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問) : 너는 별호(別號)를 학천(學川)이라고 하는가?
공(供) : 저의 별호는 하정(荷汀)이고 학천이 아닙니다.
문(問) : 정인덕이 지난해 8월 25일에 박동진에게 보낸 편지에, “하정(荷汀)형님이 별탈없이 26일에 도착하였습니다. 흉중의 비밀 계획을 서로 확인하고 당일로 속히 실행하여 이번 달 그믐날 정부와 각 공관(公館)에 도달될 수 있게 하고 따라서 곧 군사를 크게 일으켜 바로 흙먼지를 이 편지와 함께 이르는 날에 문득 근기(近畿), 경기의 각 요충지에 주둔하도록 힘쓰고 철통(鐵筒)을 만들기를 신룡(神龍)의 조화와 같이 하였습니까? 만약 조금이라도 지체되어 이 기일에 미치지 못한다면 대사(大事)는 끝장 날 것입니다. 지금 회의원(會議員), 군국기무처 회의원이 급히 일본군을 빌려 동도(東徒)를 공격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다행히 한 곳을 힘입어 근근이 임시변통으로 발라 맞추어 가고 있는데, 지금의 상황은 오늘과 내일 사이에 군사를 내어 출격할 모양입니다. 형세가 긴박하니 문서를 작성하여 불일내로 각 공관에 조회(照會)하기를 바랍니다. 한편 100만 명의 〈군사도〉 많은 것이 아니니, 대규모의 군대가 기일에 맞추어 문서와 군사를 한꺼번에 오게 하여 보는 자에게 귀신처럼 헤아리지 못하게 한다면 저절로 낙담이 되어 대사(大事)는 저절로 이루어지고 비로소 숨통이 틔일 수 있을 것입니다. 안의 일은 두 분의 영감(令監)과 긴밀히 하고 성산(星山)에게도 이것을 급히 알려서 한 덩이가 되어 앞뒤에서 출발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편지로 〈저의〉 뜻을 모두 표현하지 못합니다. 동방(東方)의 존망(存亡)이 이번 이 한 거사(擧事) 에 달려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면, 이것이 어찌 너와 박동진 등이 한통속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아니겠는가?
공(供) : 법정에서 혹시 제가 지은 조회(照會)를 가져다가 본다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문(問) : 너는 조회(照會)를 욀 수가 있는가?
공(供) : 혹시 종이와 붓을 주시면 비록 모두 적을 수 없더라도 대강은 적어서 드릴 수가 있습니다. 그 글에 의하면, “귀국(貴國)이 이웃나라가 자강(自强)과 자유(自由)를 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군사를 일으켜 멀리서 건너와 먼저 개화(開化)를 권유하고 힘을 내어 청(淸)나라를 공격하여 자주(自主)를 온전히 한 것은 진실로 천고(千古)의 훌륭한 일이었습니다. 인민(人民)이 진실로 기뻐하고 복종하였으나 도리어 의심이 생겨 편안하지 않은 것은 무엇때문입니까? 의로운 군대는 반드시 그 명분을 먼저 바르게 해야 광명정대(光明正大)할 수가 있습니다. 귀국의 군대가 처음 도착했을 때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몰래 왕궁을 습격하여 우리 임금을 놀라게 하고, 내탕고(內帑庫)의 재물을 전부 약탈했으며 병장(兵仗), 병기을 빼앗아갔습니다. 이 때문에 인민이 아직도 마음으로 복종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개화(開化)로 말한다면 민심(民心)을 깨우쳐서 의(義)로 교화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개화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관정(官政)은 아직도 편당(偏黨)에서 연유하고, 생령(生靈), 백성이 끝없이 침몰한 것이 이와 같습니다. 그러나 이웃나라에만 의지한다면 이것은 눈을 감고 햇빛을 보려고 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자강과 자주의 본래 의미가 아닙니다. 그리고 구미(歐美)의 여러 나라에서는 모두 의원(議院)이 있는데, 임금이 주인(主人)이기도 하고, 임금과 백성이 함께 주인인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상하의원(上下議院)이 있는데, 하원은 바로 민인(民人)이 함께 의논하는 장소입니다. 이것이 함께 타협하여 문명(文明)을 이루려는 까닭입니다. 아! 우리 백성들은 오랜 폐단에 빠졌고, 관아의 가혹한 〈정치에〉 고생을 하여 원통한 심정을 호소하려고 했으나 도리어 비류(匪類)로 지목되었습니다. 형세상 어쩔 수가 없어 모여서 유당(類黨), 무리이 되어 죽음을 모면할 계책을 도모하였습니다. 한편 귀국의 의거(義擧)를 듣고 모두 기뻐서 서로 축하하며 말하기를, ‘지금에야 비로소 우리들의 원한을 풀 수가 있다’고 하고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도망을 간 몇 만명이 감히 경외(境外)에서 명(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함께 회의하여 특별히 상하의원을 만들어 공동(公同)의 정치를 이루어서 국가를 반석과 태산에 두고, 백성을 인수(仁壽), 어진 덕과 장수로 몰아가기를 바랍니다. 점차로 부강해지고 동양의 형세가 고르게 된다면, 구미와 균형을 다툴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조선에 다행일 뿐만 아니라 귀국에게도 다행일 것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사룀
특별법원(特別法院)
판사(判事) 장박(張博)
주사(主事) 김기조(金基肇)
주사(主事) 기동연(奇東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