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한 김산 조방장의 이문
조방장은 상고할 일. 곧 도착한 순영문(巡營門)의 감결 내에 “조가(朝家)에서 계차(啓差)한 소모사(召募使)와 조방장(助防將) 등의 직책은 의려(義旅)를 불러 모아 비류(匪類)를 소탕해서 저 짐을 짊어지고 피난하는 백성들로 하여금 안도(安堵)할 수 있는 희망을 갖게 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양곡을 거두어들이는 일을 하지 말라고 영칙(令飭)을 수없이 내렸건만, 지금 듣건대 ‘군수 대용(軍需貸用)이라 핑계하고서 전곡(錢穀)을 백성들에게 강제로 배정한 것이, 그 수량이 적지 않아 민심을 소란케 한다.’고 한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백성들을 위하여 해독을 제거한다는 뜻이 어디 있겠는가. 비록 그들을 편안하게 하려고 한다지만, 어찌 도리어 그 폐단을 가중시키는 일이 아니겠는가. 소모영(召募營)을 설치한 목적은 대개 창의(倡義)하자는 데서 나온 것이니, 향용(鄕勇)이 자원해서 전쟁터로 달려가는 경우와 부유한 가호가 의협심을 내어 재용(財用)을 돕는 경우 외에는 강제로 군액(軍額)을 배정하거나 자량(資糧)을 책임 지워 납입시킬 수 없다. 하물며 지금 열읍의 인민이 이미 전에 없는 대흉년을 만난 데다 또 비류가 그들 처소를 침략하는 난을 겪어서 얼얼한 상태가 마치 큰 병을 치르고 난 것과 같은 지경인데, 이런 때에 전곡을 침탈하는 것은 어찌 다른 병을 더 생기게 하는 꼴이 아니겠는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나도 모르게 불쌍하고 안타까워진다. 소모영에서는 이런 짓을 할 리가 없을 것 같은데, 그것은 혹시 본읍에서 배정한 것인가? 그간에 거두어들인 것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돈이든 양곡이든 따지지 말고 이미 봉납한 자에 대해서는 해당 백성에게 내어주고 표문(標文)을 받아 첩보(牒報)하고, 아직 봉납하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곧 실시하지 말며, 이미 봉납하고 안 한 것과 배분해 적어 놓은 전곡의 수효를 일일이 열록(列錄)하여 책으로 작성해서 신속히 보고하라. 감영에서 이미 대강을 짐작하여 알아 놓은 것이 있으니, 만일 혹시 털끝만큼이라도 차이가 있으면 크게 불화가 생기는 것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별히 신칙해서 거행하고, 당초에 전곡을 분배한 것은 본읍과 소모영으로부터 나왔으니 지적해서 보고해 올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등이(謄移)하오니, 배록한 전곡의 수효와 그간의 봉납하고 안 한 것을 일일이 구별해 책으로 작성하여 감영에 보고하면 매우 다행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