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10월 사건
허엽 문초(許燁 問招)
문(問) : 성명은 무엇인가?
공(供) : 허엽(許燁)입니다.
문(問) : 나이는 얼마인가?
공(供) : 44세입니다.
문(問) : 어디에 살고 있는가?
공(供) : 경상도 선산(善山)입니다.
문(問) : 어디에서 나고 자랐는가?
공(供) : 선산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문(問) : 하는 일이 무엇인가?
공(供) : 학문(學文)을 업(業)으로 하고 있습니다.
문(問) : 오늘 심문을 맡고 있는 나는 일본 영사(領事)이다. 공사(公使)의 분부로 동학 관련 사건을 조사하러 왔다. 너는 조금도 숨기지 말고 일일이 상세히 말하라.
공(供) : 제가 사는 곳이 비록 읍의 인근 지역이지만 애초에 동학이라고 일컫는 자가 없었기 때문에 동학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또한 학문을 업으로 삼고 있는데, 유교(儒敎) 이외에는 달리 배울만한 학문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문(問) : 너는 정인덕(鄭寅德)을 알고 있는가?
공(供) : 알고 있습니다.
문(問) : 정인덕이 바로 네가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 함께 도모한 자인가?
공(供) : 애초에 함께 모의한 일도 없는데다가 서로 친한 사람도 아닙니다.
문(問) : 함께 도모한 일도 없는데다가 서로 친한 사람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를 아는가?
공(供) : 여관(旅館)에서 만나 몇 차례 대면하였습니다.
문(問) : 너는 정인덕과 상의한 일이 없는가?
공(供) : 없습니다.
문(問) : 너는 무슨 일로 갇혔는가?
공(供) : 이병휘(李秉輝)가 직산(稷山)의 산송(山訟)일로 제게 박동진에게 보내는 편지를 얻어주기를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박동진의 편지를 반드시 나에게 구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영감과 친한 사이라면 어찌 동진에게 직접 부탁하지 않고 나에게 요청하느냐고 말하였더니, 이병휘가 대답하기를, “이것은 내 자신의 일이기에 약간 꺼리는 것이 있다. 그대처럼 옆에 있는 사람이 긴밀하게 부탁한다면 매우 좋을 것이다”고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허락하였습니다.
문(問) : 박동진을 어디에서 본 적이 있는가?
공(供) : 지난해에 잠시 장중(場中)에서 보았고, 올해에 박동진이 선무군관(宣撫軍官)의 직함을 가지고 내려갈 때에 길에서 잠깐 보았습니다.
문(問) : 그렇다면 너는 이번 일 때문에 갇혔는가?
공(供) : 이병휘가 산송일로 편지를 구할 때에 다시 정인덕에게 요청하여 그 편지를 얻어가지고 직산(稷山)에 갔다고 하였습니다. 그 후 며칠 뒤에 경무사(警務使) 이윤용(李允用)이 저를 그 집에서 불러와 편지 한 통을 내보이며 말하기를, “이것이 네가 쓴 편지인가?”라고 하기에, 제가 자세히 보았더니 저의 필적이었고, 거기에서 말한 것은 동도(東徒)의 창궐을 걱정하며 이병휘의 산송을 부탁하는 일이었을 뿐입니다. 경무사가 다시 편지 한 통을 내보였는데, 바로 정인덕의 편지였습니다. 경무사가 저와 함께 편지를 살펴볼 때에, 경무사는 전체를 보지 않고 단지 그 중에 4~5곳을 지적하여 말하기를, “이 편지에서 성산(星山)이라고 하는 자는 누구인가”라고 하기에, “모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다시 말하기를, “수봉(壽峰)과 수산(壽山)은 모두 누구인가”라고 하기에, “수봉과 수산은 모두 박동진의 별호(別號)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다시 말하기를, “학천(學川)은 누구인가”라고 하기에, “임진수(林璡洙)의 별호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다시 말하기를, “두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하기에, “모릅니다”라고 대답하였고, 다시 묻기를, “정인덕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하기에, “청석동(靑石洞)에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너는 정인덕과 함께 오는 것이 좋다”고 했기 때문에 저는 그 말대로 정인덕이 묵는 여관에 가려고 했더니, 경무사가 포교 4명에게 뒤를 따라 오게 하여 모두 정인덕이 머무는 곳에 왔으나 정인덕은 출타(出他)하여 그곳에 있지 않았고, 그 때에 포교가 저를 잡아 사관청(仕館廳)에 가두었습니다. 그 후 며칠 뒤에 경무사가 다시 저를 그 집의 뒷채로 불러내어 당주지(唐周紙) 1축(軸)을 내어주며 직접 편지 한 통을 부르는 대로 적게 하였습니다. 제가 할 수 없다고 거절을 하니, 경무사가 말하기를, “붓을 고를 필요가 없는데다가 네가 만약 이것을 쓴다면 내일 반드시 풀려날 것이다. 정인덕은 이미 풀려났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시골의 어리석은 백성으로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단지 풀려나는 것을 기뻐하여 그대로 붓을 잡고 그것을 썼습니다. 쓰는 것을 마친 뒤에 다시 다짐을 하게 하기에 제가 여러번 거절을 했더니, 경무사가 말하기를, “걱정할 일이 없는데 이처럼 지나치게 거절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쩔 수가 없어 다짐을 하였습니다.
문(問) : 경무사가 조사한 것이 언제인가?
공(供) : 처음은 8월 27일이고 나중은 9월 1일과 2일 사이입니다.
문(問) : 처음 잡힌 것이 언제인가?
공(供) : 잡힌 때도 8월 27일입니다.
문(問) : 그 때에 조사한 것은 정말로 어떤 것들인가?
공(供) : 경무사가 정인덕과 친한지를 묻기에 친하지 않다고 대답하였고, 다시 정인덕의 편지내용을 아느냐고 묻기에 모른다고 대답하였습니다. 또한 정인덕의 편지를 내어 보일 때에 경무사가 아는 것은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면 풀어준다고 했기 때문에, 그 말대로 말했습니다.
문(問) : 그 때에 문초(問草)는 경무사가 직접 썼는가? 혹시 다른 사람이 썼는가?
공(供) : 처음에는 문초하는 기록이 없었고, 그 뒤에 경무사가 편지 1통을 주며 붓을 잡고 쓰게 하였습니다.
문(問) : 처음 문초(問招)할 때에 옆에 몇 사람이 있었는가?
공(供) : 처음 옆에 한 사람도 없었고, 경무사가 혼자 앉아서 물었을 뿐입니다.
문(問) : 2차 문초할 때에도 옆에 아무도 없었는가?
공(供) : 다짐을 쓸 때에 행수(行首)와 군관(軍官) 두 명이 상방(上房)에서 함께 보고 있었으나 쓰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문(問) : 경무사가 문초를 할 때에 아는 것은 알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했다고 했는데, 어찌 제멋대로 다짐을 쓸 수 있는가?
공(供) : 알거나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첫번째 문초할 때의 일이고 2차에서 경무사는 애초에 알거나 모른다는 말도 없이 이익으로 꾀었기 때문에 그 술책에 빠졌습니다.
문(問) : 이번에 조사한 것은 너 한사람에게 관계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중대한 일에 관계가 있다. 조사하는 마당에 조금이라도 비호하거나 숨겨서는 아니된다. 지금 너의 공초를 보면 모두가 꾸미거나 속이는 데에서 나왔는데, 이것이 어찌 중대한 사건을 생각하는 뜻이 있겠는가? 네가 만약에 계속 숨기거나 피한다면 비록 최고의 관원이라도 함께 불러다가 조사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욱이 대원군과 이참판도 부를 수가 있으니 너는 일일이 사실대로 말하고 조금이라도 숨기거나 피하지 않아야 옳을 것이다.
공(供) : 비록 만번을 죽더라도 이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저번에 이봉의(李鳳儀) 겸찰경무사(兼察警務使)로부터 처음 관례대로 문초를 받았고, 2차에는 지독한 형(刑)으로 심하게 맞았으나 역시 이 말대로 아뢰었습니다.
문(問) : 네가 혹시 남의 부탁을 받고 끝내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네가 끝내 사실대로 말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조사를 중단할 것이다.
공(供) : 애초에 부탁한 사람도 없는데다가 오늘 공초도 사실대로 말했고 조금이라도 숨기거나 피하지 않았습니다.
(번역 : 최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