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鄕校)의 유생(儒生)에게 내린 체문(帖文) 일찍이 읽은 남전 여씨(藍田呂氏)의 (향약(鄕約))에 있는 “환난에 서로 구제하라.”는 말은 곧 물ㆍ불ㆍ도둑을 뜻한다. 한 고을이 서로 구제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좋은 풍속인데, 돌아보니 지금 비류(匪類)가 사방에서 독수리처럼 날개를 벌리고 신분에 어긋나는 짓과 무도한 행동을 하고 있으니, 이것은 바로 온 나라가 힘을 합해 공격해야 할 적이다. 당직(當職)은 본디 천박한 지식으로 외람되이 중대한 책임을 맡았기 때문에 기필코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하고자 하며, 두루 자문하는 것[周爰詢度]은 실로 옛날 행인(行人, 사신)의 직책이었고, 정(鄭)나라 향교에서 모획했던 것[鄭校謀劃]은 절실하게 지금 시대를 구제하는 계책이었으니, 장차 이달 17일에 본군(本郡) 횡사(黌舍)에 자리를 마련하고 국가를 다스릴 일들을 참여하여 들어서 약조(約條)를 정하려고 한다. 무릇 우리 고을 사부(士夫)와 각 문중의 모든 군자(君子)들은 반드시 그날 장중하게 와서 모여, 구차하게 혹시 꾸며 대는 말을 하거나 자기의 일을 남에게 미루고 그 책임을 전가하여 군국(軍國)의 급한 형세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평소에 글을 읽어 의리를 배양하는 도리가 아니다. 당직이 비록 못났더라도 또한 어찌 벌을 베풀어 깨우치는 일이 없겠는가? 각각 두렵게 여기는 생각을 가지고 일제히 모여서 서로 깊이 논의하는 것이 마땅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