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영에 보낸 이문
회이하는 일. 곧 도착한 귀측 이문 내에 말씀하였거니와, 다행히 세전에 크게 이기고 연달아 거괴를 잡는 등 군사의 위세를 크게 떨친 여력에 힘입어 (동학도가) 감히 둔취하는 일이 없으므로 성읍을 파괴하고 군기를 빼앗는 변이 근래에 겨우 멈추었습니다. 겉으로는 소탕해서 안정된 것 같습니다마는, 접경지대의 소식을 계속 상세하게 탐문하면 그물에서 빠져나간 괴수가 몰래 화기(禍機)를 빚으며 칼을 빼어 서로 맹약하고 절치부심하며 형세를 관찰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금일에 만일 방수하지 않는다면 명일에 반드시 그들이 독을 뿌릴 것이니, ‘해엄(解嚴)’이란 두 글자는 더욱 거론할 것이 못 되고 또한 비당(匪黨)에게 들리게 해서도 안 되는 일이며, 군량으로 말하면 의협심으로 도와주는 것을 주워 모아 쪼개고 쪼개서 근근이 변통하여 맞추고 있는 실정이오니, 헤아리시는 것이 마땅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