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하동(赤下洞)에 머물러 있는 인동(仁同)의 병정에게 보낸 전령
어제 저물녘에 잡은 비류의 괴수 김가 놈의 진술 내에 “적하동 김재보(金再甫)의 집에 미곡(米穀)과 집물(什物) 및 여러 가지 물건이 있었는데 재보는 도망가고 집에 있지 않았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그 재보의 드러난 자취를 상세히 탐문해서 비밀히 체포하였고, 아울러 미곡 등 물건과 함께 가지고 오려는 요량으로 우선 놓아두었는데, 곧 듣건대 네가 이 일의 기미를 알고 미곡을 가졌다고 하였다. 김산 지역에 이미 소모영(召募營)이 있거늘, 하물며 자기가 가진 미곡을 인동 병정이 갑자기 침범했다고 칭하니 매우 무엄하구나. 너는 필시 중간에 속임수를 내서 그런 짓을 한 것일 터이니, 그 소행을 궁구하면 곧 마땅히 잡아와서 엄하게 징벌해야 할 것이로되 십분 용서하고 이에 영칙(令飭)하노니, 본 군문의 병정이 가지고 간 미곡과 집물을 낱낱이 숫자에 맞추어 지급하고 신속히 와서 납입하라. 만일 혹시 한 건이라도 빠뜨린다면 너는 무거운 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렵게 여기는 생각을 가지고 거행하여, 죄를 짓는 데에 이르는 일이 없게 하는 것이 마땅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