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순영의 이문
관찰사 겸 도순찰사 친군남영사는 상고할 일. 듣건대 귀측에 행군(行軍)하는 일이 있어, 김천역(金泉驛)의 역마를 가지고 정하고 부유한 집 백성들의 양곡을 거두어들이는 일을 크게 배포(排鋪)할 것처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해당 역으로 말하면 흉년에 시달리고 비류의 소요에 피폐해졌으니, 지금의 사세로는 비록 전명(傳命)과 사역(使役)의 일이라 할지라도 역참(驛站)이 끊어져서 낭패를 보는 지경에 이를 것입니다. 군행(軍行)과 파수(把守)는 의논할 바가 아니고, 양곡을 거두어들이고 돈을 대차하는 일로 말하면 참으로 의협심을 내어 돕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는 취하여 군용(軍用)을 보충하는 것이 무방할 것 같지만, 만일 백성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강제로 대차하게 하려고 한다면 이는 바로 되지 않을 일을 행하여 한갓 백성들을 요동시키는 단서만 되게 할 뿐입니다. 돈이든 쌀이든 백성들이 대차하는 한 조항은 더욱 온당한 것이 아니고 또한 근일에는 비도(匪徒)가 조금 단속되어 별로 급한 경보가 없습니다. 깃대를 뉘어 두고 북소리를 멈추어서 사졸(士卒)을 휴양시킬 때가 바로 이때이니, 행군한다는 소식은 참으로 생각하지 못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이에 이문을 하니, 빨리 행군하는 영을 거두고 양곡을 대차하는 일과 역마를 배정하는 일은 아울러 시행하지 마는 것이 마땅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