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문(慰靈文)
아 우리 제현이여! 제현은 화택(火宅)이요 세상이여, 세상은 고해(苦海)임으로 하여금 안택(安宅)이요 낙원인 천국을 만들기 위하여 성(誠)을 다하였도다. 제현이여! 제현은 인내천(人乃天)임을 알지 못하여 서로 다투어 죽이며 서로 탈취하는 인류로 하여금 서로 사랑하여 보호하고 서로 도와 의지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도다. 제현이여! 제현은 5만년 노력하였으나 공이 없던 한울님의 공(功)을 이루기 위하여 마음을 다하였도다.
아 슬프다, 제현이여! 제현은 공과 덕이 과연 크고 거룩하도다. 그러나 무심하고 무정한 세상은 제현으로 하여금 행복을 주지 않고 검광(劍光)과 총성(銃聲) 속에서 외로운 혼이 되게 하였도다. 아! 불쌍한 제현의 외로운 혼이여.
아 슬프다, 제현이여! 제현은 과연 죽었는가. 아니로다 아니로다. 제현은 과연 “죽음으로 죽어서, 죽어도 죽은 것이 아니로다[死於死, 死而不死]”. 아! 제현이여, 제현의 팔척(八尺)은 무성한 숲에 구름과 안개가 되었을지라도 청산의 먼지와 흙이 되었을지라도 끊고 끊어진 한 조각의 정령은 영원한 유명(幽冥) 속에서 세상을 위하여 인류를 위하여 땀을 흘리고 눈물을 뿌릴 줄 아노이다.
아 슬프다, 지금에 우리가 검광총성(劍光銃聲) 속에서 탈출하여서 세상의 동정을 받게 된 우리 천도교. 전 인류의 사조(思潮)로 하여금 빠르게 인내천화(人乃天化)를 되게 한 우리의 천도교. 그것은 알세라. 전 조선의 수백만 외로운 혼의 음조(陰助)함인 줄 아노이다. 수백만 뜨거운 피에서 통탄이 도듬인줄 아노이다. 그러면 제현의 원수(寃讐)의 세상은 벌써 제현의 정령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제현이 이상(理想)하던 세상은 이상한바 그대로의 면목으로 제현의 정령 앞에서 활약하는도다.
아 슬프다! 제현의 정령은 진실로 살았도다. 우리 인류의 정령 속에서 영원히 살았도다. 사람 성(性)의 무궁(無窮)으로 더불어...
포덕 64년[1923] 3월 9일에 최병현은 한을 품고 쓰다.[憾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