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리나라 팔역[八域, 八道]의 창생[蒼生, 백성]이 외지(外地)에서 까맣게 죽어간다. 네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500년 〈조선의〉 유민(遺民)이 아닌 자가 없으니 우리 국가를 위해 어찌 1~2명의 의로운 선비가 없겠는가? 아! 슬프다. 운명인가? 아! 우리 본조[本朝, 조선]는 국초부터 모두 선왕(先王)을 따라 천하가 모두 ‘소중화(小中華)’라고 불렀다. 백성의 풍속은 당우[唐虞, 요임금과 순임금] 및 3대[三代, 夏・殷・周]와 비등하였고, 유술[儒術, 유학]은 낙[洛, 洛陽으로 정호 정이 형제]과 민[閩, 복건성으로 朱熹]의 현자(賢者)들을 스승으로 삼았다. 비록 어리석은 부부(夫婦)라도 모두 예의의 가르침을 숭상하였고, 군부[君父, 임금]가 위급할 때에 반드시 구하러 가려는 마음을 가졌다. 지난 임진년[壬辰年, 임진왜란]에 의병을 일으킨 선비를 원망하지 않았고, 병자년[丙子年, 병자호란]에도 순절(殉節)한 신하가 있었다. 바닷가에서 통상(通商)을 하는 계책이 실제로 천하에 망국(亡國)의 근본이 된다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문호(門戶)를 열어 적을 들이는 자는 모두 세신[世臣, 대대로 벼슬을 하는 신하]의 집안이고, 살신성인(殺身成仁)하는 자는 바로 상소를 하는 유생들이었다. 갑오년[甲午年, 1894년] 6월 20일 밤에 마침내 우리나라 조선의 3,000리 강토를 잃어버렸다. 요(堯・)순(舜・)우(禹・)탕(湯)임금이 전하던 것이 오늘에 와서 끊어졌고, 공자・맹자・정자[程子, 정호와 정이・]주자 등 성현들의 맥을 지탱할 사람이 더 이상 없게 되었다. 기꺼이 호랑이 앞의 창귀(倀鬼) 노릇을 하니 소의 궁둥이가 되는 부끄러움을 면할 수 있겠는가. 국모[國母, 명성황후]의 원수는 단지 이를 갈 뿐이고, 군부(君父)의 존엄함도 훼손되었다. 우리 부모의 몸을 금수(禽獸)처럼 사냥하는 것은 무슨 일인가? 우리 부모의 머리털을 풀을 베듯 하는 것은 무슨 변고인가? 장안(長安)의 부로(父老)는 다투어 한(漢)나라 궁실(宮室)의 위의(威儀)를 사모하고, 신정[新亭, 강소성의 정자 이름]의 영웅호걸은 초(楚)나라 죄수의 눈물을 짓게 될 것이다. 아! 슬프다. 나는 오랑캐로 변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는데, 어떻게 세상에 설 수가 있겠는가? 혹시라도 명령을 어기고 교만을 드러내는 자는 모두 적에 붙어 귀속했으니 결단코 군대를 이동하여 먼저 처벌할 것이다. 각자 명심하고 후회하는 데 이르지 말라. 작은 정성을 다하여 함께 대의(大義)를 펴자.
을미[乙未, 1895년] 12월 7일 충청도 제천(堤川) 의병장(義兵將) 이필희(李弼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