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번 화적(火賊)을 무찔러 없앨 때에 세 고을의 민정(民丁)이 기약하지 않았는데도 모인 자가 거의 만여 명에 이르렀다. 이것은 바로 이른바 ‘나라 사람이 모두 말하기를 죽여야 한다.’고 하는 것이고, ‘스스로 만든 재앙을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라는 것이니, 하늘의 뜻과 인심을 이로부터 알 수 있다. 지금부터 다시 힘을 합해 적의 무리가 경내를 침범해 오면 즉시 무찔러 없애도록 한다.
1. 지금 세 고을 사람들이 회약하고 생사를 함께하기로 맹세하였다. 이러한 존망이 위급한 때에 어찌 대장을 임명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회중에서 널리 중론을 모아, 평소에 풍모와 위력이 있고, 지위와 명망이 있으며, 재략이 있어서 일을 능히 주관할 수 있는 자를 천거하여 대장으로 임명한다.
1. 도적의 무리가 갑자기 침입하였을 때는 모(某) 면, 모 마을을 막론하고, 먼저 방어한다. 마을에 반드시 통수(統首, 五家作統의 우두머리) 3, 4명이 있을 것이니, 그들로 하여금 급히 이웃 마을에 쏜살같이 소식을 전하게 하고, 이웃 마을에서는 또 이웃 마을로 소식을 쏜살같이 전하게 하여 화급히 민정(民丁)을 징발한다. 그리고 조금도 지체없이 각 면과 각 마을의 민정들이 일제히 달려 나가서 죽기를 맹세하고 도적의 무리를 무찔러 없앤다.
1. 기별을 통지하고 명령을 내릴 때에 알았든 몰랐든 일 보라도 물러나거나, 알고도 불응한 마을은 회약(會約) 중에서 죄를 거론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제한한다.
1. 각처의 요로와 큰길의 입구에 수상한 과객(過客)이 경내에 난입(攔入)하면 암암리에 변란을 일으킬 염려가 없지 않다. 큰길가의 주점 사람이나 해당 마을 사람은 그 사람의 행동거지를 상세히 살피고, 거주지를 자세히 묻는다.
만약 각 마을에 인척이나 동서, 친구 간이 있어서 그 주인을 방문하면 받아들인다. 그렇지 않으면 주점에서 숙박하는데, 만일 주점에서 숙박시킬 만하지 않으면 쫓아낸다. 이와 같이 한 뒤에도 만약 이들을 집으로 끌어들인 자는 그 사람을 적발하여 결단코 집을 허물고 경내에서 쫓아낸다.
1. 도적을 치러 나아갈 때에 음식을 먹지 않을 수 없으니, 후방에 있는 자는 각각 내보낸 사람의 조석 끼니를 보자기에 싸서 즉각 즉각 뒤에서 양식을 보낸다.
1. 와언(訛言, 사실과 다르게 전해진 말)은 상서롭지 않고 근거도 없이 지어낸 허망한 설로, 남녀노소를 놀라게 하고 정신을 가다듬을 수 없게 한다. 혹 혼백을 잃는 자도 있고, 혹 구렁텅이에 떨어지는 자도 있다. 지금부터는 비록 어리석은 남녀들이라 할지라도 근거 없는 설을 지어내어 인심을 낙담시켜 헛되이 놀라게 하면 응당 회약에 따라서 무겁게 죄를 줄 것이다.
1. 미진한 조건은 뒤에 일일이 지휘할 것이다. 전장에서 적과 맞설 때에 창 한 자루로 맞닥뜨리는 것은 매우 소홀한 것이니, 각각 망태와 두세 끼의 식량, 투석전을 할 수 있는 돌 5,6 덩어리, 짚신 1부씩을 마련하여 짊어진다.
1. 회약한 사람 외에도 누구나 갖고 있는 품성은 다름이 없을 것이니, 부근 마을에서도 조력할 수 있도록 한층 더 지휘한다.
1. 한 달에 2, 3차례씩 집집마다 점고한다. 일제히 회중에 나가 조련하되, 만일 태만하고 회약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그 죄를 성토하여 벌을 준다. 각각 마음과 힘을 다하여 훗날 뜻밖의 우환에 대비한다.
주석
나라 사람이 모두 말하기를 죽여야 한다.
나라……한다:『맹자』 「양혜왕 하(梁惠王下)」의 “나라 사람이 모두 죽여도 좋다고 말한 뒤에 살펴보아서 죽일 만한 뒤에 죽인다.[國人皆曰可殺 然後察之 見可殺焉 然後殺之]”라는 말을 축약한 것인데, 여기서는 나라 사람들이 동학도를 모두 죽여야 한다는 뜻으로 원용하였다.
스스로 만든 재앙을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있겠는가:『서경』 「태갑 중(太甲中)」의 “하늘이 만든 재앙은 피할 수 있지만, 스스로 만든 재앙은 피할 수 없다.[天作孽 猶可違 自作孽 不可逭]”라고 하였는데, 여기서는 동학도들의 죄는 당연히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는 의미로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