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川上) 대항면(代項面)에 보낸 전령
지금 이 부유한 가호를 다시 분배하라는 영칙(令飭)은 균평한 뜻에서 나온 것이고, 섣달과 정월 두 달 외에는 본관이 이미 담당할 것이라 말하였은즉, 진실로 사람 마음을 가진 자라면 도리어 부끄러워할 만한 것인데, 곧 들으니 한두 면이 유독 호총 수를 가지고 각 동리에 분배한다고 한다. 빈부를 헤아리지 않고 장차 호렴(戶斂)하려고 한다면 이는 의협심으로 도운 것이 아니다. 소위 ‘부유한 가호’라는 것은 한갓 화재(貨財)만을 중히 여길 줄 알아 국사에 박하게 하는 것을 후한 것으로 여기니, 참으로 매우 개탄할 일이다. 이 논리의 주장과 부유한 가호가 자기를 살찌우기 위해 빚어낸 계략은 비록 행하려고 하나 행할 수 없는 것인즉, 또한 별도로 조처하는 방법을 두도록 하라. 십분 두렵게 여기는 생각을 가지고 임의로 하는 것이 마땅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