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관할 지역의 통수(統首)들을 청하여 말하기를,
“고어(古語)에 이르기를 ‘일은 소홀히 하는 것에서 생기고, 화는 뜻하지 않은 사이에서 생긴다.[事生於所忽 禍生於无妄]’고 하였으니, 어제 도적의 무리가 스스로 물러났다고 하여 태만하지 말고 더욱 힘써야 한다.”
라고 하니 모두 말하기를,
“이는 실로 마음에 새기고 차고 다녀야 할 신부(神符)입니다.”
라고 하였다.
상주 사람 강문식(姜文植), 선산 사람 박근용(朴根容)은 평소 얼굴을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다. 멀리서 찾아와서 몰래 부탁하기를,
“현재 김천 동학도들의 성세가 치성한데 장차 당신 지역을 도륙할 것이라고 합니다. 원컨대 잠시 피하여 그 예봉을 벗어나는 것이 좋겠습니다.”
라고 하니, 내가 말하기를,
“어려운 일을 피하지 않고 생사를 함께하자고 맹세한 것이 지금 우리들이 한 약조입니다. 어찌 구차하게 살려고 홀로 꾀를 내겠습니까?”
라고 하니, 두 사람이 돌아가겠다고 말하였다. 김천의 동학도도 끝내 침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