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교서(天道敎書)
천도교서 등초(天道敎書 謄抄)
제1편 수운대신사(第一編 水雲大神師)
대신사(大神師)의 성은 최(崔)요, 이름은 제우(濟愚)요, 초명은 제선(濟宣)이요 자(字)는 성묵(性默)이요 號는 수운재(水雲齋)니 부의 명은 옥(鋈)이요 모는 한씨(韓氏)러라.
포덕(布德) 36년(조선 개국 4,157년) 전 갑신(甲申) 10월 28일에 대신사가 경주(慶州) 가정리(柯亭里)에서 태어나시다.
대신사의 아버지인 옥(鋈) 공이 자못 문장도덕으로써 한 도에 저명하였지만 임천(林泉)에 소요(逍遙)함으로써 낙을 삼을 새 일찍 나이가 들되 자식이 없음으로 근심하더니 한 날은 우연히 몸을 일으켜 안 뜰에 들어간즉 어떤 한 부인이 와서 앉아 있었다. 그 온 연유를 물으니 부인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저의 나이가 서른이 넘도록 금척리(金尺里[가정리에서 50리 거리]) 친가에서 외롭게 살았더니 오늘 오전에 홀연 기절하여 정신이 깨어나지 못할 때에 두 가지 빛이 품안에 들어오고 또한 이상한 기운이 몸을 끌어당겨서 부지중(不知中) 이곳에 도달하였습니다.”
공이 이를 기이하게 여기시고 드디어 같이 사셨더니 마침 임신한지라. 태어나실 때에 하늘의 기운이 청명하며 상서로운 구름이 집을 감싸고 그 집 뒤 구미산(龜尾山; 일명은 구만리[九萬里] 장천산[長天山])이 3일을 크게 울었느니라.
대신사 16세에 아버지의 상(喪)을 당하시고 19세에 달하여 부인을 박씨의 문중에서 모시다.
대신사는 상을 당하신 후로부터 가산이 영락하고 글을 베워야 또한 이루지 못한지라. 혹 자취를 활과 말(弓馬)에 기대시며 혹 일을
과거 종교의 기운이 쇠 하고 큰 변화(大革)의 기운이 나아간다.
오호라! 금세(今世)의 운이 근심스럽도다. 불도와 유도 누천년에 운이 또한 쇠하였나니 인심이 위태롭고 도심(道心)이 희미하며 삼강(三綱)이 죽고 오륜(五倫)이 없어졌도다. 이 세상은 공자와 맹자의 덕으로도 족히 움직이지 못할 것이오. 요순(堯舜)의 정치로도 족히 말하지 못할 것이다. 반드시 상하고 해함이(傷害) 많고 운명(運命)이 크게 바뀌어야 할 터인데.”
이에 세간의 어지러움을 벗어나시며 가슴 깊이 가득 차고 맺힌 것을 규명하여 푸시고 천하를 널리 돌아다녀 큰 산과 긴 골짜기를 다 찾으시며 숨은 암자와 큰 사찰에 몸을 맡기셔서 천지자연의 묘미와 우주인생의 진실을 눈을 감고 고요히 생각하심으로써 그 뜻을 스스로 위로하시니라.
대신사가 일찍이 울산(蔚山)에 의탁하시더니 그 머물던 곳이 마침 기생집(妓家)이었다. 기녀와 더불어 같은 곳에서 함께 산지 몇 달에 성정의 움직임이 끝내 없으시니, 기녀가 말하기를 “공은 남자가 아니십니까? 여자와 더불어 몇 개월을 같은 곳에서 살되 암수의 정이 끝내 없으니 과연 참으로 군자입니다” 하더라.
포덕 6년 전 갑인(甲寅)에 대신사가 경주로부터 울산에 옮겨 사시다. 다음 해 을묘(乙卯) 봄 2월 3일에 대신사가 초당(草堂)에 누우셔서 조용히 책으로써 눈을 가리시었더니 이때 한 승려 같기도 하고 신선 같기도 한 기이한 사람이 대신사께 절하고 말하기를 “나는 금강산 유점사(楡岾寺)에 있으면서 백일기도를 마치고 우연히 탑 아래에서 잠깐 자다가 일어난 즉 이상한 글이 탑 위에 있는지라. 한번 본 즉 그 글자의 획과 글의 뜻이 티끌세상에서 처음 본 바요. 평범한 지혜로는 이해하지 못할 바라. 따라서 이 글을 이해하는 자를 구하고자 하여 거의 수많은 지역을 두루 밟다가 공을 봄에 처음으로 이 글이 전하는 바를 알고자 하오니, 청컨대 공은 그 진실을 영험을 모으셔서 하늘의 주심을 저버리지 마소서.”
대신사가 받아서 보니 즉 유불선(儒佛仙)의 내용(家流) 중에는 아직 보지 못하였던 바로 고금(古今)에 전혀 없었던 이서(異書)이더라. 이에 기이한 사람에게 일러 말하기를 “아직 책상에 남겨두라.” 기이한 사람이 말하기를 “3일 후에 내가 반드시 다시 올 것이니 공은 뜻을 모으소서.” 기이한 사람이 과연 그 기약한 날짜에 왔거늘 대신사 말하기를 “뜻을 모았(意會)노라.” 기이한 사람이 절하면서 사례하여 말하기를 “공은 실로 하늘의 사람(天人)이로다. 그렇지 않으면 어찌 능히 이 일부의 진리를 이해하리오. 공은 진귀하게 여겨 잘 간수하소서.” 마치자 계단을 내려가더니 인하여 홀연 보이지 않거늘, 대신사가 처음으로 신령의 환상(幻像)임을 아시다. 이 글은 과연 하늘의 글이며 글 뜻의 대략은 인내천(人乃天)의 뜻이며, 글 중에 또 49일 하늘에 기도하는 뜻이 있는지라. 따라서 글의 뜻에 의하여 마침내 그 의지를 결심하시다.
포덕 4년 전 병진(丙辰) 여름에 대신사가 한 선승(衲子)과 더불어 양산(梁山) 통도사(通度寺) 내원암(內院菴) 천성산(千聖山; 원명은 원적산[圓寂山])에 들어가서 지성으로 하늘에 기도하시더니 47일에 대신사가 문득 마음속에 스스로 징험하여 말하기를 “이제 숙부가 돌아가셨으리니 가히 공부를 그만두지 못하리라” 하시고 산을 내려가시니 과연 징험이었다.
다음해 정사(丁巳) 가을에 대신사가 다시 천성산에 들어가셔서 하늘에 기도하는 일을 끝내고자 하되 자산이 가난해서 아무것도 없어 물품을 갖추기가 어려운지라. 이에 논(水田) 여섯 두락의 땅을 일곱 사람에게 팔아서 밖으로 철점(鐵店)을 여시고 안으로 하늘에 기도하는 설비를 준비하여 49일의 기도를 끝마치시다.
포덕 2년 전 무오(戊午)에 논을 판 일이 자취가 나타난지라. 일곱 사람이 서로 꾸짖고 책망하거늘 대신사가 스스로 소장을 만들어 일곱 사람으로 하여금 같이 소송케 하였더니 그 공판(公判) 함에 이르러 대신사 말하기를 “연유가 나에게 있으니 어찌 능히 책망(求伸)하여 말하리오. 관은 예(例)에 의하여 공판하소서” 하시니 관이 먼저 산 사람을 주인으로 삼기를 판결하였다.
마을 안의 한 늙은 할미가 대신사 댁에 들어와 악행하기를 매우 하니 그는 전일 토지를 샀던 노파였다. 대신사가 손으로 제지하며 말하기를 “그만하라.” 노파가 문득 땅에 엎어져 죽거늘 그 아들 3인과 사위 2인이 사망원인을 대신사에게 거짓 핑계대고 패악을 행하고자 하는 지라. 대신사가 천천히 말하기를 “반드시 회생케 하리니 걱정하지 말라” 하시고 이내 그 집에 가서 좌우를 피하시고 1자(尺) 닭의 꼬리로 그 목구멍에 쓰시며 손으로 어루만지시니 천식(喘息)이 목구멍으로부터 조금 나오다가 잠시 후에 노파가 한 입의 피를 뿜어내는지라. 대신사가 그 아들로 하여금 물로 그 입에 대게 하니 노파가 문득 일어나 앉아 이전과 같더라.
포덕 1년 전 기미(己未) 10월에 대신사가 울산으로부터 경주 용담(龍潭)에 돌아와서 거주하시다. 이로부터 대신사가 산 밖에 나가지 않기로 맹서하시고 이름을 고쳐 제우(濟愚)라 하시며 문의 처마에 “도의 기운이 길게 있어 바르지 못함이 들어올 수 없고, 세상 뭇사람과 한가지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쓴 입춘시(立春詩) 한 구절로써 걸어놓으시고 석간수(泉石)에 소요하시며 방 안에 묵좌(默坐)하셔 오로지 심사명상(沈思冥想)으로써 업을 삼으시니라.
포덕 1년 경신(庚申) 4월 5일에 대신사가 목욕재계하시고 초당에 홀로 앉으시더니 문득 마음과 몸이 두렵고 차서 병은 증세를 알지 못하고 말은 형상키 어려울 때에 무슨 신선의 말이 있어 문득 귀에 들어오더니 밖으로 신령을 접하는 기운이 있고 안으로 강화(降話)의 가르침이 있니 살펴보아도 보지 못하고 자세히 들어도 듣지 못할지라. 대신사가 놀라 일어나 물으시니
말씀이 “세상 사람이 나를 상제(上帝)라 말하나니 너는 상제를 알지 못하느냐.”
대신사가 그 그러한 바를 물으시니
말씀이 “개벽(開闢) 후 5만년에 나 또한 공(功)이 없는지라. 따라서 너를 세간에 낳아서 이 법을 가르치게 하노니 의심치 말며 의심치 말라.”
대신사가 말하기를 “서도(西道)로써 사람을 가르칩니까?”
말씀이 “나에게 영부(靈符)가 있으니 그 이름은 신선의 약(仙藥)이요, 그 형태는 태극(太極)이오, 또 모양은 궁궁(弓弓)이니 나의 이 부적을 받아 사람의 질병을 구하고 나의 주문(呪文)을 받아 사람을 가르치되 나를 위하게 하면 너 또한 오래 살아 덕을 천하에 펼치리라.”
대신사가 다시 수심정기(守心正氣)하시고 그 까닭이 그러함을 물으시니
말씀이 “나의 마음이 즉 너의 마음이니 사람이 어찌 이를 알리오? 하늘과 땅은 알되 귀신은 알지 못하였나니 귀신이라 함도 나니라. 너에게 무궁하고 무궁한 도를 주노니 닦고 정련하며 그 글을 만들어 사람을 가르치고 그 법을 바르게 하여 덕을 베풀면 네가 오래 살아 천하에 밝게 비출 것이리라.”
상제 말씀에 “너는 흰 종이를 펼쳐 나의 부도(符圖)를 받아라.”
대신사가 흰 종이를 펼치니 부도가 완연히 종이 위에 있는지라. 대신사가 그 아들을 불러 보라고 하셨는데 그 아들이 이를 보지 않거늘 상제가 말하기를 “우매인생이 어찌 능히 이를 보리오. 너는 붓으로 써서 불태워서 청수(淸水)에 섞어 마셔라.”
대신사가 따라서 한 장을 써서 마신 즉 냄새도 없고 맛도 없는지라.
상제 말씀에 “이는 곧 너의 흉중에 간직한 불사약(不死藥)이니 이를 마시면 너는 반드시 천수(天壽)를 얻을 것이다.”
대신사가 수백 장을 써서 계속 마시니 점차 가느다란 몸이 부윤(富潤)하고 용모는 완전 변하게 되더라. 대신사가 바야흐로 신선의 약(仙藥)됨을 아시고 인하여 사람에게 맛을 보게 하니 혹 다르거나 다르지 안거나의 구별이 있는지라. 그 단서를 알지 못해 그 그러한 바를 살핀 즉 삼가고 또 삼가하는 자는 매번 들어맞고 도덕을 거스른 자는 하나하나가 효과가 없으니, 이 곧 사람의 삼가고 공경함(誠敬)을 받음으로써 이니라. 대신사가 이에 “황하가 맑아지고 봉황이 우는 것을 누가 능히 알리오. 운수가 어느 곳으로부터 오는지 내 알지 못하노라”는 한 구절의 시를 지으시다.
상제가 대신사를 시험하여 말하기를 “너의 인격이 출중하니 너로써 백의재상(白衣相)이 되게 하리라.”
대신사가 말하기를 “부하고 귀함은 원래 내가 하고자하는 바가 아니라.” 하시니 말하기를 “네가 그러하지 아니한 즉 나의 조화를 받아서 행하라.”
대신사가 가르침에 의해 시험하시니 이는 모두 세간통속의 운용(運用)이라. “내가 이를 하고자 하지 아니하노라” 하시니 말하기를 “이는 천지간의 큰 조화이니 너는 이를 행하라.”
대신사가 또한 이를 행하고 답하되, “이는 세간을 널리 구제하는 도가 아니라 이로써 사람을 가르치면 반드시 사람을 그르침이 많을지라” 하여 마침내 행하지 않으시니 상제가 또 말하기를 “이 조화는 참으로 가히 행할만하니 너는 성심으로 행함이 가하니라.”
대신사가 굳세게 행하셨지만 또 전일과 다름이 없는지라. 그 후는 비록 상제의 명교(命敎)가 있으나 맹서코 듣지 아니하리라 하시고 마침내 음식을 끊은 지 십일일에 이르시니 상제가 말하기를,
“훌륭하구나. 너의 뜻이. 아름답구나. 너의 절개여. 너에게 끝이 없는 조화를 내려서 덕을 천하에 펼치게 하리라.”
대신사가 이에 수심정기(守心正氣)하시고 이를 받아서 수련한 지 1년에 미침에 자연의 이치 아님이 없는지라. 마침내 용담가(龍潭歌), 교훈가(敎訓歌)를 지으시다.
용담가(龍潭歌)
국호는 조선이오 읍호는 경주로다
성호(城號)는 월성(月城)이오 수명(水名)은 문수(汶水)로다
기자(箕字) 때 왕도로서 일천년 아닐런가
동도(東都)는 고국(故國)이오 한양은 신부(新府)로다
아(我) 동방 생긴 후에 이런 왕도(王都) 또 있는가
수세(水勢)도 좋거니와 산기(山氣)도 좋을시고
금오(金鰲)는 남산이오 구미(龜尾)는 서산이라
봉황대(鳳凰臺) 높은 봉은 봉거대공(鳳去臺空) 하여있고
첨성대(瞻星臺) 높은 탑은 월성을 지켜있고
청옥적(靑玉笛) 황옥적(黃玉笛)은 자웅으로 지켜있고
일천년 신라국은 소래를 지켜내네
어화 세상 사람들아 이런 승지(勝地) 구경하소
동읍삼산(東挹三山) 볼작시면 신선(神仙)없기 괴이하다
서읍주산(西挹周山) 있었으니 추로지풍(鄒魯之風) 없을 소냐
어화 세상 사람들아 고도강산(故都江山) 구경하소
인걸은 지령(地靈)이라 명현달사(名賢達士) 아니 날까
하물며 구미산은 동도지 주산일세
어화세상 사람들아 나도 또한 출세 후에
고도강산 지켜내어 세세 유전(遺傳) 아닐런가
기장(奇壯)하다 기장하다 구미산기(龜尾山氣) 기장하다
거룩한 가암최씨(佳岩崔氏) 복덕산(福德山) 아닐런가
구미산 생긴 후에 우리 선조 나셨구나
가련하다 가련하다 우리 부친 가련하다
구미용담 좋은 승지 도덕문장 닦아내어
구미산하 일정각(一亭閣)을 용담(龍潭)이라 이름하고
산림처사(山林處士) 일포의(一布衣)로 후세에 전(傳)탄말가
가련하다 가련하다 이내 가운(家運) 가련하다
나도 또한 출세 후로 득죄부모(得罪父母) 아닐런가
불효불효 못 면하니 적세원울(積世冤鬱) 아닐런가
불우시지(不遇時之) 남아로서 허송세월 하였구나
인간만사 행하다가 거연사십(遽然四十) 되었더라
사십평생 이뿐인가 무가내(無可奈)라 할길없다
구미용담 찾아오니 흐르나니 물소리요
높으나니 산이로세 좌우산천 둘러보니
산수는 의구하고 초목은 함정(含情)하니
오작(烏鵲)은 날아들어 조롱을 하는 듯고
송백(松柏)은 울울하여 정절을 지켜내니
불효한 이내 마음 비감회심(悲感悔心) 절로 난다
가련하다 이내 부친 여경(餘慶)인들 없을 소냐
처자불러 효유(曉喩)하고 이렁그렁 지내나니
천은(天恩)이 망극하여 경신(庚申) 사월 초오일에
글로 어찌 기록하며 말로 어찌 형언할까
만고없는 무극대도(無極大道) 여몽여각(如夢如覺) 득도(得道)로다
기장하다 기장하다 이내 운수 기장하다
한울님 하신 말씀 개벽(開闢) 후 오만년에
네가 또한 첨이로다 나도 또한 개벽 이후
노이무공(勞而無功) 하다가서 너를 만나 성공하니
나도 성공 너도 득의(得意) 너의 집안 운수로다
이 말씀 들은 후에 심독희(心獨喜) 자부(自負)로다
어화 세상 사람들아 무극지운(無極之運) 닥친 줄을
너희 어찌 알까보냐 기장하다 기장하다
이내 운수 기장하다 구미산수 좋은 승지
무극대도 닦아내니 오만년지(五萬年之) 운수로다
만세일지(萬世一之) 장부(丈夫)로서 좋을시고 좋을시고
이내 운수 좋을시고 구미산수 좋은 풍경
물형(物形)으로 생겼다가 이내 운수 맞혔도다
지지엽엽(枝枝葉葉) 좋은 풍경 군자낙지(君子樂地) 아닐런가
일천지하(一天地之下) 명승지(名勝地)로 만학천봉(萬壑千峯) 기암괴석(奇岩怪石)
산마다 이러하며 억조창생(億兆蒼生) 많은 사람
사람마다 이러할까 좋을시고 좋을시고
이내 신명 좋을시고 구미산수 좋은 풍경
아무리 좋다 해도 나 아니면 이러하며
나 아니면 이런 산수 아(我) 동방(東方) 있을소냐
나도 또한 신선이라 비상천(飛上天) 한다 해도
이내 선경(仙境) 구미용담 다시 보기 어렵도다
천만년 지내온들 아니 잊자 맹세해도
무심한 구미용담 평지(平地)되기 애달하다.
교훈가(敎訓歌)
왈이자질(曰爾子侄) 아해(兒孩)들아 경수차서(敬受此書)하였어라
너희도 이 세상에 오행(五行)으로 생겨나서
삼강(三綱)을 법(法)을 삼고 오륜(五倫)에 참여해서
이십 살 자라나니 성문고족(盛門孤族) 이내 집안
병업(病業) 없는 너의 거동 보고나니 경사로다
소업(所業) 없이 길러내니 일희일비(一喜一悲) 아닐런가
내 역시 이 세상에 자아시(自兒時) 지낸 일을
역력히 생각하니 대저 인간 백천만사(百千萬事)
행(行)코 나니 그 뿐이오 겪고 나니 고생일세
그 중에 한 가지도 소업성공(所業成功) 바이없어
흉중에 품은 회포 일소일파(一笑一罷) 하온 후에
이내 신명 돌아보니 나이 이미 사십이오
세상풍속 돌아보니 여차여차(如此如此) 우여차(又如此)라
아서라 이내 신명 이 밖에 다시없다
구미용담(龜尾龍潭) 찾아들어 중한 맹서 다시 하고
부처(夫妻)가 마주 앉아 탄식하고 하는 말이
대장부 사십 평생 하염없이 지내나니
이제야 할길 없네 자호(字號) 이름 다시 지어
불출산외(不出山外) 맹서하니 기의심장(其意深長) 아닐런가
슬프다 이내 신명 이리될 줄 알았으면
윤산(潤産)은 고사하고 부모님께 받은 세업(世業)
근력기중(勤力其中) 하였으면 악의악식(惡衣惡食) 면치마는
경륜(經綸)이나 있는 듯이 효박(淆薄)한 이 세상에
혼자 앉아 탄식하고 그럭저럭 하다 가서
탕패산업(蕩敗産業) 하였으니 원망도 쓸 데 없고
한탄도 쓸 데 없네 여필종부(女必從夫) 아닐런가
자내 역시 자아시(自兒時)로 호의호식 하던 말을
일시도 아니 말면 부화부순(夫和婦順) 무엇이며
강보에 어린 자식 불인지사(不忍之事) 아닐런가
그말 저말 다 던지고 차차차차 지내보세
천생만민(天生萬民) 하였으니 필수기직(必授其職) 할 것이오
명내재천(命乃在天) 하였으니 죽을 염려 왜 있으며
한울님이 사람 낼 때 녹(祿) 없이는 아니 냈네
우리라 무슨 팔자 그다지 기험할고
부하고 귀한 사람 이전 시절 빈천(貧賤)이오
빈하고 천한 사람 오는 시절 부귀(富貴)로세
천운(天運)이 순환(循環)하사 무왕불복(無往不復)하시나니
그러나 이내 집은 적선적덕(積善積德) 하온 공(功)은
자전자시(自前自始) 고연(固然)이라 여경(餘慶)인들 없을 소냐
세세유전(世世遺傳) 착한 마음 잃지 말고 지켜내어
안빈낙도(安貧樂道) 하온 후에 수신제가(修身齊家) 하여보세
아무리 세상사람 비방하고 원망 말을
청이불문(聽而不聞) 하여 두고 불인지사(不忍之事) 흉(凶)한 빛을
시지불견(視之不見) 하여 두고 어린 자식 효유(曉喩)해서
매매사사(每每事事) 교훈(敎訓)하여 어진 사람 본을 받아
가정지업(家庭之業) 지켜 내면 그 아니 낙(樂)일런가
이럭 그럭 안심해서 칠팔삭(七八朔) 지내나니
꿈일런가 잠일런가 무극대도(无極大道) 받아 내어
정심수신(正心修身) 하온 후에 다시 앉아 생각하니
우리 집안 여경인가 순환지리(循環之理) 회복인가
어찌 이리 망극(罔極)한고 전만고(前萬古) 후만고(後萬古)를
역력히 생각해도 글도 없고 말도 없네
대저 생령(生靈) 많은 사람사람 없어 이러한가
유도불도(儒道佛道) 누천년에 운이 역시 다 했던가
윤회(輪回) 같이 둘린 운수 내가 어찌 받았으며
이 세상 없는 사람 내가 어찌 있었던가
아마도 이내 일은 잠자다가 얻었던가
꿈꾸다가 받았던가 측량치 못할러라
사람을 가렸으면 나만 못한 사람이며
재질을 가렸으면 나만 못한 재질이며
만단의아(萬端疑訝) 두지만은 한울님이 정하시니
무가내(無可奈)라 할길 없네 사양지심(辭讓之心) 있지만은
어디 가서 사양하며 문의지심(問議之心) 있지만은
어디 가서 문의하며 편안척자(片言隻字) 없는 법을
어디 가서 본을 볼고 묵묵부답(默默不答) 생각하니
고친 자호(字號) 방불(彷彿)하고 어린 듯이 앉았으니
고친 이름 분명하다 그럭저럭 할 길 없어
없는 정신 가다듬어 한울님께 아뢰오니
한울님 하신 말씀 너도 역시 사람이라
무엇을 알았으며 억조창생(億兆蒼生) 많은 사람
동귀일체(同歸一體) 하는 줄을 사십 평생 알았던가
우습다 자네 사람 백천만사(百千萬事) 행할 때는
무슨 뜻을 그러하며 입산한 그날부터
자호(字號) 이름 고칠 때는 무슨 뜻을 그러하며
소위 입춘(立春) 비는 말은 복록(福祿)은 아니 빌고
무슨 경륜 포부 있어 세간중인(世間衆人) 부동귀(不同歸)라
의심 없이 지어내며 완연이 붙여두니
세상 사람 구경할 때 자네 마음 어떠한고
그런 비위(脾胃) 어디 두고 만고 없는 무극대도(无極大道)
받아 놓고 자랑하니 그 아니 개자한가
세상사람 돌아보니 많고 많은 그 사람에
인지재질(人之才質) 가려내어 총명노둔(聦明魯鈍) 무엇이며
세상사람 저어하며 의아탄식(疑訝歎息) 무엇인고
남만 못한 사람인 줄 네가 어찌 알았으며
남만 못한 재질인 줄 네가 어찌 아잔말고
그런 소리 말았어라 낙지이후(落地以後) 첨이로다
착한 운수 눌러놓고 포태지수(胞胎之數) 정해 내어
자아시(自兒時) 자라날 때 어느 일은 내 모르며
격치만물(格致萬物) 하는 법과 백천만사(百千萬事) 행하기를
조화중(造化中)에 시켰으니 출등인물(出等人物) 하는 일은
비비유지(比比有之) 아닐런가 지각없는 세상사람
원한 듯이 하는 말이 아모는 이 세상에
재승박덕(才勝薄德) 아닐런가 세전산업(世傳産業) 탕패(蕩敗)하고
구미용담(龜尾龍潭) 일정각(一亭閣)에 불출산외(不出山外) 하는 뜻은
알다가도 모를러라 간난(艱難)한 저 세정(世情)에
세상사람 한데 섞여 아유구용(阿諛求容) 한다 해도
처자보명(妻子保命) 모르고서 가정지업(家庭之業) 지켜내어
안빈낙도 한단 말은 가소절창(可笑絶唱) 아닐런가
이말 저말 붕등(崩騰)해도 내가 알지 네가 알까
그런 생각 두지 말고 정심수도(正心修道) 하였어라
시킨 대로 시행해서 차차차차 가르치면
무궁조화(無窮造化) 다 던지고 포덕천하(布德天下) 할 것이니
차제 도법(道法) 그뿐일세 법을 정(定)코 글을 지어
입도한 세상사람 그 날부터 군자되어
무위이화(無爲以化) 될 것이니 지상신선(地上神仙) 네 아니냐
이 말씀 들은 후에 심독희(心獨喜) 자부(自負)로다
그제야 이날부터 부처(夫妻)가 마주 앉아
이말 저말 다한 후에 희희낙담(喜喜樂談) 그뿐일세
이제는 자네 듣소 이내 몸이 이리 되니
자소시(自少時) 하던 작난(作亂) 여광여취(如狂如醉) 아닐런가
내 역시 하든 말이 헛말이 옳게 되니
남아(男兒) 역시 출세 후에 작란도 할 것이오
헛말인들 아니할까 자네 마음 어떠턴고
노처(老妻)의 거동 보소 묻는 말은 대답 않고
무릎안고 입 다시며 세상 소리 서너 마디
근근이 끌어내어 천장(天帳)만 살피면셔
꿈 일런가 잠 일런가 허허 세상 허허 세상
다같이 세상사람 우리 복이 이러한가
한울님도 한울님도 이리될 우리 신명(身命)
어찌 앞날 지낸 고생(苦生) 그다지 시키신고
오늘이사 참 말이지 여광여취(如狂如醉) 저 양반(兩班)을
간 곳마다 따라 가서 지질한 그 고생을
누로 대해 그말 하며 그 중에도 집에 들면
장담(壯談)같이 하는 말이 그 사람도 그 사람도
고생이 무엇인고 이내 팔자 좋을진대
희락(喜樂)은 벗을 삼고 고생은 희락이라
잔말 말고 따라가세 공노(空老)할 내 아니라
내 역시 얼척없어 얼굴을 뻔히 보며
중심(中心)에 한숨지어 이적지 지낸 일은
다름이 아니로다 인물대접(人物待接) 하는 거동
세상사람 아닌듯고 처자에게 하는 거동
이내 진정 지극하니 천운(天運)이 있게 되면
좋은 운수 회복할 줄 나도 또한 알았습네
일소일파(一笑一罷) 하온 후에 불승기락(不勝其樂) 되었더라
그럭저럭 지내다가 통개중문(通開重門) 하여두고
오는 사람 가르치니 불승감당(不勝堪當) 되었더라
현인군자(賢人君子) 모여들어 명명기덕(明明其德) 하였나니
성운성덕(聖運聖德) 분명하다 그 모르는 세상사람
승기자(勝己者) 싫어할 줄 무근설화(無根說話) 지어내어
듣지 못한 그 말이며 보지 못한 그 소리를
어찌 그리 지어내어 향인설화(向人說話) 분분한고
슬프다 세상사람 내 운수 즣아하니
네 운수 가련할 줄 네가 어찌 아잔말고
가련하다 경주향중 무인지경(無人之境) 분명하다
어진 사람 있게 되면 이런 말이 왜 있으며
향중풍속(鄕中風俗) 다 던지고 이내 문운(門運) 가련하다
알도 못한 흉언괴설(凶言怪說) 남보다도 배(倍)나 하며
육친(六親)이 무슨 일로 원수같이 대접하노
살부지수(殺父之讐) 있었던가 어찌 그리 원수(冤讐)런고
은원(恩冤) 없이 지낸 사람 그 중에 싸잡혀서
또 역시 원수되니 조걸위학(助桀爲虐) 아닐런가
아무리 그러해도 죄 없으면 그뿐일세
아무리 그러해도 나도 세상 사람으로
무단(無端)이 사죄(死罪)없이 모함(謀陷) 중에 든단 말가
이 운수 아니려면 무죄한들 면할 소냐
하물며 이내 집은 과문지▣(過門地▣) 아닐런가
아서라 이내 신명 운수도 믿지 만은
감당도 어려우되 남의 이목 살펴두고
이갈이 아니 말면 세상을 능멸한 듯
관장(官長)을 능멸한 듯 무가내(無可奈)라 할길 없네
무극(无極)한 이내 도는 내 아니 가르쳐도
운수있는 그 사람은 차차차차 받아다가
차차차차 가르치니 나 없어도 당행(當行)일세
행장(行裝)을 차려 내어 수천리를 경영하니
수도하는 사람마다 성지우성(誠之又誠) 하지만은
모우미성(毛羽未成) 너희들을 어찌하고 가잔말고
잊을 도리 전혀 없어 만단효유(萬端曉喩) 하지만은
차마 못한 이내 회포 역지사지(易地思之) 하였서라
그러나 할길 없어 일조분리(一朝分離) 되었더라
멀고 먼 가는 길에 생각나니 너희로다
객지에 외로이 앉아 어떤 때는 생각나서
너의 수도 하는 거동 귀에도 쟁쟁하고
눈에도 암암(暗暗)하며 어떤 때는 생각나서
일사위법(日事違法) 하는 빛이 눈에도 거슬리며
귀에도 들리는 듯 아마도 너의 거동
일사위법 분명하다 명명(明明)한 이 운수는
원한다고 이러하며 바란다고 이러할까
아서라 너의 거동 아니 봐도 보는 듯다
부자유친(父子有親) 있지마는 운수 좇아 유친(有親)이며
형제일신(兄弟一身) 있지마는 운수 좇아 일신(一身)인가
너희 역시 사람이면 남의 수도 하는 법을
응당히 보지마는 어찌 그리 매몰(埋沒)한고
지각없는 이것들아 남의 수도 본을 받아
성지우성(誠之又誠) 공경해서 정심수도(正心修身) 하였어라
아무리 그리 해도 이내 몸이 이리 되니
은덕이야 있지만은 도성입덕(道成立德) 하는 법은
한 가지는 정성이요 한 가지는 사람이라
부모의 가르침을 아니 듣고 낭유(浪遊)하면
금수(禽獸)에 가즉하고 자행자지(自行自止) 아닐런가
부자형제 그 가운데 도성입덕(道成立德) 각각이라
대저 세상사람 중에 정성 있는 그 사람은
어진 사람 분명하니 작심(作心)으로 본을 보고
정성공경 없단 말가 애달하다 너의 거동
출등(出等)한 현인(賢人)들은 바랄 줄 아니로되
사람의 아래 되고 도덕에 못 미치면
자직지얼(自作之孽)이라도 나는 또한 한이로다
운수야 좋거니와 닦아야 도덕이라
너희라 무슨 팔자 불로자득(不勞自得) 하단 말가
해음없는 이것들아 나를 믿고 그러하나
나는 도시 믿지 말고 한울님만 믿었어라
네 몸에 모셨으니 사근취원(捨近取遠) 하단 말가
나 역시 바라기는 한울님만 전혀 믿고
해몽(解蒙) 못한 너희들은 서책(書冊)을 아주 폐코
수도하기 힘쓰기는 그도 또한 도덕이라
문장이고 도덕이고 귀어허사(歸於虛事) 될까보다
열세자 지극하면 만권시서(萬卷詩書) 무엇이며
심학(心學)이라 하였으니 불망기의(不忘其義) 하였어라
현인군자(賢人君子) 될 것이니 도성입덕(道成立德) 못 미칠까
이같이 쉬운 도를 자포자기(自暴自棄) 하단 말가
애달하다 너희 사람 어찌 그리 매몰(埋沒)한고
탄식하기 괴롭도다 요순(堯舜)같은 성현(聖賢)들도
불초자(不肖子) 두었으니 한할 것이 없다마는
우선(于先)에 보는 도리 울울한 이내 회포
금(禁)차 하니 난감이오 두자 하니 애달해서
강작(强作)히 지은 문자 구구자자 살펴 내어
방탕지심(放蕩之心) 두지 말고 이내 경계 받아 내어
서로 만날 그 시절에 괄목상대(括目相對) 되게 되면
즐겁기는 고사하고 이내 집안 큰 운수라
이 글 보고 개과(改過)하여 날 본 듯이 수도하라
부디 부디 이글 보고 남과 같이 하였어라
너희 역시 그러다가 말래지사(末來之事) 불미(不美)하면
날로 보고 원망할까 내 역시 이 글 전해
효험없이 되게 되면 네 신세 가련하고
이내 말 헛말 되면 그 역시 수치로다
너희 역시 사람이면 생각하고 생각할까
크게 깨달은 후 한 점의 의혹도 없었다
대신사가 덕을 천하에 펴고자할 새 먼저 주문(呪文) 2개와 참회문(懺悔文)을 지어서 하나는 스스로 외시고 하나는 도제(徒弟)에게 내려주시다.
주문(呪文)
1. 선생 주문(先生呪文)
“지극한 기운이 이제 이르러 4월에 내림하였습니다(至氣今至四月來).”
“한울님을 모시었사오니 저로 하여금 장생케 하시고 영원토록 만사를 알게 하소서(侍天主令我長生 無窮無窮萬事知).”
2. 제자 주문(弟子呪文)
“한울님을 위하나니 저의 사정을 돌봐 주시고 평생 잊지 아니 하오니 모든 일을 옳은 길로 인도하여 주소서(爲天主 顧我情 永世不忘 萬事宜).”
“지극한 기운이 이제 이르렀사오니 크게 내려주시기를 원하옵니다(至氣今至願爲大降).”
“한울님을 모시었으니 조화가 정해지게 하시고 영원히 잊지 않게 해 주시고 만사를 깨달아 알 수 있게 하소서(侍天主造化定永世不忘萬事知).”
3. 참회문(懺悔文)
“아무 나라에 태어나 살면서 욕되이 인륜에 처하여 천지의 덮고 실어주는 은혜를 느끼며 해와 달이 비추어 주는 덕을 입었으나, 아직 참에 돌아가는 길을 깨닫지 못하고 오랫동안 고해(苦海)에 잠기어 마음에 잊고 잃음이 많더니, 이제 이 성세(聖世)에 도를 선생께 깨달아 이전의 허물을 참회하고 일체의 선에 따르기를 원하여, 길이 모셔 잊지 아니하고 도를 마음공부에 두어 거의 수련하는데 이르렀습니다. 이제 좋은 날에 도량(道場)을 깨끗이 하고 지극한 정성과 지극한 소원으로 받들어 청하오니 감응하옵소서.”
대신사가 또 강화(降話)의 가르침을 받으셔서 내일로써 부모의 산소에 성묘코자 하시더니 밤에 큰 비로 갈 수 없게 된지라. 무리가 모두 만류하심에도 불구하시고 마침내 집을 나서시니 비록 우비[雨具]가 없었으나 옷과 망건이 젖지 않으시더라. 그 큰집 조카 맹륜(孟倫)의 집에 가서 마부와 말을 빌려 50리의 거리(路程)를 가고 돌아오실 때 태양이 머리 위를 비추어 마부와 말이 모두 젖지 아니하시다.
상제가 말하기를, “지금에 큰 운이 근심하도다. 사람의 욕심이 하늘에 그윽할 새 도덕이 땅에 쓸리고 떳떳한 윤리(彝倫)가 이미 섞여서 이른바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하며,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남편은 남편다워야 하고 아내는 아내다워야 하는 도가 내가 차례를 정한 바와 다르고 지키고 다스리는 관리가 백성을 학대하고 정사를 잘못하여 상하고 해함이 많은 지라. 네가 가르치고 되게 하여 나의 큰 덕을 따르게 하라” 하시다.
포덕 2년 신유(辛酉) 봄에 이르러서는 사방의 현명한 선비(賢士)가 풍화(風化)를 듣고 오는 자가 매우 많은지라. 이에 덕을 펼치고자 할 때 도는 하늘의 도(天道)라 이름 하시고 그 강령은 수심정기(守心正氣)와 성경신(誠敬信)이라 하시고 도를 닦는 절차를 정하시니 그 큰 절차는 청수(淸水)를 책상 위에 차려 놓고 바르게 두 손을 맞잡고 꿇어 앉아 하늘을 생각하며 주문을 읽을 것이오, 그 세세한 절차는 잠자고 먹음을 반드시 고하고 나가고 들어옴을 반드시 고하며 악을 행하지 않고, 탐하지 않고, 음란하지 않음으로써 마음의 계훈으로 삼으시다.
3월에 대신사가 포덕문(布德文)을 지으시다.
포덕문(布德文)
“대체로 옛적부터 봄과 가을이 갈아들고 사시가 성하고 쇠함이 옮기지도 아니하고 바뀌지도 아니하니 이 또한 한울님 조화의 자취가 천하에 뚜렷한 것이로되 어리석은 사람들은 비와 이슬의 혜택을 알지 못하고 무위이화(無爲而化)로 알더니, 오제(五帝) 후부터 성인이 나시어 일월성신(日月星辰)과 천지도수(天地度數)를 글로 적어내어 천도(天道)의 떳떳함을 정하여 일동일정(一動一靜)과 일성일패(一盛一敗)를 천명(天命)에 부쳤으니, 이는 천명을 공경하고 천리(天理)를 따르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사람은 군자가 되고 학은 도덕을 이루었으니, 도는 천도요 덕은 천덕이라. 그 도를 밝히고 그 덕을 닦음으로 군자가 되어 지극한 성인에까지 이르렀으니 어찌 부러워 감탄하지 않으리오. 또 이 근래에 오면서 온 세상 사람이 각자 마음으로 하여 천리를 순종치 아니하고 천명을 돌아보지 아니하므로 마음이 항상 두려워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였더라. 경신년에 와서 전해 듣건대 서양 사람들은 천주(天主)의 뜻이라 하여 부귀는 취하지 않는다 하면서 천하를 쳐서 빼앗아 그 교당을 세우고 그 도를 행한다고 하므로 나 또한 그것이 그럴까 어찌 그것이 그럴까 하는 의심이 있었더니, 뜻밖에도 사월에 마음이 섬뜩해지고 몸이 떨려서 무슨 병인지 집증(執症)할 수도 없고 말로 형상하기도 어려울 즈음에 어떤 신선의 말씀이 있어 문득 귀에 들리므로 놀라 캐어물은 즉 대답하시기를 “두려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 세상 사람이 나를 상제라 이르거늘 너는 상제를 알지 못하느냐.”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시기를 “나 또한 공이 없으므로 너를 세상에 내어 사람에게 이 법을 가르치게 하니 의심하지 말고 의심하지 말라.” 묻기를 “그러면 서도(西道)로써 사람을 가르칠 것입니까?” 대답하기를 “그렇지 아니하다. 나에게 영부(靈符)가 있으니 그 이름은 선약(仙藥)이요 그 형상은 태극(太極)이요 또 형상은 궁궁(弓弓)이니, 나의 영부를 받아 사람을 질병에서 건지고 나의 주문을 받아 사람을 가르쳐서 나를 위하게 하면 너 또한 장생하여 덕을 천하에 펴리라.” 나 또한 그 말씀에 느끼어 그 영부를 받아써서 물에 타서 마셔 본 즉 몸이 윤택해지고 병이 낫는지라. 바야흐로 선약인줄 알았더니 이것을 병에 써봄에 이른 즉 혹 낫기도 하고 낫지 않기도 하므로 그 까닭을 알 수 없어 그러한 이유를 살펴본 즉 정성드리고 또 정성을 드리어 지극히 한울님을 위하는 사람은 매번 들어맞고 도덕을 순종치 않는 사람은 조금도 효험이 없었으니 이것은 받는 사람의 정성과 공경이 아니겠는가. 이러므로 우리나라는 악질(惡疾)이 세상에 가득 차서 백성들이 언제나 편안할 때가 없으니 이 또한 상해(傷害)의 운수이다. 서양은 싸우면 이기고 치면 빼앗아 이루지 못하는 일이 없으니 천하가 다 멸망하면 또한 순망지탄(脣亡之歎)이 없지 않을 것이라. 보국안민(輔國安民)의 계책이 장차 어디서 나올 것인가. 애석하다. 지금 세상 사람은 시운을 알지 못하여 나의 이 말을 들으면 들어가서는 마음으로 그르게 여기고 나와서는 모여서 수군거리며 도덕을 순종치 아니하니 심히 두려운 일이로다. 어진 사람도 이를 듣고 그것이 혹 그렇지 않다고 여기니 내 못내 개탄하거니와 세상은 어찌 할 수 없는지라. 간략하나마 적어내어 가르쳐 보이니 공경히 이 글을 받아 삼가 교훈의 말씀으로 삼을지라.“
이 해 6월 10일에 대신사가 호연히 남쪽으로 가겠다는 뜻을 이미 결정하신지라. 조만간 출발하고자 할 때 탄식하며 말하기를 “요사이 도에 들어온 자가 가히 모우미성(毛羽未成)이라 할지라. 누가 장차 이를 가르치고 이끌어서 진실에 들어오게 하리오. 그러나 하늘의 명이라 어기지 못하리라” 하시고 마침내 호남(湖南)으로 향하셨다. 성주(星州)를 지나시다가 충무공(忠武公) 이순신(李舜臣) 사당에 절하시고 남원(南原)에 이르러 10여일을 머무셨다. 당 지역의 산수풍토와 인심풍속을 관찰하시고 인하여 제자(門弟) 최중의(崔仲義)를 대동하시고 방방곡곡을 두루 편력하시고 은적암(隱寂庵)에 이르셨다.
대신사가 은적암에 사시면서 오로지 성품을 연마하고 마음을 닦음(鍊性修心)으로 업을 삼기를 어언 한해가 마침내 이윽고 저물어 섣달에 해당한지라. 각지의 제자에 대하여 서로 일치하는(照應) 뜻을 금하기 어려워서 도를 닦는 뜻으로 도수사(道修詞), 권학가(勸學歌)를 지으셔 도제(徒弟)에게 나누어 알리시고 또 논학문(論學文)을 지으시다.
도수사(道修詞)
광대한 이 천지에 정처 없이 발정(發程)하니
울울한 이내 회포 부칠 곳 바이없어
청려(靑藜)를 벗을 삼아 여창(旅窓)에 몸을 비켜
전전반측 하다 가서 홀연히 생각하니
나도 또한 이 세상에 천은(天恩)이 망극하여
만고 없는 무극대도(无極大道) 여몽여각(如夢如覺) 받아 내어
구미용담 좋은 풍경 안빈낙도 하다가서
불과 일년 지낸 후에 원처근처(遠處近處) 어진 선비
풍운같이 모와드니 낙중우락(樂中又樂) 아닐런가
이내 좁은 소견으로 구법교도(敎法敎道) 하다기서
불과 일년 지낸 후에 망창(忙蒼)한 이내 걸음
불일발정(不日發程) 하자 하니 각처에 모든 벗은
편언척자(片言隻字) 바이 없고 세세 사정 못 미치니
양협(量狹)한 이 내 소견 수 천리 밖에 앉아
이제야 깨닫고서 말을 하고 글을 지여
천리고향 전해 주니 어질고 어진 벗은
매몰한 이내 사람 부디 부디 갈지 말고
성경(誠敬) 이자(二字) 지켜 내여 차차차차 닦아 내면
무극대도 아닐런가 시호시호(時乎時乎) 그때 오면
도성입덕(道成立德) 아닐런가 어질다 모든 벗은
우매한 이내 말씀 잊지 말고 생각하소
성경현전(聖經賢傳) 살폈으니 연원도통(淵源道統) 알지마는
사장사장(師長師長) 서로 전해 빋는 것이 연원이오
그 중에 가장 높아 신통육예(身通六藝) 도통일세
공부자(孔夫子) 어진 도덕 일관으로 이름해도
삼천제자 그 가운데 신통육예 몇몇인고
칠십이인 도통해서 전천추 후천추에
일관으로 전(傳)차 해도 일천년 못 지나서
전방자(田子方) 단간목(段干木)이 난법난도(亂法亂道) 하였으니
그 아니 슬플소냐 어질다 이내 벗은
자고급금(自古及今) 본을 받아 순리순수(順理順數) 하였어라
십년을 공부해서 도성입덕 되게 되면
속성(速成)이라 하지마는 무극(无極)한 이내 도는
삼년 불성(不成) 되게 되면 그 아니 헛말인가
급급한 제군들은 인사(人事)는 아니 닦고
천명(天命)만 바라오니 졸부귀(卒富貴) 불상(不祥)이라
만고유전(萬古遺傳) 아닐런가 수인사(修人事) 대천명(待天命)은
자세히도 알지 마는 어찌 그리 급급한고
인지재질(人之才質 가려 내여 상중하재(上中下才) 있지 마는
양협(量狹)한 이내 소견 활달한 현인군자(賢人君子)
세상을 탄식해서 심망의촉(心忙意促) 하는 빛을
의심없이 나타내니 입도한 그 가운데
몰몰(沒沒)한 지각자(知覺者)는 말로 듣고 입도해서
말로 배워 주문 외워 도성덕립 무엇인지
나도 득도 너도 득도 효박(淆薄)한 이 세상에
불사(不似)한 저 사람은 어찌 저리 불사한고
어질다 모든 벗은 자세(仔細) 보고 안심하소
위가 미덥지 못하면 아래가 의심하며
위가 공경치 못하면 아래가 거만하니
이런 일을 본다 해도 책재원수(責在元帥) 아닐런가
이는 역시 그러해도 수신제가(修身齊家) 아니 하고
도성입덕 무엇이며 삼강오륜(三綱五倫) 다 버리고
현인군자 무엇이며 가도화순(家道和順) 하는 법은
부인(婦人)에게 관계하니 가장이 엄숙하면
이런 빛이 왜 있으며 부인경계(夫人警誡) 다 버리고
저도 역시 괴이하니 절통(切痛)코 애달하다
유시부(有是夫) 유시처(有是妻)라 하는 도리 없다마는
현숙(賢淑)한 모든 벗은 차차차차 경계해서
안심수도(安心修道) 하여 주소 내가 역시 수치(羞恥)하면
재방(在傍한) 자네들은 불미지사(不美之事) 아닐런가
관기동정(觀其動靜) 하지 말고 진선진미(盡善盡美) 효유(曉喩)해서
이내 수치 씿어주면 그 아니 성덕인가
남의 사장(師長) 되는 법은 내자불거(來者不去) 아닐런가
가르치기 위주(爲主)하니 그밖에 무엇이며
남의 제자 되는 법은 백년결의(百年結義) 하온 후에
공경히 받은 문자 호말(毫末)인들 변할소냐
출등(出等)한 제 군자는 비비유지(比比有之) 한다 해도
작지사(作之師) 작지제(作之弟)라 사문성덕(斯門盛德) 아닐런가
자고성현 문도들은 백가시서(百家詩書) 외어 내어
연원도통(淵源道統) 지켜 내어 공부자(孔夫子) 어진 도덕
가장 더욱 밝혀내어 천추에 전해 오니
그 아니 기쁠소냐 내 역시 이 세상에
무극대도 닦아 내어 오는 사람 효유해서
삼칠자 전해주니 무위이화(無爲而化) 아닐런가
우매한 세상사람 자존지심(自尊之心) 다 던지고
자신지벽(自恃之僻) 무삼일고 사문(師門)에 없는 법을
혼자 앉아 지어내어 천추에 없는 법을
어디 가서 본을 보며 입도한 사오삭에
어찌 그리 속성인고 애달하다 저 사람은
명명(明明)한 이 운수는 다 같이 받지마는
어떤 사람 군자되고 어떤 사람 저러한고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인줄을 망창(茫濸)한 저 소견에
무엇을 알잔말고 역력히 기록해서
거울같이 전해주니 자세(仔細) 보고 안심하소
불사(不似)한 그런 거동 남의 이목 살펴 내어
정심수신(正心修身) 하온 후에 남과 같이 수도하소
대저 세상 인도 중에 믿을 신자(信字) 주장일세
대장부 의기범절신(義氣凡節信) 없으면 어디 나며
삼강오륜 밝은 법은 예 없으면 어디 나며
대장부 지혜범절(智慧凡節) 염치 중에 있었으니
우습다 저 사람은 자포자기 모르고서
모법염치(冒沒廉恥) 작난(作亂)하니 이는 역시 난도자(亂道者)오
사장(師丈) 못한 차제(次第) 도법(道法) 저 혼자 알았으니
이는 역시 난법자(亂法者)라 난법난도 하는 사람
날 볼 낯이 무엇인고 이같이 아니 말면
제 신세 가련하오 이내 도 더럽히니
주초간(晝宵間) 하는 걱정 이밖에 다시 없다
작심으로 불변하면 내성군자(乃成君子) 아닐런가
구구자자 살펴내어 정심수도(正心修道) 하여 주면
춘삼월 호시절에 또 다시 만나 보세
권학가(勸學歌)
노유한담(路遊閑談) 무사객(無事客)이 팔도강산 다 밟아서
전라도 은적암(隱寂菴)에 환세차(換歲次)로 소일하니
무정한 이 세월에 놀고 보고 먹고 보세
호호망망(浩浩茫茫) 넓은 천지 청려(靑藜)를 벗을 삼아
일신으로 빗겨 서서 격치만물(格致萬物) 하여보니
무사한 이내 회포 붙일 곳 바이 없어
말로 하며 글을 지어 송구영신(送舊迎新) 하여 보세
무정한 이 세월이 어찌 이리 무정한고
어화 세상 사람들아 인간칠십(人間七十) 고래희(古來稀)는
만고유전(萬古遺傳) 아닐런가 무정한 이 세월을
역력히 헤어 보니 광음(光陰)같은 이 세상에
부유(蜉蝣)갈은 저 인생을 칠십평생 칭찬하여
드믈 희자(稀字) 전(傳)탄 말가 어화 세상 사람들아
만고풍상 겪은 손이 노래 한 장 지어 보세
만고풍상 겪은 일을 산수(山水) 만나 소창(消暢)하고
어린 자식 고향생각 노래지어 소창하니
이글 보고 웃지 말고 숙독상미(熟讀嘗味) 하였어라
억조창생 많은 사람 사람마다 이러하며
허다한 언문가사(諺文歌詞) 노래마다 이러할가
구구자자 살펴내어 역력히 외워 내서
춘삼월 호시절에 놀고 보고 먹고 보세
강산구경 다 던지고 인심풍속 살펴보니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 있지마는 인심풍속 괴이하다
세상구경 못한 인생 출생 이후 첨이로다
생장한 이내 곳에 인심풍속 한탄해서
불고가산(不顧家産) 발정(發程)하여 방방곡곡 찾아와서
매매사사 살펴보니 허다한 남녀 사람
사람마다 낯이 설고 인심풍속 하는 거동
매매사사 눈에 걸려 타도 타관 아닐런가
이내 좁은 소견으로 호풍호속(好風好俗) 모라 하고
어진 친구 좋은 벗을 일조이별(一朝離別) 하단 말가
산수풍경 다 던지고 동지 섣달 설한풍(雪寒風)에
촌촌전진(村村前進) 하다가서 일소일파(一笑一罷) 하여보세
어화 세상 사람들아 세상풍속 모르거든
내 곳 풍속 살펴 보소 이도 역시 시운이라
무가내(無可奈)라 할길 없네 편답강산(遍踏江山) 아니하면
인심풍속 이런 줄을 아니 보고 어찌 알고
대저 인간 백천만사 보고 나니 한이 없네
자고급금(自古及今) 촌도(忖度)하니 요순성세(堯舜聖世) 없더라도
일천지하(一天之下) 많은 사람 사람마다 요순일세
윤회(輪回)같이 둘린 운수 수원숙우(誰怨孰尤) 아닐런가
아무리 이 세상도 현인군자 있지마는
미토중(塵土中)에 묻힌 옥석(玉石) 뉘라서 분간하며
안빈낙도 하지마는 뉘라서 지도할고
시운을 의논해도 일성일쇠(一盛一衰) 아닐런가
쇠운(衰運)이 지극(至極)하면 성운(盛運)이 오지만은
현숙(賢淑)한 모든 군자 동귀일체(同歸一體) 하였던가
어렵도다 어렵도다 만나기도 어렵도다
방방곡곡 찾아들어 만나기만 만날진대
흉중에 품은 회포 다른할 말 바이 없고
수문수답(隨問隨答) 하온 후에 당당정리(堂堂正理) 밝혀내어
일세상(一世上) 저 인물이 도탄중(塗炭中) 아닐런가
함지사지(陷之死地) 출생(出生)들아 보국안민(保國安民) 어찌할고
대저인간 초목군생 사생재천(死生在天) 아닐런가
불시풍우(不時風雨) 원망해도 임사호천(臨死號天) 아닐런가
삼황오제(三皇五帝) 성현들도 경천순천(敬天順天) 아닐런가
효박(淆薄)한 이 세상에 불고천명(不顧天命) 하단말가
장평갱졸(長平坑卒) 많은 사람 한울님을 우러러서
조화 중에 생겼으니 은덕은 고사하고
근본조차 잊을소야 가련한 세상사람
각자위심(各自爲心) 하단말가 경천순천 하였어라
효박한 이 세상에 불망기본(不忘其本) 하였어라
임금에게 공경하면 충신열사 아닐런가
부모님께 공경하면 효자효부 아닐런가
슬프다 세상사람 자세(仔細) 보고 공경하소
나도 또한 출세 후에 조실부모 아닐런가
정성공경 없었으니 득죄부모(得罪父母) 아닐런가
나도 또한 충렬손(忠烈孫)이 초야에 자라나서
군신유의(君臣有義) 몰랐으니 득죄군왕(得罪君王) 아닐런가
허송세월 지내나니 거연 사십 되었더라
사십평생 이 뿐인가 부가내(無可奈)라 할길 없네
하원갑(下元甲) 경신년(庚申年)에 전해오는 세상 말이
만고없는 무극대도 이 세상에 창건하니
이도 역시 시운이라 일일시시 먹는 음식
성경(誠敬) 이자 지켜내어 한울님을 공경하면
자아시(自兒時) 있던 신병(身病) 물약자효(勿藥自效) 아닐런가
가중차제(家中次第) 우환없이 일년삼백 육십일을
일조(一朝)같이 지내나니 천우신조(天佑神助) 아닐런가
차차차차 증험하니 윤회시운 분명하다
어화 세상 사람들아 이내 경계 하는 말씀
세세명찰(細細明察) 하온 후에 잊지말고 지켜내어
성지우성(誠之又誠) 공경해서 한울님만 공경하소
처자 불러 효유하고 영세불망(永世不忘) 하였어라
아동방(我東方) 연연소질(年年慅疾) 인물상해(人物傷害) 아닐런가
나도 또한 이 세상에 편답주류(遍踏周遊) 하다가서
어진 사람 만나거든 시운시변(時運時變) 의논하고
백년신세(百年身勢) 말하거든 이글 주고 결의(結義)해서
붕우유신(朋友有信) 하여 보세 우매한 이내 말씀
잊지 말고 생각하소 우자천려(愚者千慮) 그 가운데
필유일득(必有一得) 되게 되면 그 아니 덕일런가
운수관계(運數關係) 하는 일은 고금에 없는 고로
졸필졸문(拙筆拙文) 지어내어 모몰염치(冒沒廉恥) 전해주니
이글 보고 웃지 말고 흠재훈사(欽哉訓辭) 하였어라
논학문(論學文)
무릇 하늘의 도란 것은 형상이 없는 것 같으나 자취가 있고, 지리란 것은 넓고 큰 것 같으나 방위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늘에는 구성(九星)이 있어 구주(九州)와 응하였고 땅에는 팔방(八方)이 있어 팔괘(八卦)와 응하였으니, 차고 비고 번갈아 갈마드는 수는 있으나 동(動)하고 정(靜)하고 변하고 바뀌는 이치는 없다. 음과 양이 서로 균형을 갖추어 비록 백천만물(百千萬物)이 그 속에서 작용하여 나오지만 오직 사람이 가장 신령한 것이다. 그러므로 삼재(三才)의 이치를 정하고 오행(五行)의 수를 내었으니 오행이란 것은 무엇인가? 하늘은 오행의 벼리가 되고 땅은 오행의 바탕이 되고 사람은 오행의 기운이 되었으니, 천지인(天地人) 삼재의 수를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사시성쇠(四時盛衰)와 풍로상설(風露霜雪)이 그 때를 잃지 않고 그 차례를 바꾸지 아니하되 이슬 같은 창생(蒼生)은 그 까닭을 알지 못하여 어떤 이는 한울님의 은혜라 말하고 어떤 이는 조화의 자취라 말한다. 그러나 은혜라고 말할지라도 오직 보지 못한 일이요 조화의 자취라 말할지라도 또한 형상하기 어려운 말이다. 어찌 그런가? 옛적부터 지금까지 그 이치를 바로 살피지 못한 것이다. 경신년 4월에 천하가 매우 어지럽고 민심이 뒤섞여 천박하여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는 마당에 또한 괴상하고 어긋나는 말이 있어 세간에 떠들썩하되, “서양의 사람은 도성입덕(道成立德)하여 그 조화에 미치어 이루지 못하는 일이 없고 무기로 공격하고 싸움에 당할 사람이 없다 하니 중국(中國)이 소멸하면 어찌 가히 순망(脣亡)의 근심이 없겠는가?” “도무지 다른 연고가 아니라, 이 사람들은 도를 서도(西道)라 하고 학을 천주(天主)라 하고 교는 성교(聖敎)라 하니, 이것이 천시(天時)를 알고 천명(天命)을 받은 것이 아닌가?” 이를 하나하나 들어 말할 수 없으므로 나 또한 두렵게 여겨 다만 늦게 태어난 것을 한탄할 즈음에, 몸이 몹시 떨리면서 밖으로 접령(接靈)하는 기운이 있고 안으로 강화(降話)의 가르침이 있으되, 자세히 보아도 보이지 아니하고 자세히 들어도 들리지 아니하다. 마음이 오히려 이상해져서 수심정기(修心正氣)하고 묻기를 “어찌하여 이렇습니까?” 대답하기를 “나의 마음이 곧 너의 마음이니라. 사람이 어찌 이를 알리오? 하늘과 땅은 알아도 귀신은 모르니 귀신이라는 것도 나니라. 너는 무궁하고 무궁한 도에 이르렀으니 닦고 단련하여 그 글을 지어 사람을 가르치고 그 법을 바르게 하여 덕을 펴면 너로 하여금 장생하여 천하에 빛나게 하리라.” 나 또한 거의 한 해 동안 닦고 헤아려 본즉, 또한 자연의 이치가 없지 아니하므로 한편으로 주문(呪文)을 짓고 한편으로 강령(降靈)의 법을 짓고 한편으로 잊지 않는 글을 지으니, 절차와 도법(道法)이 오직 21자로 될 따름이니라. 바뀌어 신유년에 이르러 사방에서 어진 선비들이 나에게 와서 묻기를 “지금 천령(天靈)이 선생께 강림하였다 하니 어찌된 일입니까?” 말하기를 “가고 돌아오지 아니함이 없는 이치를 받은 것이다.” 말하기를 “그러면 무슨 도라고 이름 합니까?” 말하기를 “하늘의 도이다.” 말하기를 “서양의 도와 다른 것이 없습니까?” 말하기를 “서양의 학문은 우리 도와 같은 듯하나 다름이 있고 비는 것 같으나 실질이 없다. 그러나 운(運)인 즉 하나요 도(道)인 즉 같으나 이치인 즉 아니다.” 말하기를 “어찌하여 그렇게 됩니까?” 말하기를 “우리 도는 무위이화(無爲而化)라. 그 마음을 지키고 그 기운을 바르게 하고 그 성품을 거느리고 그 가르침을 받으면, 자연의 가운데 화(化)해 나는 것이요, 서양 사람은 말에 차례가 없고 글에 순서가 없으며 도무지 천주(天主)를 위하는 단서가 없고 단지 제 몸만을 위하여 빌 따름이라. 몸에는 기화(氣化)의 신(神)이 없고 배움에는 천주의 가르침이 없으니 형태는 있으나 자취가 없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주문이 없는지라, 도는 허무에 가깝고 배움은 천주를 위하는 것이 아니니, 어찌 다름이 없다고 하겠는가?” 말하기를 “도가 같다고 말하면 서학(西學)이라고 이름합니까?” 말하기를 “그렇지 않다. 나 또한 동쪽에서 태어나서 동쪽에서 받았으니 도는 비록 천도(天道)나 배움인 즉 동학(東學)이다. 하물며 땅이 동서로 나뉘었으니 서를 어찌 동이라 이르며 동을 어찌 서라 이르겠는가? 공자(孔子)는 노(魯)나라에 나시어 추(鄒)나라에 도를 폈기 때문에 추로(鄒魯)의 풍화가 이 세상에 전해 온 것이다. 나의 도는 이 땅에서 받아 이 땅에서 폈으니 어찌 가히 서라고 이름하겠는가.” 말하기를 “주문의 뜻은 무엇입니까?” 말하기를 “지극히 천주를 위하는 글이므로 주문이라 말하는 것이니, 지금의 글에도 있고 옛 글에도 있느니라.” 말하기를 “강령(降靈)의 글은 어찌하여 그렇게 됩니까?” 말하기를 “‘지(至)’라는 것은 지극함에 이르는 것이요, ‘기(氣)’라는 것은 허령(虛靈)이 창창하여 일에 간섭하지 아니함이 없고 일에 명령하지 아니 함이 없다. 그러나 형태가 있는 것 같으나 형상하기 어렵고 들리는 듯하나 궁구하기는 어려우니, 이것은 또한 허령한 한 기운이요, ‘금지(今至)’라는 것은 도에 들어 기에 접함을 안다는 것이요, ‘원위(願爲)’라는 것은 청하여 비는 뜻이요, ‘대강(大降)’이라는 것은 기화(氣化)를 원하는 것이다. ‘시(侍)’라는 것은 안에 신령이 있고 밖에 기화가 있어 온 세상 사람이 각각 알아서 옮기지 않는 것이요, ‘주(主)’라는 것은 존칭해서 부모와 같이 섬긴다는 것이요, ‘조화(造化)’라는 것은 무위이화(無爲而化)요, ‘정(定)’이라는 것은 그 덕에 합하고 그 마음을 정한다는 것이요, ‘영세(永世)’라는 것은 사람의 평생이요, ‘불망(不忘)’이라는 것은 생각을 보존한다는 뜻이요, ‘만사(萬事)’라는 것은 수가 많은 것이요, ‘지(知)’라는 것은 그 도를 알아서 그 지혜를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덕을 밝고 밝게 하여 늘 생각하며 잊지 아니하면 지극한 기운에 지극히 화하여 지극한 성인에 이르게 된다.” 말하기를 “하늘의 마음이 곧 사람의 마음이라면 어찌하여 선악이 있습니까?” 말하기를 “그 사람의 귀천(貴賤)의 다름을 명하고 그 사람의 고락의 이치를 정했다. 그러나 군자의 덕은 기운이 바르고 마음이 정해져 있으므로 천지와 더불어 그 덕에 합하고 소인의 덕은 기운이 바르지 못하고 마음을 옮기므로 천지와 더불어 그 명을 어기니, 이것이 성함과 쇠퇴함(盛衰)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말하기를 “온 세상 사람이 어찌하여 한울님을 공경하지 아니합니까?” 말하기를 “죽음에 임하여 하늘을 부르는 것은 사람의 상정(常情)이다. 목숨이 곧 하늘에 있음과 하늘이 만민(萬民)을 내었다는 것은 옛 성인의 하신 말씀으로 지금까지 미루어 오는 것이나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여 자세한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말하기를 “도를 훼방하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말하기를 “오히려 혹 그럴 수도 있다.” 말하기를 “어찌하여 그렇습니까?” 말하기를 “나의 도는 지금도 듣지 못하고 옛적에도 듣지 못하던 일이다. 지금도 비교하지 못하고 옛적에도 비교하지 못하는 법이라. 닦는 사람은 헛된 것 같지만 실질이 있고, 듣기만 하는 사람은 실질이 있는 것 같지만 헛된 것이다.” 말하기를 “도를 배반하고 돌아가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말하기를 “이런 사람은 족히 거론하지 않는다.” 말하기를 “어찌하여 거론하지 않습니까?” 말하기를 “공경하되 멀리할 것이다.” 말하기를 “이전에는 어떤 마음이었으며 그 후의 마음은 어떤 마음입니까?” 말하기를 “바람 앞의 풀과 같은 것이니라.” 말하기를 “그렇다면 어찌 강령이 됩니까?” 말하기를 “선과 악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니라.” 말하기를 “해도 없고 덕도 없습니까?” 말하기를 “요순의 세상에는 백성이 다 요순이 되었고 이 세상 운수는 세상과 같이 돌아간다. 해가 되고 덕이 되는 것은 한울님께 있는 것이지 나에게 있지 아니하다. 하나하나 마음속에 헤아려 본즉 해가 그 몸에 미칠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사람이 복을 누리리라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들리게 해서는 아니 되니, 그대가 물을 바도 아니요 내가 관여할 바도 아니다.” 아! 감탄할 일이다. 그대들의 도를 물음이 어찌 이같이 밝고 밝은가? 비록 나의 졸렬한 글이 정밀한 뜻과 바른 종지에 미치지 못했을지라도, 그 사람을 바르게 하고 그 몸을 닦고 그 재주를 기르고 그 마음을 바르게 함에 어찌 두 갈래 길이 있겠는가? 무릇 천지의 무궁(無窮)한 수와 도의 무극(無極)한 이치가 다 이 글에 실려 있으니, 오직 나의 그대들은 정중하게 이 글을 받으라. 성스러운 덕을 돕기를 내게 있으니 비유컨대 단 것이 화응을 받고 흰 것이 채색을 받는 것 같다. 내가 지금 도를 즐거워하여 흠모하고 감탄함을 이기지 못하니, 논하여 말하고 논하여 알리니 밝게 살피어 깊고 묘한 이치(玄機)를 잃지 말 것이다.
포덕 3년 임술(壬戌) 3월에 대신사가 은적암으로부터 돌아와서 박대여(朴大汝) 집에 은거하실 때 각지의 교인이 아직 한 사람도 아는 자가 없더니 뜻밖에 최경상(崔慶翔)이 문득 와서 여쭙거늘, 대신사가 물어 말하기를 “너는 내가 이곳에 있음을 들어 알고 왔느뇨?” 경상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듣지 못하나이다.” 대신사가 말하기를 “그러면 어찌 알아서 왔느뇨?” 경상이 대답하기를 “자연히 마음에 감동된 바 있어 왔나이다.” 대신사가 웃으며 말하기를 “참으로 그런가?” 경상이 대답하기를 “참으로 그러나이다.” 대신사가 말하기를 “네가 가깝도다.” 경상이 말하기를 “저의 공부한 바가 아직 유치하거늘 이같은 이상한 감정이 생기는 것은 어떤 연유에서 입니까?” 대신사가 말하기를 “마음이 하나면 조화가 정해지고 조화가 정해지면 영감(靈感)이 있게 되느니라.” 경상이 또한 절하면서 고하여 말하기를 “제가 요사이에 반 종지의 기름으로써 21일 밤에 달하였으니 어떤 연유에서 입니까?” 대신사가 말하기를 “이는 신령의 자취니 조화를 크게 증험함이니라.” 경상이 말하기를 “지금부터 덕을 펼치는 것이 어찌 하오리까?” 대신사가 말하기를 “덕을 펼치는 것은 나의 도의 타고난 직분이오. 겸하여 너의 운수가 돌아왔나니. 지금부터 너는 곧 힘써 노력하라.” 경상이 돌아온 후에 사방의 현명한 선비가 날로 우리 도에 들어오는 자가 많다더라.
이때 6월에 대신사가 수덕문(修德文), 몽중가(夢中歌)를 지으시다.
수덕문(修德文)
“(元)·형(亨)·이(利)·정(貞)은 천도(天道)의 떳떳한 것이요. 오직 한결같이 중도를 잡는 것은 인사(人事)의 살핌이다. 그러므로 나면서부터 아는 것은 공부자(夫子)의 성인 바탕이요, 배워서 아는 것은 옛 선비들의 서로 전한 것이다. 비록 애써서 얻은 천견박식(淺見薄識)이라도 다 우리 스승의 성덕(盛德)으로 된 것이요 선왕의 옛 예의를 잃지 아니한 것이다.
나는 동방에 태어나 부질없이 세월을 보냈으니, 겨우 가문의 명예를 보존했을 뿐이요 빈한한 선비를 면치 못하였다. 선조의 충의는 절개가 용산(龍山)에 남음이 있고, 우리 임금의 성덕은 해가 다시 임진, 병자에 돌아왔다. 이같이 남은 음덕이 그치지 아니하고 물 흐르듯 하여 아버님이 세상에 나타나심에, 이름이 한 도에 덮였으니 선비(士林)들이 모두 모르는 이 없었고 덕이 6대(六世)를 이었으니 어찌 자손의 남은 경사가 아니겠는가?
슬프다! 배우는 선비의 평생은 세월이 봄꿈과 같이 흘러가서 나이가 이르니, 공부한 것은 울타리 가에 버린 물건으로 알고 마음에는 벼슬할 큰 뜻이 없었다. 한편으로는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짓고 한편으로는 각비시(覺非是 : ‘지금이 바른 길이며 지난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覺今是而昨非]’는 뜻)의 글귀를 읊었다. 지팡이를 짚고 짚신을 신은 것은 비유컨대 처사의 행색 같고, 산이 높고 물이 긴 것은 선생의 풍도와 다름이 없다. 구미산의 기이한 봉우리와 괴이한 돌은 월성 금오산 북쪽이요, 용추(龍湫)의 맑은 못과 보배로운 시내는 옛 도읍 마룡(馬龍)의 서쪽이다. 동산 가운데 복숭아꽃은 고기잡이배가 알까 두려워함이요, 집 앞에 푸른 물결은 뜻이 강태공의 낚시에 있었다. 난간이 연못가에 다다름은 염계(濂溪)의 뜻과 다름이 없고, 정자 이름을 용담(龍潭)이라 함은 어찌 제갈량을 사모하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세월이 물처럼 흘러감을 막을 길이 없어 하루아침에 신선되는 슬픔을 당하니 외로운 나의 한 목숨이 나이 겨우 열여섯에 어찌 이를 알았겠는가? 어린 아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버지 평생의 사업은 불 속에서 자취를 남기지 않고 자손의 불초한 남은 한은 세상에서 낙심하게 되었다. 어찌 슬프지 아니하며 어찌 애석치 않겠는가?
마음으로는 가정을 돌볼 생각이 있지마는 어찌 심고 거두는 일을 알며, 글공부를 도탑게 하지 못하였으니 벼슬할 생각이 없어졌다. 살림이 점점 어려워지니 나중에 어떻게 될는지 알 수 없고, 나이 차차 많아가니 신세가 장차 쓸모없게 될 것을 탄식하였다. 팔자를 헤아리고 꾸짖어 보니 또한 춥고 굶주릴 염려가 있고, 사십 줄에 온 된 것을 생각하니 어찌 아무런 것도 이룬 것이 없음을 탄식하지 않을 것인가? 몸담을 둥지를 정하지 못했으니 누가 천지가 넓고 크다고 말하겠으며, 하는 일마다 서로 어긋나니 스스로 한 몸 간직하기가 어려움을 가엾게 여겼다. 이로부터 세간에 어지러이 얽힌 것을 털어버리고 가슴 속에 맺혔던 것을 꾸지람하였다.
용담(龍潭) 옛집은 가친께서 가르치던 곳이요 동도(東都) 신부(新府)는 오직 내 고향이다. 처자를 거느리고 다시 돌아온 날은 기미년 시월이요 그 운을 타고 도를 받은 시절은 경신년 사월이었다. 이 또한 꿈같은 일이요 형상하기 어려운 말이다. 주역괘의 크게 정해진 수를 살펴보고 삼대(三代) 경천(敬天)의 이치를 자세히 읽어보니, 이에 오직 옛날 선비들이 천명(命)에 순종한 것을 알겠으며 후학들이 잊어버린 것을 스스로 탄식하였다. 닦고 단련하니 스스로 그러함이 아님이 없었다. 공부자의 도를 깨달으면 한 이치로 정해지는 것이요, 오직 나의 도로 논하면 크게는 같으나 조금은 다른 것이다. 의아함을 버리면 일의 이치가 항상 그러한 것이요, 예전과 지금을 살피면 인사(人事)의 할 바이다.
덕을 펼칠 마음에 뜻이 없이 지극히 정성껏 비는 것만 생각하였다. 그렇게 미루어두고 다시 신유년을 맞게 되니, 때는 유월이요 절기는 세 달의 여름이었다. 좋은 벗들이 자리에 가득함에 먼저 그 법도를 정하고, 어진 선비들이 나에게 물음에 또한 덕을 펼칠 것을 권하였다.
가슴에 죽지 않는 약을 지녔으니 그 형상은 궁을(弓乙)이요, 입으로 장생(長生)의 주문을 외우니 그 글자는 스물한자라. 문을 열고 손님을 맞으니 그 수효가 그럴 듯하며, 자리를 펴고 교의를 베푸니 그 재미가 그와 같다. 어른들이 나아가고 물러가는 것은 비유컨대 삼천 제자의 반열같고, 어린이들이 절하고 공손한 것은 육칠(六七)의 읊음(詠)이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나보다 많으니 이 또한 자공(子貢)의 예와 같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니 어찌 공자[仲尼]가 춤을 춤과 다르랴?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옛 성인이 가르친 바요, 수심정기(守心正氣)는 오직 내가 다시 정한 것이다. 한번 제사를 지내는 것은 길이 모시겠다는 무거운 맹세요, 모든 의혹을 깨쳐버리는 것은 정성을 지키는 까닭이다. 의관을 바로 갖추는 것은 군자의 행실이요, 길에서 먹으며 뒷짐을 지는 것은 천한 사람의 버릇이다. 도가(道家)에서 먹지 아니하는 것은 한 가지 네발짐승의 나쁜 고기요, 몸에 해로운 것은 또한 찬물에 갑자기 앉는 것이다. 지아비 있는 여자를 막는 것은 나라 법으로 금하는 것이요, 누워서 큰 소리로 주문 외우는 것은 나의 정성된 도에 크게 나태함이다. 그렇듯이 펼치면 이것이 법칙이 된다.
아름답구나! 우리 도의 행함이여. 붓을 들어 글을 쓰니 사람들이 또한 왕희지(王羲之)의 필적인가 의심하고, 입을 열어 운(韻)을 부르니 누가 나무꾼 앞에서 머리를 숙이지 않겠는가? 허물을 뉘우친 사람은 욕심이 석씨(石氏)의 재물도 탐내지 아니하고, 정성이 지극한 아이는 다시 사광(師曠)의 총명함도 부러워하지 않는다. 용모가 환퇴(幻態)된 것은 마치 선풍(仙風)이 불어온 듯하고, 오래된 병이 저절로 낫는 것은 노의(盧醫)의 어진 이름도 잊어버릴 만하다.
비록 그러나 도를 이루고 덕을 세우는 것은 정성에 달렸고 사람에 달렸다. 혹은 떠도는 말을 듣고 닦으며 혹은 떠도는 주문을 듣고 외우니, 어찌 그릇된 것이 아니며 어찌 민망한 일이 아닌가? 안타까운 나의 생각이 날로 간절치 않은 날이 없고, 빛나는 거룩한 덕을 혹 그르칠까 두려워했다. 이는 또한 직접 만나지 못한 탓이요, 사람이 많은 까닭이다. 먼 곳에서도 비쳐 응하지만 또한 서로 그리운 회포를 이기지 못하겠고, 가까이서 정(情)을 펴고자 하나 반드시 지목받을 혐의가 없지 않다. 따라서 이 글을 지어 펼쳐 보이니, 어진 나의 그대들은 삼가 나의 말을 들어라.
대저 이 도는 마음으로 믿는 것이 정성이 되는 것이다. 신(信)자를 풀어 보면 사람[人]의 말[言]이라는 뜻이니 사람의 말 가운데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이니, 옳은 것은 취하고 그른 것은 물리쳐 다시 생각하여 마음을 정하라. 정한 뒤에는 다른 말을 믿지 않는 것이 믿음이니 이와 같이 닦아야 마침내 그 정성을 이룰 것이다. 정성과 믿음이여! 그 법칙은 멀지 아니하다. 사람의 말로 이루었으니 먼저 믿고 뒤에 정성으로 하라. 내 지금 밝게 가르치니 어찌 미더운 말이 아니겠는가? 공경하기를 정성으로 하여 가르치는 말을 어기지 말 것이다.“
몽중노소문답가(夢中老少問答歌)
곤륜산(崑崙山) 일지맥(一枝脈)이 조선국 금강산(金剛山)에
기암괴석 좋은 경 일만이천 아닐런가
팔도강산 알런지고 천하승지(天下勝地) 아닐런가
삼각산 한양도읍 사백년 지낸 후에
하원갑(下元甲) 이 세상에 남녀간 자식없어
산제불공(山祭佛供) 하다가서 두 늙은이 마주 앉아
탄식하고 하는 말이 우리도 이 세상에
명명(明明)한 천지운수 남과 같이 타고 나서
기구한 이내 팔자 일점혈육 없단 말가
우리 사후 고사하고 득죄부모(得罪父母) 아닐런가
아서라 자고급금(自古及今) 공덕으로 자식빌어
후사를 잇은 사람 말로 듣고 눈으로 보니
우리도 이 세상에 공덕이나 닦아 보세
탕진가산(蕩盡家産) 하여 내어 일심정기(一心精氣) 다시 먹고
팔도불전(八道佛前) 시주하고 지성으로 산제(山祭)해서
백배축원(百拜祝願) 앙천(仰天)하며 주소간(晝宵間) 비는 말이
지성감천 아닐런가 공덕이나 닦아 보세
그러나 자고급금 전해오는 세상 말이 인걸은 지령(地靈)이라
승지(勝地)에 살아 보세 명지(名地)는 필유명산하(必有名山下)라
팔도강산 다 던지고 금강산 찾아 들어
용세좌향(龍勢坐向) 가려 내여 수간초옥(數間草屋) 일협곡(一峽谷)에
구목위소(構木爲巢) 아닐런가 그럭저럭 지내나니
윤신포태(潤身胞胎) 되였더라 십삭(十朔)이 이미 됨에
일일(一日)은 집 가운데 운무(雲霧)가 자욱하며
내금강 외금강이 두세 번 진동할 때
홀연히 산기(産氣) 있어 아들 아기 탄생하니
기남자(奇男子) 아닐런가 얼굴은 관옥(冠玉)이오
풍채는 두목지(杜牧之)라 그럭저럭 지내나니
오륙세 되었더라 팔세에 입학해서
허다한 만권시서(萬卷詩書) 무불통지(無不通知) 하여 내니
생이지지(生而知之) 방불하다 십세를 지내나니
총명은 사광(師曠)이오 재국(才局)이 비범하고
재기(才器) 과인(過人)하니 평생에 하는 근심
효박(淆薄)한 이 세상에 군불군(君不君) 신불신(臣不臣)과
부불부(父不父) 자불자(子不子)를 주소간(晝宵間) 탄식하니
울울(鬱鬱)한 그 회포는 흉중에 가득하되
아는 사람 전혀 없어 처자산업 다 버리고
팔도강산 다 밟아서 인심풍속 살펴보니
무가내(無可奈)라 할길 없네 우습다 세상사람
불고천명(不顧天命) 아닐런가 괴이한 동국참언(東國讖書)
추켜들고 하는 말이 기거(已去) 임진(壬辰) 왜란(倭亂) 때는
이재송송(利在松松) 하여 있고 가산(嘉山) 정주(定州) 서적(西賊) 때는
이재가가(利在家家) 하였더니 어화 세상 사람들아
이런 일을 본 받아서 생활지계(生活之計) 하여보세
진(秦)나라 녹도서(錄圖書)는 망진자(亡秦者)는 호야(胡也)라고
허축방호(虛築防胡) 하였다가 이세망국(二世亡國) 하온 후에
세상사람 알았으니 우리도 이 세상에
이재궁궁(利在弓弓) 하였다네 매관매직 세도자도
일심(一心)은 궁궁(弓弓)이오 전곡(錢穀) 쌓인 부첨지(富僉知)도
일심은 궁궁이오 유리걸식(流離乞食) 패가자(敗家者)도
일심은 궁궁이라 풍편(風便)에 뜨인 자도
일심은 궁궁이라 혹은 궁궁촌(弓弓村) 찾아가고
혹은 만첩산중(萬疊山中) 들어가고 혹은 서학(西學)에 입도해서
각자위심(各自爲心) 하는 말이 내 옳고 네 그르지
시비분분(是非紛紛) 하는 말이 일일시시(日日時時) 그 뿐일네
아서스라 아서스라 팔도 구경 다 던지고
고향에나 돌아 가서 백가시서(百家詩書) 외워 보세
내 나이 십사세라 전정(前程)이 만리(萬里)로다
아서라 이 세상은 요순지치(堯舜之治)라도 부족시(不足施)오
공맹지덕(孔孟之德)이라도 부족언(不足言)이라 흉중에 품은 회포
일시에 타파하고 허위 허위 오다 가서
금강산 상상봉(上上峯)에 잠간 앉아 쉬이다가
홀연히 잠이 드니 몽(夢)에 우의편천(羽衣翩遷) 일도사(一道士)가
효유(曉喩)해서 하는 말이 만학천몽(萬壑千峯) 첩첩(疊疊)하고
인적이 적적한데 잠 자기는 무삼일고
수신제가(修身齊家) 아니 하고 편답강산(遍踏江山) 하단말가
효박한 세상사람 갈볼 것이 무엇이며
가련한 세상사람 이재궁궁(利在弓弓) 찾는 말을
웃을 것이 무엇이며 불우시지(不遇時之) 한탄말고
세상구경 하였어라 송송가가(松松家家) 알았으되
이재궁궁 어찌 알고 천운(天運)이 둘렀으니
근심말고 돌아가서 윤회시운(輪回時運) 구경하소
십이제국(十二諸國) 괴질운수(怪疾運數) 다시 개벽(開闢) 아닐런가
태평성세 다시 정해 국태민안 할 것이니
개탄지심(慨嘆之心) 두지 말고 차차차차 지내서라
하원갑(下元甲) 지내거든 상원갑(上元甲) 호시절에
만고없는 무극대도(无極大道) 이 세상에 날 것이니
너도 또한 연천(年淺)해서 억조창생(億兆蒼生) 많은 사람
태평곡(泰平曲) 격양가(擊壤歌)를 불구(不久)에 볼 것이니
이 세상 무극대도 전지무궁(傳之無窮) 아닐런가
천의인심(天意人心) 네가 알가 한울님이 뜻을 두면
금수 같은 세상사람 얼풋이 알아 내네
나는 또한 신선이라 이제 보고 언제 볼고
너는 또한 선분(仙分)있어 아니 잊고 찾아올까
잠을 놀라 살펴보니 불견기처(不見其處) 되였더라
7월 6일에 대신사가 덕을 펼칠 참으로 제자 강원보(姜元甫)의 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회곡(回谷)에 이르시니 길 아래에 저수지(堤堰)가 있어 그 높이가 7~8장(丈)이었다. 타고 있던 말이 문득 서면서 앞으로 가지 않거늘 종자(從子)가 채찍으로 강요해도 말은 조금도 움직이지 아니하더니 이윽고 큰 저수지가 무너져 흩어지니 그 소리가 우레와 같았더라.
며칠 후에 대신사가 박대여 집에 가서 설법코자 하시더니 밤에 문득 크게 비가 와서 강물이 크게 불어난 지라. 많은 사람이 모두 만류하였지만 대신사가 홀로 믿는 바 있어서 끝까지 듣지 않으시고 말을 타고 강을 건너실 때 성난 물결이 한 키를 넘어도 물은 말의 정강이에 미치지 못하더라.
대신사가 박대여 집에 계실 때 본 부(府)에 윤선달(尹先達)이라 칭하는 자가 있어 본래 영장(營將)과 더불어 서로 좋은지라. 인하여 영장과 한 통속이 되어 말하기를 “경주에 최선생이 있어 기이한 꾀(異術)로써 사람을 가르쳐 그 제자가 수천에 이르니 만일 최선생을 잡아 바쳐 좌도(左道)로써 지목하면 그 무리가 반드시 금전으로써 갚음을 하리라” 하니 영장이 그 말과 같이 대신사를 체포하니 때는 9월 29일이었다. 대신사가 제자 몇 명을 이끌고 가실 때 서천(西川)에 이르니 동쪽 언덕에 빨래하는 여자 수백인이 일시에 일어서서 대신사를 우러러 보는지라. 종자가 그 까닭을 물으니, 빨래하는 여자 모두가 말하기를 “서쪽 하늘에 상서로운 기운이 있어 귀한 손님의 머리 위에 펼쳐 오는 고로 보았노라” 말하더라.
대신사가 영(營)에 들어가시니 영장이 말하기를 “너는 일개 서생(書生)으로써 무슨 도와 덕이 있건대 제자 무리가 수천에 이르는가?” 대신사가 곧게 서서 똑바로 보시다가 천천히 답하여 말하기를 “하늘의 도로써 사람을 가르침이 무엇이 불가함이 있으리오.” 영장이 대신사의 언사가 바르고 곧음을 보고 곧바로 놓아 돌려보내게 하였다.
이때에 경주부윤(慶州府尹)이 그 부인이 병이 있는지라. 예리(禮吏)로 하여금 대신사께 고하야 말하기를 “들은 즉 공이 병을 치료하는 약이 있다 하니 청컨대 공은 그 술(術)을 베푸소서.” 대신사가 묵묵히 있다가 정말 오랜 만에 말하기를 “지금 병이 나았을 것이니 너는 돌아가라.” 예리가 돌아갔는데 부윤이 말하기를 “병이 나았다” 하다.
10월 5일에 대신사가 용담정사(龍潭精舍)에 돌아와 글을 보내 여러 학생에게 널리 깨우쳐주시다.
포유문(布喩文)
“매개 신진문도로써 마음의 줏대가 아직 단단하지 못하여 영부(靈府)를 망령되게 베푸니 근거없는 말에 더욱 부채질할 염려가 있는지라. 그러므로 그 바른 것을 지키는 가르침을 격려하여 힘쓰게 하고자 하노니 이른 아침과 깊은 밤에 게으르지 말지어다.”
10월 14일 밤에 대신사가 글을 보시더니 이상한 기운이 있어 달과 같은지라. 문을 열고 보시니 여러 빛깔의 구름이 영롱하고 상서로운 기운이 밝고 환해 용담 한 동네가 대낮과 같더라. 집안사람이 물어 말하기를 “곱고 예쁜 미인이 있어 초록색 옷과 붉은 치마를 입고 동네 안 나무 위에 있으니 무슨 연고입니까?” 대신사가 멈추어 말하기를 “소리 내지 마라” 하시다.
대신사가 습자(習字)하실 때 종이 여러 권(卷)을 글쓰되 글을 지을 수 없었더라. 그 연고를 알지 못해 마음속으로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시더니 상제가 말하기를 “아직 멈추어라. 나중에 너에게 채색 붓으로서 마땅히 하사하리라.”
이때에 혹자가 대신사에게 물어 말하기를 “지금 글하는 자리(文席)에 출입하는 제자 중에 도를 통할 자가 몇 명이나 되오리까?” 대신사가 말하기를 “나의 도의 진리를 깨달아 알 자는 지금 시대에는 내가 드물게 보았다. 다음 시대에는 반드시 많이 나오리라” 하시다.
11월 26일에 대신사가 흥해군(興海郡) 송곡(松谷) 손봉조(孫鳳祚) 집에 이르시니 각지 도인이 구름같이 모였더라. 이때에 대신사가 강화(降話)로써 화결(和訣)의 시가 있으시니라.
화결(和訣)
방방곡곡 다 돌아보니 물마다 산마다 낱낱이 알겠더라.
소나무 잣나무는 푸릇푸릇 서 있는데 가지가지 잎새마다 수많은 마디로다.
늙은 학이 새끼 낳아 천하에 퍼뜨리니 날아가고 날아오며 바라며 우러르기를 다하다.
운이여 운이여, 얻었느냐 아니냐, 때여 때여, 깨달음이로다.
봉황이여 봉황이여, 어진 사람이요, 하수(河)여 하수여, 성인이로다.
봄 궁전의 복숭아꽃 오얏꽃이 곱고도 고움이여, 뜻있는 선비와 사나이는 즐겁고 즐거워라.
만학천봉 높고도 높을시고, 한 걸음 두 걸음 오르며 나직이 읊어보네.
밝고 밝은 그 운수는 저마다 밝을시고, 같고 같은 배움의 맛은 생각마다 같을러라.
만년 묵은 가지 위에 꽃이 피어 천 송이요, 사해의 구름 가운데 달이 한 개의 거울일세.
누각에 오른 사람은 학 등의 신선같고 뜬 배에 있는 말은 하늘 위에 용 같아라.
사람은 공자가 아니로되 뜻은 같고, 글은 만권이 아니로되 뜻은 능히 크도다.
12월에 여러 도인이 각지에 흩어져 있어 ▣를 ▣인(仁)의 정한 곳이 없는지라. 대신사가 이에 친히 각처 접소(接所)를 정하시고 그 지위와 덕망이 조금 넉넉한 사람을 명하여 사무를 맡게 하시니 우리 교의 대접주(大接主), 수접주(首接主), 해당 접주의 일컬음이 이로부터 시작되느니라.
포덕 4년 계해(癸亥) 1월 1일에 대신사가 또 강화의 시를 얻으시다.
강화시(降話詩)
도를 묻는 오늘에 무엇을 알 것인가. 뜻이 설날 계해년에 있더라.
공을 이룬 그 때에 또 시(詩)를 지으니 늦다고 한하지 말라, 그렇게 되는 것을.
때는 그 때가 있으니 한한들 어찌하리. 새 아침에 운(韻)을 불러 좋은 바람 기다리라.
지난 해 평안도에서 영우(靈友)가 찾더니 뒤에야 알았노라 우리 집의 이날 기약을.
봄 오는 소식을 응당 알 수 있나니 지상신선의 소식이 가까와 오네.
이 날 이 때 영우들이 모였으니 대도(大道)가 그 가운데 마음은 알지 못하더라.
6일에 대신사가 손봉조(孫鳳祚) 집으로부터 집에 돌아오시다.
2월 9일에 대신사가 임천(臨川) 이 아전(李吏) 집에서 설법하시고 인하여 글을 연습하실 때 글씨의 정교함이 입신(入神)하야 우▣(字▣)이 용과 뱀처럼 공중으로 높이 날아오르더라. 이에 대신사가 그 필법의 극치를 읊으시다.
필법(筆法)
닦아서 필법을 이루니 그 이치가 한 마음에 있도다.
우리나라는 목국(木局)을 상징하니 삼절(三絶)의 수를 잃지 말라.
여기서 나서 여기서 얻었는 고로 동방(東方)부터 먼저 하느니라.
사람의 마음이 같지 않음을 어여삐 여겨 글을 쓰는 데 안팎이 없게 하라.
마음을 편안히 하고 기운을 바르게 하여 획을 시작하니 모든 법이 한 점에 있느니라.
먼저 붓 끝을 부드럽게 할 것이요, 먹은 여러 말(斗)을 가는 것이 좋으니라.
종이는 두터운 것을 택해서 글자를 쓰니, 법은 크고 작음에 다름이 있도다.
먼저 위엄으로 시작하여 바르기를 주로 하니 형상이 태산의 층암과 같으니라.
이때에 제자가 더욱 나아가서 원근이 크게 떠들썩하더라.
4월에 영덕(盈德) 교인 강수(姜洙)가 대신사께 배알하고 도를 닦는 절차를 물었는데 대신사가 좌잠(座箴)으로써 보여주시다.
좌잠(座箴)
“우리 도는 넓고도 간략하니 많은 말을 할 것이 아니라, 별로 다른 도리가 없고 성경신(誠敬信) 석자니라. 이 속에서 공부하여 터득한 뒤에라야 마침내 알 것이다. 잡념이 일어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오직 깨우쳐 ‘지(遲)’에 이르도록 두려워하라.”
대신사가 강수의 호를 경재(敬齋)라 써서 주시고 말하기를 “너는 경(敬)자의 뜻을 잊지 말아라” 하시다.
대신사가 수도 전진의 뜻으로써 시를 지어 도제에게 보여주시다.
시(詩)
겨우 한 가닥 길을 얻어 걸음걸음 험한 길 걸어가노라.
산 밖에 다시 산이 보이고 물 밖에 또 물을 만나도다.
다행히 물 밖에 물을 건너고 간신히 산 밖에 산을 넘어 왔노라.
또한 들 넓은 곳에 이르니 비로소 대도(大道)가 있음을 깨달았노라.
안타까이 봄소식을 기다려도 봄볕은 끝내 오지 않네.
봄볕을 좋아하지 않음이 아니나 오지 아니하면 때가 아닌 탓이니.
비로소 올만한 절기에 이르면 기다리지 아니해도 스스로 오네.
봄바람이 불어 간밤에 수많은 나무 일시에 알아차리네.
하루에 한 송이 꽃이 피고 이틀에 두 송이 꽃이 피네.
삼백 예순 날이 되면 삼백 예순 송이가 피네.
한 몸이 다 바로 꽃이면 온 집이 모두 바로 봄일세.
5월에 대신사가 특히 자신의 집에서 설법하시고 도덕가(道德歌)를 지으시다.
도덕가(道德歌)
천지음양 조판(肇判) 후에 백천만물 화(化)해 나서
지우자(至愚者) 금수요 최령자(最靈者) 사람이라
전해 오는 세상 말이 천의인심(天意人心) 같다 하고
대정수(大定數) 주역괘(周易卦)에 난측자(難測者)는 귀신이오
대학(大學)에 이른 도는 명명기덕(明明其德) 하여 내어
지어지선(至於至善) 아닐런가 중용(中庸)에 이른 말은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요 솔성지위도(率性之謂道)요
수도지위교(修道之謂敎)라 하여 성경(誠敬) 이자(二字) 밝혀 두고
아 동방 현인달사(賢人達士) 도덕군자 이름 하나
무지한 세상사람 아는 바 천지라도
경외지심(敬畏之心) 없었으니 아는 것이 무엇이며
천상에 상제님이 옥경대(玉京臺)에 계시다고
보는 듯이 말을 하니 음양이치 고사하고
허무지설(虛無之說) 아닐런가 한나라 무고사(巫蠱事)가
아 동방 전해 와서 집마다 위한 것이
명색마다 귀신일세 이런 지각 구경하소
천지 역시 귀신이오 귀신역시 음양인줄
이같이 몰랐으니 경전 살펴 무엇하며
도와 덕을 몰랐으니 현인군자 어찌 알리
금세(今世)는 이러하나 자고성현(自古聖賢) 하신 말씀
대인은 여천지(與天地) 합기덕(合其德) 여일월(與日月) 합기명(合其明)
여귀신(與鬼神) 합기길흉(合其吉凶)이라 이같이 밝혀내어
영세무궁 전했으니 몰몰(沒沒)한 지각자는
옹총망총(壅聦茫怱) 하는 말이 지금은 노천(老天)이라
영험조차 없거니와 몹쓸 사람 부귀하고
어진 사람 궁박타고 하는 말이 이뿐이오
약간 어찌 수신(修身)하면 지벌보고 가세보아
추세(追勢)해서 하는 말이 아무는 지벌도 좋거니와
문필이 유여(有餘)하니 도덕군자 분명타고
모몰염치(冒沒廉恥) 추존(推尊)하니 우습다 저 사람은
지벌이 무엇이게 군자를 비유하며
문필이 무엇이게 도덕을 의논하노
아서라 너희 사람 보자 하니 욕이 되고
말하자니 번봉(煩奉)하되 나도 또한 이 세상에
양의사상(兩儀四象) 품부(稟賦)해서 신체발부 받아내어
근보가성(僅保家聲) 사십 평생 포의한사(布衣寒士) 뿐이로다
천리(天理)야 물을소냐 사람의 수족동정(手足動靜)
이는 역시 귀신이오 선악 간 마음 용사(用事)
이는 역시 기운이오 말하고 웃는 것은
이는 역시 조화로세 그러나 한울님은
지공무사(至公無私) 하신 마음 불택선악(不擇善惡) 하시나니
효박(淆薄)한 이 세상을 동귀일체(同歸一體) 하단말가
요순지세(堯舜之世)에도 도척(盜跖)이 있었거든
하물며 이 세상에 악인음해(惡人陰害) 없을소냐
공자지세(孔子之世)에도 환퇴(桓魋)가 있었으니
우리 역시 이 세상에 악인지설(惡人之說) 피할소냐
수심정기(守心正氣) 하여내어 인의예지(仁義禮智) 지켜두고
군자말씀 본을 받아 성경(誠敬) 이자(二字) 지켜내어
선왕고례(先王古禮) 일찬으니 그 어찌 혐의되며
세간오륜 밝은 법은 인성지강(人性之綱)이로세
잃지 말자 맹서하니 그 어찌 혐의될고
성인의 가르침이 이불청음성(耳不聽淫聲)하며
목불시악색(目不視惡色)이라 어질다 제군들은
이런 말씀 본을 받아 아니 잊자 맹서해서
일심(一心)으로 지켜내면 도성덕립(道成德立) 되려니와
번복지심(飜覆之心) 두게 되면 이는 역시 역리자(逆理者)요
물욕교폐(物慾交蔽) 되게 되면 이는 역시 비루자(鄙陋者)요
헛말로 유인하면 이는 역시 혹세자(惑世者)요
안으로 불량하고 겉으로 꾸며내면
이는 역시 기천자(欺天者)라 뉘라서 분간하리
이같이 아니 말면 경외지심(敬畏之心) 고사하고
경천순리(敬天順理) 하단 말가 허다한 세상 악질(惡疾)
물약자효(勿藥自效) 되었으니 기이(奇異)코 두려우며
이 세상 인심으로 물욕제거(物慾除去) 하여내어
개과천선(改過遷善) 되었으니 성경(誠敬) 이자 못 지킬까
일일이 못 본사람 상사지회(相思之懷) 없을 소냐
두어 구절 언문가사 들은 듯이 외워내어
정심수도(正心修道) 하온 후에 잊지 말고 생각하소.
7월 23일에 대신사가 최경상(崔慶翔; 해월신사[海月神師])으로 하여금 북접주인(北接主人)을 정하시고 말하기를 “너는 이로부터 도중(道中) 일체사무를 잘 유지하라” 하시다.
8월 13일에 북접 해월신사가 찾아와 뵈었는데 대신사가 말하기를 “추석이 멀지 않았거늘 너는 어찌 여기에 왔느뇨?” 대답하여 말하기를 “함석(函席)을 배(陪)하고 절일(節日)을 경도(經度)하려고 왔나이다.”
대신사가 해월신사에게 절구(絶句)을 지어 주시다.
절구(絶句)
황하가 맑아지고 봉황이 우는 것을 누가 능히 알리오.
운수가 어느 곳으로부터 오는지 내 알지 못하노라.
평생에 받은 천명은 천년의 운수요,
성덕(聖德)의 우리 집은 백세의 업을 계승하였네.
용담(龍潭)의 물이 흘러 네 바다의 근원이요,
구미산(龜岳)에 봄이 오니 온 세상이 꽃이로다.
대신사가 인하여 묵념을 오래도록 하고 좌우를 물리치시고 홀로 북접주인을 불러 말하기를 “너는 무릎 꿇지 말고 편하게 앉아라.” 해월신사가 명을 따라 앉으니 대신사가 말하기를 “네 손과 발을 마음대로 오므리고 펴보아라.” 말이 끝난 후에 해월신사가 문득 정신이 혼미하여 입으로 말할 수 없었고 손과 발을 오므리고 펼 수 없는지라. 대신사가 말하기를 “네 어찌 이와 같느뇨?” 해월신사가 그 말을 듣고 비로소 몸을 움직이는지라. 마침내 정신이 이전과 같아 물어 말하기를 “이는 무슨 연고입니까?” 대신사가 말하기를 “조화의 자취니라.”
다음날 이른 새벽에 대신사가 묵묵히 생각하시더니 오래 탄식하여 자못 성난 얼굴빛이 있으시다가 인하여 얼굴빛이 기뻐하여 말하기를 “가히 공을 이루고 가는 것이라” 하시고 수심정기(守心正氣) 네 자를 쓰셔서 해월신사에게 주시고 말하기를 “이로부터 도사(道事) 확장을 네가 힘써 노력하여 나의 마음을 어기지 말라.” 해월신사가 놀라서 얼굴에 느낌을 나타내며 말하기를 “어찌 이러한 명이 있으십니까? 감히 비분(匪分)의 소임을 감당치 못할 것입니다.” 대신사가 말하기를 “일이 하늘의 명에서 나왔나니. 번거롭게 하지 말고 의심치 마라” 하시다.
대신사가 인하여 해월신사를 불러 말하기를 “우리 도는 유불선(儒佛仙) 합일이니라. 원래 하늘의 도는 유불선이 아니로되 유불선은 하늘의 도의 부분적 진리로 과거 시대의 도덕이니라. 유(儒)의 삼강오륜(三綱五倫)과 불(佛)의 수성각심(修性覺心)과 선(仙)의 양기양생(養氣養生)은 우리 도의 부분인대 우리 도는 유불선의 가장 근원의 처음에 서있어 체(體)는 곧 하늘의 도이며 용(用)은 곧 유불선이니 후세에 이를 헷갈리지 아니하도록 삼가라” 하시다.
대신사가 해월신사를 명하여 붓을 잡아 이별시(訣詩)를 받게 하시고 말하기를 “이는 너의 장래니 영원히 지키고 버리지 마라” 하시다.
이별시(訣詩)
용담(龍潭)의 물이 흘러 네 바다의 근원이요, 검악(劍岳)에 사람이 있어 오직 한마음이로다.
30일에 대신사가 흥비가(興比歌)를 지으시다.
흥비가(興比歌)
시운(詩云) 벌가벌가(伐柯伐柯)하니 기측불원(其則不遠)이라
내 앞에 보는 것을 어길 ▣ 없지만은
이는 도시(都是) 사람이오 부재어근(不在於近) 이로다
목전지사(目前之事) 쉬이 말고 심량(心量)없이 하다가서
미래지사(未來之事) 같잖으면 그 아니 내 한(恨)인가
이럼으로 세상일이 난지이(難之而) 유이(有易)하고
이지이(易之而) 유난(有難)인줄 깨닫고 깨달을까
명명(明明)한 이 운수는 다 같이 받지만은
어떤 사람 저러하고 어떤 사람 이러한가
이리 촌도(忖度) 저리 촌도 각각 명운(明運) 분명하다
의아(疑訝)있는 그 사람은 천고청비(天高聽卑) 그 문자를
궁사멱득(窮思覓得) 하여 내여 제 소위(所謂) 투리(透理)라고
생각나니 이 뿐이오 그런 고로 평생위업(平生所爲)
일변(一邊)은 교사(巧詐)하고 일변은 가소롭다
한울님이 높으시사 청비문자(聽卑文字) 겁을 내여
말은 비록 아니하나 심사(心事)를 속여 내여
이 운수가 어떠할지 탁명(托名)이나 하여보자
모든 친구 유인하여 흠연대접(欣然待接) 하는 듯다
아서라 저 사람은 네가 비록 암사(暗詐)하나
한우님도 모르실가 그 중에 몰각자는
조석지우(朝夕之憂) 있지만은 없는 것 구해가며
온포지공(溫飽之功) 착실하여 소위 통정(通情) 하는 말이
성운성덕(聖運聖德) 우리 도유(道儒) 여사애당(如斯愛黨) 하거니와
심지상통(心志相通) 아니할가 묻지 않는 그 말이며
청(請)치 않는 그 소리를 툭▣더러라 하자니
그 모양 오직할까 교사(巧詐)한 저 사람은
좋은 듯이 듣고 앉아 중심(中心)에 하는 말이
내 복인가 내 복인가 열세 자가 내 복인가
어찌 이리 좋은 운수 그 때부터 없었던고
영험(靈驗)되고 좋은 말은 귀 밖으로 다 버리고
그 중에 불미지사(不美之事) 달게 듣고 모아내어
흉중(胸中)에 가득하면 마지못해 떠나가니
삼복염증(三伏炎蒸) 저문 날에 소리하고 오는 짐승
귀에 와서 하는 거동 정분(情分)도 있는 듯고
이 세상 풍속됨이 음해(陰害)가 주장(主張)이라
통기(通寄)하고 오자 하니 의심없이 앉았다가
말초(末梢)에 해가 미쳐 박지기단(莫知其端) 아닐런가
이 웬일고 이 웬일고 먼저 오는 그 짐승은
해아지심(害我之心) 두게 되면 소리하기 뜻 밖이오
이 웬일고 이 웬일고 아무러나 살펴보자
적은 듯 기다리니 그놈 자취 분명하다
지각 없다 지각 없다 이내 사람 지각없다
저 건너 저 배 남 배가 어찌 떨어져서
만딘의아(萬端疑訝) 둘 즈음에 까마귀 날아가서
즉시파혹(卽時罷惑) 하였더니 지각없다 지각없다
이내 사람 지각없다 백주대적(白晝大賊) 있단 말을
자세히도 들었더니 지각없다 지각없다
이내 사람 지각없다 포식양거(飽食揚去) 되였으니
문장군(蚊將軍)이 네 아니냐 그 중에 현인달사(賢人達士)
내말 잠간 들어 보소 합기덕(合其德) 알았으니
무위이화(無爲而化) 알지만은 그러나 자고급금(自古及今)
사사상수(師師相授) 한다 해도 자재연원(自在淵源) 아닐런가
일일히 거울해서 비야흥야(比也興也) 하였으니
범연간과(泛然看過) 하지 말고 숙독상미(熟讀嘗味) 하였어라
칠팔세 글을 배워 심장적구(尋章摘句) 하여 내여
청운교(靑雲橋) 낙수교(洛水橋)에 입신양명 할 마음은
사람마다 있지 만은 깊고 깊은 저 웅덩에
진심알명(盡心竭力) 지은 글을 넣고 나니 허무하다
천수(天數)만 바라다가 많고 많은 그 사람에
몇몇이 참례해서 장락원(掌樂院) 대풍류(大風流)에
삼일유가(三日游街) 기장(奇壯)하다 이일 저일 볼작시면
허무하기 다시 없어 아니 가자 맹서해도
내 운수 내가 몰라 종종(種種)이 다니다가
이내 마음 마칠진대 그 아니 운수런가
원처(遠處)에 일이 있어 가게 되면 이(利)가 있고
아니 가면 해가 있어 불일발정(不日發程) 하다가서
중로에서 생각하니 길은 점점 멀어지고
집은 종종 생각나서 금치 못할 만단의아(萬端疑訝)
배회노상(徘徊路上) 하다 가서 정녕(丁寧)히 알작지면
이 걸음을 가지만은 어떨런고 어떨런고
도로 회정(回程) 하였더니 저 사람 용렬(庸劣)하다
글 네자 밝혀 내여 만고사적(萬古史績) 소연(昭然)하다
아홉▣ 조산(造山할) 때 그 마음 오죽할가
당초에 먹은 마담 과불급 될까 해서
먹고 먹고 다시 먹고 오인육인(五仞六仞) 모을 때는
보고 나니 자미(滋味)있고 하고 나니 성공이라
어서 하자 바삐 하자 그럭 저럭 다해갈 때
이번이나 저번이나 차차차차 풀린 마음
조조(慥慥)해서 자주 보고 ▣일해서 그쳤더니
다른 날 다시 보니 한 소고리 더 했다면
여한없이 이룰 공을 어찌 이리 불급(不及)한고
이런 일을 본다 해도 운수는 길어지고
조급은 잠시로다 생각고 생각하소
건장한 좋은 나무 두어 자 썩었은들
양공(良工)은 불기(不棄)라도 그 말이 민망하다
장인(匠人)이 불급(不及)하여 아니 보면 어찌하리
그말 저말 다하자나 말도 많고 글도 많아
약간 약간 기록하니 여차 여차 우여차라
이글 보고 저글 보고 무궁한 그 리치를
불연기연(不然其然) 살펴 내여 지야흥야(比也興也) 비해 보면
글도 역시 무궁이오 말도 역시 무궁이라
무궁히 살펴 내여 무궁히 알았으면
무궁한 이율 속에 무궁한 내 아닌가
10월 28일은 대신사의 탄일이시라. 각지 제자가 둥글게 모였더니 대신사가 좌우를 돌아보고 말하기를 “후세 사람이 나를 천황씨(天皇氏)라 말하리라” 하시고 또 말하기를 “내가 전일 우음(偶吟)이 있었노라.” 시를 보여주시니 시의 뜻을 이해하는 자가 없더라.
우음시(偶吟詩)
남쪽별이 둥글게 차고 북쪽 하수가 돌아오면 대도(大道)가 하늘같이 겁회(㥘灰)를 벗으리라.
거울을 만리에 투영하니 눈동자 먼저 깨닫고 달이 삼경에 솟으니 뜻이 홀연히 열리도다.
어떤 사람이 비를 얻어 능히 사람을 살릴 것인가. 온 세상이 바람을 좇아 임의로 가고 오네.
겹겹이 쌓인 티끌 내가 씻어버리고자 표연히 학을 타고 선대(仙坮)로 향하리라.
하늘 맑고 달 밝은 데 다른 뜻은 없고 좋은 웃음 좋은 말은 예로부터 오는 풍속이라.
사람이 세상에 나서 무엇을 얻을 건가. 도를 묻는 오늘날에 주고받는 것이로다.
이치 있는 그 내용을 아직 못 깨달아, 뜻이 현문(賢門)에 있으니 반드시 나 같으리.
하늘이 백성을 내시고 도 또한 내었으니, 각각 기상이 있음을 나는 알지 못했네.
폐부에 통했으니 어그러질 뜻이 없고, 크고 작은 일에 의심이 없네.
마상(馬上)의 한식(寒食)은 연고지가 아니요, 우리 집에 돌아가서 옛일을 벗하고 싶네.
의리와 신의여, 또한 예의와 지혜로다. 무릇 나와 그대 한 모임을 지으리.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또 어느 때일까. 같이 앉아 한담하며 상재(上才)를 원할까.
세상 되어오는 소식 또한 알지 못해서, 그런가 안 그런가 먼저 듣고 싶어 하네.
서산에 구름 걷히고 모든 벗 모이리니, 처변(處卞)을 잘못하면 이름이 빼어나지 못하리라.
어떻게 이곳에 와서 서로 좋게 보는 거냐. 말하고 글 쓰는 것 뜻이 더욱 깊더라.
이 마음 들뜨지 말라, 오래 이렇지 않으리니. 또 타향에서 좋은 벗을 보리로다.
사슴이 진나라(秦) 뜰을 잃었다니 우리가 어찌 그런 무리인가. 봉황이 주나라(周)에서 우는 것을 너도 응당 알리라.
천하를 보지도 못하고 구주(九州)는 말로만 들었으니, 공연히 남아로 하여금 마음만 설레게 하네.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니 동정호(洞庭湖) 아닌 줄 알겠고, 앉은 자리가 악양루(岳陽樓)에 있음인지 의심하네.
내 마음 지극히 묘연한 사이를 생각하니, 의심컨대 태양이 흘러 비치는 그림자를 따르네.
대신사가 인하야 물어 말하기를 “너희들이 전일 시의 뜻을 이해한 자가 있느뇨?” 강수가 자기 생각으로 대함에 대신사가 말하기를 “그렇지 않다” 하시다.
대신사가 말하기를 “내가 전날 밤에 한 꿈을 꾸니 태양의 살기가 왼쪽 다리에 붙어 인(人)자를 만들더니 깨어난 후에도 여전히 자줏빛 흔적이 있어 세 날 동안 없어지지 아니할세. 내가 이로써 화가 장차 없을 줄 아노라” 하시고 또 말하기를 “뒷날에 법을 위하는 자는 하나에 있고 둘에 있지 않고 셋에 있고 넷에 있지 않고 다섯에 있고 여섯에 있지 아니하니라.”
또 말하기를 “하늘이 오만년 무극대도로써 나에게 주었나니 고로 나의 도는 후천 오만년의 대도니라. 내 상제를 아노니 상제의 마음은 즉 나의 마음이니라. 또 억조(億兆)의 마음이니라. 나는 인심(人心)이 즉 천심(天心)임을 선언하노니. 따라서 나의 도는 지금 듣지 못하고 예전에도 듣지 못한, 지금 비할 수도 예전에도 비할 수 없느니라. 사람이 이 말을 듣고 혹 그렇지 않다 하는 자가 있음은 이 아직 미혹에 방황하는 자니라. 그러나 대도를 펼치는 법이 매우 간단하니 다만 스물한 자를 전할 뿐이니라. 사람이 혹 흘러 다니는 주문을 듣고 외우는 자가 있으니 이는 천도를 공경하고 전하는 뜻이 아니니라” 하시다.
이 날에 대신사가 불연기연(不然其然) 이 팔절을 지으시다.
불연기연(不然其然)
“노래하기를, 천고의 만물이여, 각각 이룸이 있고 각각 형상이 있도다. 보는 바로 논하면 그렇고 그런듯하나 그부터 온 바를 헤아리면 멀고도 매우 멀도다. 이 또한 아득한 일이요 헤아리기 어려운 말이로다. 나의 나 된 것을 생각하면 부모가 이에 계시고, 뒤에 뒤 될 것을 생각하면 자손이 저기 있도다. 오는 세상에 견주면 이치가 나의 나 된 것을 생각함에 다름이 없고, 지난 세상에서 찾으면 의심컨대 사람으로서 사람된 것을 분간키 어렵도다.
아! 이같이 헤아림이여. 그 그러함을 미루어 보면 기연(其然)은 기연이나 그렇지 않음을 찾아서 생각하면 불연(不然)은 불연이라. 왜 그런가? 태고에 천황씨(天皇氏)는 어떻게 사람이 되었으며 어떻게 임금이 되었는가. 이 사람의 근본이 없음이여, 어찌 불연이라 말하지 않겠는가. 세상에 누가 부모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마는 그 선조를 상고하면 그러하고 그러하고 또 그런 까닭이니라.
그렇게 세상이 되어서 임금을 내고 스승을 내었으니 임금은 법을 만들고 스승은 예를 가르쳤느니라. 임금은 자리를 전해준 임금이 없건마는 법강(法綱)을 어디서 받았으며, 스승은 가르침을 받은 스승이 없건마는 예의를 어디서 본받았을까. 알지 못하고 알지 못할 일이로다. 나면서부터 알아서 그러함인가, 자연히 화해서 그러함인가. 나면서부터 알았다 말할지라도 마음은 어두운 가운데 있고, 자연히 화했다 말해도 이치는 아득한 사이에 있도다.
무릇 이와 같은 즉 불연은 알지 못하므로 불연을 말하지 못하고, 기연은 알 수 있으므로 이에 기연을 믿는 것이라. 이에 그 끝을 헤아리고 그 근본을 캐어본 즉 만물이 만물되고 이치가 이치된 큰 일이 얼마나 먼 것이냐. 하물며 또한 이 세상 사람이여. 어찌하여 앎이 없는고, 어찌하여 앎이 없는고.
수가 정해진지 몇 해이런고. 운이 스스로 와서 회복되도다. 예전과 지금이 변치 않음이여. 어찌 운이라 하며 어찌 회복이라 하는가. 만물의 불연이여. 헤아려 밝히고 기록하여 비추어보리라. 사시(四時)의 차례가 있음이여. 어찌하여 그리 되었으며 어찌하여 그리 되었는고. 산 위에 물이 있음이여, 그것이 그럴 수 있으며 그것이 그럴 수 있는가. 갓난아기의 어리고 어림이여, 말은 못해도 부모를 아는데 어찌하여 앎이 없는고. 어찌하여 앎이 없는고. 이 세상 사람이여. 어찌하여 앎이 없는고. 성인의 나심이여, 황하가 천 년에 한번 씩 맑아진다니 운이 스스로 와서 회복되는 것인가. 물이 스스로 알고 변하는 것인가. 밭가는 소가 사람의 말을 들음이여, 마음이 있는 듯하며 앎이 있는 듯하도다. 힘으로써 족히 할 수 있음이여. 왜 고생을 하며 왜 죽는가. 까마귀 새끼가 도로 먹임이여. 저것도 또한 효도와 공경을 알고, 제비가 주인을 앎이여. 가난해도 또 돌아오고 가난해도 또 돌아오도다.
이러므로 기필키 어려운 것은 불연이요, 판단하기 쉬운 것은 기연이라. 먼데를 캐어 견주어 생각하면 그렇지 않고 그렇지 않고 또 그렇지 않은 일이요. 조물자(造物者)에 부쳐 보면 그렇고 그렇고 또 그러한 이치인져.”
팔절(八節) 하나
밝음이 있는 바를 알지 못하거든 멀리 구하지 말고 나를 닦으라.
덕이 있는 바를 알지 못하거든 내 몸의 화해난 것을 헤아리라.
명이 있는 바를 알지 못하거든 내 마음의 밝고 밝음을 돌아보라.
도가 있는 바를 알지 못하거든 내 믿음이 한결같은가 헤아리라.
정성이 이루어지는 바를 알지 못하거든 내 마음을 잃지 않았나 헤아리라.
공경이 되는 바를 알지 못하거든 잠깐이라도 모앙(慕仰)함을 늦추지 말라.
두려움이 되는 바를 알지 못하거든 지극히 공변되게 하여 사사로움이 없는가 생각하라.
마음의 얻고 잃음을 알지 못하거든 마음 쓰는 곳의 공과 사를 살피라.
또 둘(又二)
밝음이 있는 바를 알지 못하거든 내 마음을 그 땅에 보내라.
덕이 있는 바를 알지 못하거든 말하고자 하나 넓어서 말하기 어려우니라.
명이 있는 바를 알지 못하거든 이치가 주고받는 데 묘연하니라.
도가 있는 바를 알지 못하거든 내가 나를 위하는 것이요 다른 것이 아니니라.
정성이 이루어지는 바를 알지 못하거든 이에 스스로 자기 게으름을 알라.
공경이 되는 바를 알지 못하거든 내 마음의 거슬리고 어두움을 두려워하라.
두려움이 되는 바를 알지 못하거든 죄 없는 곳에서 죄 있는 것같이 하라.
마음의 얻고 잃음을 알지 못하거든 오늘에 있어 어제의 그름을 생각하라.
대신사가 지으신 팔절을 전황응(全晄應)이 보고 자기의 뜻으로서 지어 드리거늘 대신사가 빙긋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도를 보는 것이 어렵다” 하시다.
이때 북접 중에 풍습(風濕)이 크게 일어나서 고통받는 자가 많거늘 대신사가 소장(訴狀)을 써서 “상제께 아뢰라. 내가 반드시 강서(降書)를 얻으리라.” 강서를 얻으니 글에 말하기를 “얻기도 어렵고 구하기도 어려우나 실은 이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니라. 마음이 화하고 기운이 화하여 봄같이 화하기를 기다리라” 라 하였더라. 이로써 각지에 배포하니 풍습이 마침내 가라않으니라.
대신사가 또한 도유(道儒)의 마음이 급함을 탄식하여 글을 지으시다.
탄도유심급(歎道儒心急)
“산하의 큰 운수가 다 이 도에 돌아오니 그 근원이 가장 깊고 그 이치가 심히 멀도다. 나의 심주(心柱)를 굳건히 해야 이에 도의 맛을 알고, 한 생각이 이에 있어야 만사가 뜻과 같이 되리라. 흐린 기운을 쓸어버리고 맑은 기운을 어린 아기 기르듯 하라. 한갓 마음이 지극할 뿐 아니라, 오직 마음을 바르게 하는데 있느니라. 은은한 총명은 자연히 되어 나오고, 앞으로 오는 모든 일은 한 이치에 돌아가리라. 남의 적은 허물을 내 마음에 논란하지 말고, 나의 적은 지혜를 사람에게 베풀라. 이와 같이 큰 도를 적은 일에 정성드리지 말라. 큰일을 당하여 헤아림을 다하면 자연히 도움이 있으리라. 풍운대수는 그 기국(器局)에 따르느니라. 현묘한 기틀을 나타나지 않나니 마음을 조급히 하지 말라. 공을 이루는 다른 날에 좋이 신선의 연분을 지으리라. 마음은 본래 비어서 물건에 응하여도 자취가 없는 것이니라. 마음을 닦아야 덕을 알고, 덕을 오직 밝히는 것이 도니라. 덕에 있고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요, 믿음에 있고 공부에 있는 것이 아니요, 가까운 데 있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요, 정성에 있고 구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니 그렇지 않은 듯하나 그러하고 먼 듯하나 멀지 아니하니라.”
이해 12월에 대신사가 각 접(接)을 돌며 깨우쳐주시니 사람이 급히 고하여 말하기를 “요사이 선생을 서학(西學)으로써 지목하여 조정에서 체포코자 한다 하오니 선생은 몸을 아끼소서.” 대신사가 웃으며 말하기를 “도는 나로부터 나왔으니 내가 스스로 감당하리라. 어찌 도피하여 누를 자네들에게 미치게 하리오. 또 하늘의 명이 환히 비치거늘 어찌 사심(私心)으로써 깊고 묘한 이치를 어기랴” 하시더니 10일 밤에 이르러는 해월신사 외 십 여인의 문제자에게 깨우쳐 말하기를 “오늘 밤 내가 특히 일이 있으니 너희들은 각기 집으로 돌아가라” 명하시고 홀로 밝은 촛불로 밤을 지세우면서 사람을 기다림과 같더니 아닌 게 아니라 선전관(宣傳官) 정민용(鄭黽龍)이 조정의 명령으로 이르러 대신사를 잡았느니라.
다음날 아침에 대신사가 정민용과 더불어 길에 올라 영천(永川)을 향하실 때 나졸(邏卒)의 말 표현이 매우 공손치 못한지라. 문득 대신사가 타신 말이 길에 서서 심하게 채찍질하여도 나가지 않거늘 나졸이 이에 크게 놀라 대신사에게 고하여 말하기를 “소인들이 죄가 있사오니 원컨대 선생은 용서하소서.” 말이 끝나자 말이 드디어 나아 가니라.
대신사 일행이 과천(果川)에 이르러 여러 날을 머물더니 하루는 대신사가 북쪽 하늘을 향하야 통곡하시거늘 일행이 그 뜻을 물으니 대신사가 말하기를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을 것이라” 하시더니 다음날 아침에 선전관이 조정의 지령을 전하여 말하기를 “지금 전상(殿上 : 철종)이 붕어하셨으니 동학선생 최제우를 대구에 돌려보내 가두고 취조하고 조사하여서 알려라” 하더라.
포덕 5년 갑자(甲子) 정월 6일에 대신사가 대구에 이르시니 감사 서헌순(徐憲淳)이 취조하야 말하기를 “네가 도당을 불러 모아 민간풍속을 매우 어지럽게 하니 장차 무엇을 하고자 하느뇨.” 대신사가 서헌순을 보며 말하기를 “내가 무극대도로써 천하에 펼치고자 하노니 이 도가 세상에 나옴은 하늘이 명한 바요. 또한 나의 한 몸으로써 도에 목숨을 바쳐 덕을 후천(後天) 오만년에 펼치게 함도 또한 하늘이 명한 바니 오직 공은 알아서 하라.”
대신사가 수물 두 차례의 혹독한 고문을 받되 다른 말이 하나도 없으며 고문을 받을 때에 장형(杖刑)을 행하는 자리에 벼락 소리가 일어나 여러 집이 흔들려 움직이는 지라. 좌우가 놀라서 얼굴빛이 달라지고 서헌순이 또한 크게 놀라 물어 말하기를 “이는 무슨 소리이뇨.” 옥졸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죄인의 정강이가 부러지는 소리입니다.” 서헌순이 옥에 가둘 것을 명하다.
대신사가 형벌을 받을 때에 몸과 살갗이 크게 헐고 상처를 입어 다시 완전히 소생할 가망이 없으되 감옥에 이르면 모든 상처가 이전과 같아 거의 완쾌한 사람과 다르지 아니한지라. 옥리가 그 신기함을 경탄치 않는 자가 없더라.
대신사가 옥에 있어 비밀리에 주인을 보시고(사실이 하편[下編]에 있다) “등불이 물 위에 밝았으니 의심할 틈이 없고, 기둥이 마른 것 같으나 힘은 남아 있도다(燈明水上無嫌隙、柱似枯形力有餘一)”라 한 한 구절 시와 “높이 날고 멀리 뛰어라(高飛遠走)”라는 네 글자 영결(永訣)을 써서 마음의 종이(心紙)를 지어 담뱃대에 집어넣어 해월신사에게 주시고 다시 대도의 장래를 매우 정성스럽게 환하게 가르치시니 이것이 스승과 제자 간 최후 영원히 헤어짐의 교훈이더라.
3월 10일에 대신사가 형을 장대(將臺)에서 받으실 때 조금도 칼의 흔적이 없는지라. 감사 이하 사방 주위가 모두 두려워하여 할 바를 모르더니 대신사가 천연히 옥졸에게 일컬어 말하기를 “너는 청수(淸水) 한 그릇을 내 앞에 바쳐 차려라” 하시고 태연히 청수를 대하여 묵묵히 오래 생각하고 말하기를 “너희들은 공경히 청수를 거두라” 하시고 곧 형(刑)을 따르시니라.
이때에 제자 김경필(金敬弼), 김경숙(金敬叔), 정용서(鄭龍瑞), 곽덕원(郭德元), 임익서(林益瑞), 전덕원(全德元) 등이 대신사의 시체를 거두어 자인현(慈仁縣) 서후연점(西後淵店)에 이르니 시체가 아직도 따뜻하며 몸과 머리가 서로 이어지는 곳에 붉고 흰 선이 있어 장차 다시 살아날 가망이 있거늘 제자가 그 다시 살아남을 바래 3일을 기다리더니 아침에 무지개가 못에 일어나며 상서로운 구름이 집을 둘러싸다 다른 데로 가는 때에 무지개가 사라지고 구름이 걷힘에 따라 주검에 물이 비로소 나오는지라. 이에 구미산 아래 용담 앞 산기슭에 장사지내니 이날은 3월 17일 이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