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大將)에게 보낸 전령
군문의 사세로 말하면 군량이 군색하여 추운 절기에 군정이 거의 굶고 있는 형편이다. 이 중책을 고려하면 당직(當職)의 본의는 백성을 위해 해독을 제거하는 것이니, 평민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겠다고 맹세한 것은 일군(一軍)이 다 아는 것이다. 그 등단(登壇, 대장)의 자리에서 이를 체념하여 두렵게 여기는 생각을 가지고 의당 군제(軍制)를 엄하게 할 것을 도모하며 오직 청렴을 위주로 할 것만을 생각한 연후에야 휘하를 제압하여 위엄이 추상과 같을 수 있거늘, 무슨 이유로 돌아오는 길에 병정을 많이 거느리고 지례(知禮) 서면(西面) 지좌(智佐) 한송정(寒松亭)의 이경택(李敬擇) 집에 쳐들어가서 동도(東徒)라고 트집을 잡아서 벼 8석(石)을 강제로 빼앗아 갔는가. 한 해를 보낼 양식으로도 배부르기 어렵거늘 백성은 무슨 죄인고. 길게 책망할 것 없이, 이 전령이 도착하는 즉시 8석의 벼를 이경택에게 져 보낸 뒤에 형지(形止)를 속히 보고하고, 타고 간 말은 단지 역마(驛馬)일 뿐 아니라 군중(軍中)에서 쓰는 것이라 매우 시급하니, 속히 끌어 올려보내는 것이 마땅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