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대장(留陣大將)에 보낸 전령
이 군문은 오로지 적을 토벌하는 방책을 내어 적의 소굴을 소탕해서 위로는 소간(宵旰)하시는 성상의 걱정을 풀어 드리고, 아래로는 역명(逆命)의 원수에 대한 백성들의 원통함을 위로하는 것이 바로 직분내의 일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추상 같은 호령과 병거(兵車)를 출동하는 위엄을 본 장군에게 전임시켰다. 그런데 출동한 군사 300명이 무엇이 부족함을 걱정하여 적진에 쳐들어가서 적을 깨부수지 않고 3일 동안 중도에 유진(留陣)하여 공연히 군수(軍需)만 허비하고, 그 월등한 육도(六韜)ㆍ삼략(三略)은 헤아리지 않고 경군(京軍)과 청주 병정은 한쪽에서 접전하는데 우리 군병은 가지 않고 있으니, 이 때문에 분통이 막심하다.
어제 등단(登壇)의 위명(威命)을 받고 오늘 적을 토벌하는데 겨우 10리를 갔다가 곧 회군(回軍)하니, 자신의 목숨을 위해서 그런 것인가? 군법(軍法)이 없어진다면 국가를 어떻게 받들겠는가? 그것은 과연 임무가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이니, 나무라 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창군(槍軍) 100명은 통솔하여 창촌(倉村)에 유진하고, 포군(砲軍) 200명은 새로 차임된 유격장 김응두(金膺斗)에게 내어주어 급히 가서 진멸(殄滅)하여 이 분통을 만분의 일이라도 씻게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