 허엽이 동학과 서로 관계한 일을 알고 있는가?
공(供) : 허엽이 동학과 관계한 일들은 모릅니다. 다만 산송 때문에 정인덕의 편지를 허엽에게서 몰래 얻었을 뿐입니다.
문(問) : 허엽이 박동진에게 보낸 편지는 단지 산송에 관한 것뿐인가?
공(供) : 허엽이 박동진에게 보낸 편지가 있으니 이 편지를 가져다가 보면 저에게 번거롭게 들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문(問) : [허엽(許燁)에게 일본 영사의 편지 한 통을 내보이며] 이것은 누구에게 보낸 편지인가?
공(供) : 박동진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문(問) : [이병휘에게] 허엽과 박동진이 서로 관계가 있는 것을 너는 혹시 알고 있는가?
공(供) : 그들이 서로 관계가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그 편지를 살펴본다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문(問) : [이병휘에게] 일전에 허엽의 편지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 안에 정말로 서로 묵인한 약속이 없었는가?
공(供) : 정말로 그런 약속은 없었습니다.
문(問) : [이병휘에게] 허엽이 경무사(警務使)의 문초 이외에 허다한 얘기가 있었을 터인데, 너는 혹시 들은 것이 있는가?
공(供) : 경무사가 문초한 것 이외에 다른 얘기는 비록 듣지 못했으나 의심할 만한 것이 있습니다. 8월 20일 쯤에 박동진이 정인덕과 이(李)에게 한 답장 및 이(李)가 박동진에게 한 답장의 내용을 허엽이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문(問) : 박동진이 정인덕과 이(李)에게 한 답장과 이(李)가 박동진에게 한 답장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가?
공(供) : 동학과 체결(締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문(問) : 허엽이 그런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을 너는 어떻게 아는가?
공(供) : 박동진이 정(鄭)에게 답장한 편지에 현재 동학과 서로 관계를 맺는 일이 있습니다. 허엽이 정인덕과 함께 살펴본 일이 있는데, 어찌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문(問) : 정인덕이 허엽과 함께 그 편지를 볼 때에 너도 정말로 옆에서 보았는가?
공(供) : 정인덕과 허엽이 박동진의 편지를 볼 때에 저는 비록 동참을 하지 않았으나 동학의 일을 말할 때에 저도 참여해서 들었습니다.
문(問) : 참여해서 그 얘기를 들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공(供) : 정인덕과 허엽이 함께 앉아 얘기를 할 때에 제가 옆에서 들어보니, 정인덕이 동도(東徒)가 신속하게 올라온 뒤에 일을 이룰 수 있다고 하자 허엽도 그 말이 옳다고 하였습니다.
문(問) : 정인덕이 어디에서 함께 앉아 얘기를 했는가?
공(供) : 정인덕의 집이었습니다.
문(問) : 얘기를 나눌 때가 언제였는가?
공(供) : 8월 20일 쯤이었습니다.
문(問) : [일본 영사(領事)가 다시 편지 한 통을 내보이며] 이것은 누가 누구에게 보낸 편지인가?
공(供) : 이것은 분명히 허엽의 필적입니다. 의심할 필요 없이 분명 허엽의 편지이며, 김명호에게 보낸 것입니다.
문(問) : 무엇 때문에 이런 편지를 김명호에게 보낸 것인가?
공(供) : 애초에 공모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속은 알 수가 없습니다.
문(問) : 너는 김명호를 알고 있는가?
공(供) : 알고 있습니다.
문(問) : 김명호는 지금 어떤 자리에 있는가?
공(供) : 정부의 주사(主事)인 듯합니다.
문(問) : 김명호는 어디에 살고 있는가?
공(供) : 영남(嶺南) 사람이라는 얘기는 들었으나 그 거처는 상세히 알지 못합니다.
문(問) : 정인덕이 박동진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는 언제 경무사(警務使)에게 바쳤는가?
공(供) : 8월 26입니다.
문(問) : 편지 안에 따로 봉(封)한 것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가?
공(供) : 만져보았더니 조금 컸기 때문에 그것을 알았습니다.
문(問) : [허엽에게] 조금 전에는 말한 것 중에 "애초에 동학과는 서로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지금 이병휘의 말을 들어보면 박동진이 정인덕에게 보낸 편지에 동학 얘기가 허다하다. 네가 정인덕과 함께 그 편지를 볼 때에 이병휘도 참여해서 들었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정말로 없었는가?
공(供) : 정말로 그런 일이 없습니다.
문(問) : [이병휘에게] 네가 말한 것이 허엽이 말한 것과 서로 어긋나니 무슨 이유인가?
공(供) : 박동진이 정인덕에게 보낸 답장은 정말로 허엽이 저에게 분명히 박동진의 편지를 보았다고 말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문(問) : [이병휘에게] 정인덕과 허엽이 얘기를 나눌 때에 정(鄭)이 동학 때문에 지금 일본군이 출동하려고 하는데, 대원군은 안된다고 하였고, 회의소(會議所)는 된다고 한 얘기를 너는 허엽과 함께 옆에 참여해서 들었는가?
공(供) : 정말로 옆에 참여해서 들었습니다.
문(問) : 허(許)에게 너도 그런 얘기를 들었는가?
공(供) : 이 얘기는 저도 정인덕에게서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