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居昌)의 소모영(召募營)에 보낸 이문
서로 상고할 일. 저는 부끄럽게도 둔재(鈍才)로서 외람되이 은칙(恩勅)을 받아 책임이 너무도 중대한데, 황간과 청산 등지에 동도 수만 명이 둔취(屯聚)하여 진(陣)을 치며 황간과 청산 두 읍(邑)이 이미 그들에 의해 성이 함락되었습니다. 그들은 장차 추풍령과 괘방령 사이로 향하려 한다고 하니, 이 지대의 방어를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유격장으로 하여금 병정 300명을 받아 우선 황간을 지키게 하였고, 한편으로는 가까운 고을에서 병정을 징집하고, 또 한편으로는 순영(巡營)에 원병을 청하였습니다.
군정 300명을 보내면서 부친 서면 내용에 “상주와 거창에 급히 통보해서 합세하여 토멸하라.”라고 하였는데, 상주의 경우는 유격장이 병정을 많이 거느리고 이미 율계(栗溪)에 유진하였기에 적과 싸우는 데는 중과부적의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때의 용병(用兵)은 귀측이나 저희 측은 물론하고 유사시에는 서로 구원을 한 연후에야 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이문을 하오니, 귀행의 병정 300명에게 각각 약환(藥丸)과 5일분 양식을 휴대시켜서 이달 16일 날이 저물기 전에 일제히 저의 병영(兵營)으로 보내주시어 제때에 합력하여 적을 남김없이 진멸(殄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마땅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