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問) : 너는 정인덕(鄭寅德)을 아는가?
공(供) : 알고 있습니다.
문(問) : 언제부터 알았는가?
공(供) : 작년 7월 그믐쯤에 알았습니다.
문(問) : 무슨 일로 알았는가?
공(供) : 작년 7월 〈갑오경장을〉 실시한 이후에 저는 내무참의(內務參議)로 공무를 보았는데, 정인덕도 내무주사(內務主事)로 있었기 때문에 서로 알게 되었습니다.
문(問) : 그 뒤에 자주 교유했는가?
공(供) : 전후에 서로 교유한 것은 두 차례에 불과합니다.
문(問) : 정녕코 두 차례에 그쳤는가?
공(供) : 그렇습니다.
문(問) : 두 차례 서로 교유할 때에 모두 정인덕이 너에게 왔는가?
공(供) : 한번은 정인덕이 내게 왔고, 다른 한번은 제가 공무에서 물러나 한가할 때에 정인덕에게 들렀습니다.
문(問) : 너가 들를 때에 가마를 탔는가? 당나귀를 탔는가?
공(供) : 가마를 탔습니다.
문(問) : 네가 정인덕의 관소(館所)에 갔을 때에 혹시 다른 사람이 정인덕과 함께 앉아 있던 자가 없었는가?
공(供) : 단지 정인덕 뿐이었습니다.
문(問) : 네가 정인덕의 관소에 갔을 때에, 정인덕이 그 자리가 번잡한 것을 꺼려 너와 함께 윗사랑에 들어가서 한 식경가량 오래 좌담한 적이 있지 않은가?
공(供) : 그런 일이 없습니다.
문(問) : 너는 작년 7월 이후 혹시 이준용과 몰래 논의한 일이 있지 않은가?
공(供) : 그런 일이 없습니다.
문(問) : 지금 죄인들의 공초에서, 네가 이준용에게 말하기를, “군(君), 이준용이 지금 관직을 그만두고 외국에 나가 크게 명성을 얻은 뒤에 돌아오려면 10년이 걸릴 것이지만 임금은 이미 노쇠하고 세자(世子)는 특별히 큰 덕이 없어 그 때에 외국의 명망(名望)과 본 조정의 물정(物情), 여론이 자연스럽게 〈군에게〉 돌아와서 힘들이지 않고 〈왕위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이 얘기는 이준용이 정인덕과 의논하였고, 정인덕은 이병휘에게 전한 것이다. 네가 이준용에게 정말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는가?
공(供) : 제가 준용에게 외국에 나가는 것을 권하여 진실로 이런 논의가 있었으나, 명망(名望) 이하의 얘기는 실제로 꿈속에서도 생각할 수 없는 것입니다.
문(問) : 준용에게 외국에 나가는 것을 권한 이유는 무엇인가?
공(供) : 저의 얕은 생각으로 헤아려보면, 이준용은 왕실의 지친(至親)으로 나라를 위해 일을 주관하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비교할 수가 없으나 견문(見聞)에 전혀 어두워서 시국(時局)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외국에 나가기를 권유한 것은 그 견문을 넓히려는 뜻이었습니다.
문(問) : [정인덕의 편지를 내어 보여주며] 이 편지에서 내부의 일은 두 분 영(令)과 긴밀히 도모하라고 한 것은 너와 이태용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공(供) : 세상에서 영(令)으로 불리우는 자가 많지 않은 것이 아닌데, 어찌하여 유독 두 영(令)을 저와 이태용으로 돌립니까?
문(問) : 범인들의 공초 중에서 한목에 둘을 지칭한 것은 모두 이태용과 박준양이었다. 이병휘의 공초에서도 드러났고, 정인덕의 편지에서 이태(李台)와 박령(朴令)을 가리키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이태와 박령이 누구인가를 물었더니 이(李)는 이태용이고 박(朴)은 박준양이라고 하였다. 이 편지도 정인덕의 친필인데, 이 편지에서 말한 양령(兩令)이 어찌 너와 이태용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겠는가?
공(供) : 내부의 일을 은밀히 양령(兩令)과 도모하라고 한 것이 정인덕의 편지에 실렸는데, 정인덕과 저를 한 차례 대질시킨 뒤에 만약 그 형적이 뚜렷하게 드러나서 가리기가 어렵다면 비록 죽더라도 한이 없을 것입니다.
문(問) : 지난번에 보여준 범인들의 공초가 너와 상관이 없는 것인가?
공(供) : 이준용이 저들과 함께 〈변고에〉 대비할 일이 있겠습니까? 진실로 저와 관련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저의 이름이 저들의 공초에 드러난 것도 본 것이 있는지를 모릅니다.
사룀
특별법원(特別法院)
판사(判事) 장박(張博)
주사(主事) 김기조(金基肇)
주사(主事) 기동연(奇東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