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적의 형세가 임박해서 장차 추풍령을 넘을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에 합세해서 방어할 목적으로 병정 100명을 어제 날이 저물기 전에 급히 출발시키라는 뜻으로 이미 감칙한 바 있었건만, 그 수성(守城)에 대한 방보(防報)를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으니, 만일 큰 도적이 당도하면 다만 본읍 혼자의 힘으로 그 성을 굳게 지켜 큰 화환을 면할 수 있겠는가. 일이 있는 곳을 착실히 방어하면 무사(無事)한 지방은 과연 태평한 것인가. 하물며 관할 군병을 난에 임해서 쓰지 않는다면 환란을 방비하는 본의가 어디 있는가. 나랏일을 또한 장차 어떻게 봉행하겠는가. 징발하는 일에 있어서는 오직 명령대로 따르면 될 것이거늘, 어찌 한결같이 방비하는 것만을 주장하는가. 몹시 통탄하고 기막힐 일이다. 목전의 일의 형세는 한쪽에서 접전이 벌어져 위기의 사단이 너무도 많으니, 기필코 병정 100명을 전의 감칙에 의하여 각각 5일분 양식과 넉넉한 약환을 가지고 오늘 저녁 전에 일제히 본 군문에 대기하도록 하라. 다시 혹 조금이라도 지체한다면 해당 영관(領官)은 군율이 시행됨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점을 알아서 두렵게 여겨 거행하고, 수교(首校)는 지금 간 두 종에게 속히 체포해 올려서 다시 잡아다가 죄를 더 주는 지경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 마땅할 것.
주석
방보(防報):상급 관아의 지시대로 따를 수 없을 경우, 그 이유를 변명하여 올리던 보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