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록일기(倡義錄日記) 동도(東徒)의 변란이 호남, 호서에서 시작되어 봄에서 여름 사이 더욱 펴져 나갔다. 영남의 인사(人士)들이 그사이에 전염된 사람이 많아 낙동강 좌우와 위, 아래 지역이 거의 모두 적의 소굴이 되어 노략질하고 빼앗음이 끝이 없었다.
아아, 슬프다. 영남은 공맹(孔孟)의 고을이다. 인(仁)에 바탕을 두고 의(義)를 지켜 오백 년 치세 동안 삼강 오상을 부지하여 왔고, 충(忠)에 의지하고 신(信)을 지키며 삼천리 강토에서 갈고 닦아 왔다. 그런데 저 어리석은 무뢰배들이 도를 어기고 인륜을 무너뜨리며 감히 독기를 뿜어 대어 점차 만연되어 우리 경내에 침범하기에 이르렀다. 때는 갑오년(1894) 8월 19일이었다. 드디어 이웃 마을 제현(諸賢)들과 더불어 결심하고 힘을 합쳐 생사를 함께할 것을 맹서하고, 도적들을 섬멸하는 계책을 서둘러 도모하였으니, 대략 그 전말을 아래와 같이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