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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창계실기 蒼溪實記
일러두기

23일

좌우 사람들을 독촉하여 율리(栗里)의 본동(本洞)에 들어가니, 이미 군막을 촌 아래에 설치해 두었다. 많은 어진 분들이 또한 이르렀는데, 특별히 탁자 하나를 가운데에 설치하고 비워 두고 말하기를,
 “오늘 술자리를 베푼 것은 나이든 이를 위해서도 아니고, 출동한 사람들을 대접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지금 동도(東徒)가 감히 영남의 남북에 웅거하여 크게는 6, 7만 명, 적게는 7, 8천 명이 그 도당(徒黨)을 믿고 왕의 군대에 대항하면서 멋대로 조세를 거두고 수령을 모욕하고 성세를 과장하니, 창궐함을 비할 데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들은 수천 명이 못 되고, 또한 나라의 태평성대가 여러 대가 지나 부드럽고 온난한 곳에서 자라나서 모두가 천지간에 우로(雨露)와 풍상(風霜)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같이 전에 없는 난리를 만났는데, 만약에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맡기거나 임기응변으로 변란에 대처하면 기울어진 운수를 되돌리거나 정도로 돌아가는 일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완전한 재주를 갖춘 사람만을 찾지 말고, 한 가지 재주라도 있는 사람은 버리지 말아서, 각기 그 방면의 재주대로 추천하십시오.”
라고 하였다. 홍규흠(洪奎欽), 소용구(蘇龍九), 박두운(朴斗運), 이영춘(李永春), 김재한(金在漢), 배수관(裵壽綰) 등 제현(諸賢)들은 모두 당시 사람들의 이목(耳目)이 되어서 천거에 들었던 자들인데, 이끌어서 상석에 앉혔다. 중론으로 나 또한 상석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사양하며 말하기를,
 “저는 글재주도 없고 무예도 없는 사람인데, 어찌 외람되이 자리를 차지하겠습니까?”
라고 하니 말하기를,
 “그렇지 않습니다. 옛적 모 선생(毛先生, 평원군의 식객 모수(毛遂))이 문과 무를 모두 갖추지 않는 인물인데도 한마디 말로 약조하게 하여 조나라로 하여금 정려(鼎呂)보다 무겁게 하였으니, 오늘 이 자리는 글재주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무술을 시험하는 것도 아닙니다. 계책을 세워 적을 토벌하는 것이 ‘맹약(盟約)’ 두 글자를 벗어나지 않으니, 일에 임하여 구차하지 않고, 의(義)를 지킴에 빼앗을 수 없으며, 아는 것이 그대만 한 분이 없으니 그대를 두고 누구에게 맡기겠습니까?”
라고 하니, 사양할 수가 없었다. 이에 말석에 참여하여 피를 마시고 동맹하고서, 조목마다 약조를 세우고 글로 써서 게시하였다. 그 대략은 이렇다.
 “회약(會約)은 중대한 일이다. 한 도(道)에 한 도의 중대사가 있으면 회약하고, 열 군(郡)에 열 군의 중대사가 있으면 회약하며, 한 읍에 한 읍의 중대사가 있으면 회약한다. 지금 세상이 어지러워 떠돌아다니는 뿌리 없는 자들이 도인을 가탁하여 백성들을 약탈하는 짓을 하지 않은 곳이 없다. 사람의 재산을 빼앗되 부족하면 인면(人面)을 벗기고, 인면을 벗겨도 부족하면 검으로 찔러 해친다. 이르는 곳마다 촌락의 노약자들은 산골짜기에 죽어 나뒹굴고 부녀자들은 산야에 흩어지고, 장정들은 머리에 칼날을 맞아 쓰러지고, 우마와 닭과 개, 칼과 도끼, 창검은 모두 녹림 도둑 떼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으니, 이것이 공변된 일인가.
 이것을 보통으로 여겨 그냥 두면 농사짓는 자는 먹을 것을 얻지 못하고, 베를 짜는 자는 옷을 입을 수도 없다. 대저 농사지어도 먹지 못하고 베를 짜도 옷을 입지 못하면 한 고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마을이 하나도 없고, 한 마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대로 앉아서 죽기보다는 죽기를 맹서하고 힘을 합쳐 적을 무찔러 없애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이에 세 고을의 회중(會中)에서 약장(約長)을 정하고 엄하게 조약(條約)을 세워서 각각의 읍과 면에 돌려 가며 게시한다. 이제부터는 만약 조약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회중에서 결단코 특별히 엄중 조처할 것이다. 지금 함께 약조한 우리들은 모두 이를 알아야 한다.

주석
사람들의 이목(耳目)이 되어서 사람들의 이목(耳目)이 되어서:한유의 쟁신론(爭臣論)에서 ‘성현은 그 시대 사람들의 귀와 눈이다.’라고 한 데에서 나온 말이다. 그 지역 사람들의 눈과 귀가 되어 주었다는 의미이다.
한마디 말로 약조하게 하여 한마디……하여:진(秦)나라가 한단(邯鄲)을 포위하자, 조(趙)나라에서 초(楚)나라와 합종을 하여 위기를 벗어나려 하였는데, 모수(毛遂)가 언변으로 합종을 성사시킬 수 있게 하였다. 이에 평원군이 “모수 선생의 세 치 혀는 백만의 군사보다 강하다. 나는 감히 다시는 인재를 감식하지 않겠다.[毛先生以三寸之舌 彊於百萬之師 勝不敢復相士]”라고 하였다고 한다.
조나라로 하여금 정려(鼎呂)보다 무겁게 하였으니 조 나라로……하였으니:정려(鼎呂)는 구정(九鼎)과 대려(大呂)를 가리킨다. 구정은 우(禹) 임금이 구주(九州)의 쇠를 거두어 주조한 9개의 솥이고, 대려는 주(周) 나라 종묘(宗廟)에 설치한 종(鍾)이다. 모두가 천하의 보기(寶器)로 일컬어지는 것이다. 모수가 한 번 초나라에 이르자 조(趙)나라를 구정과 대려처럼 귀중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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