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본관 사또에게 안부 인사를 하였더니, 사또가 말하기를,
“접때 느긋하게 신중히 하라는 말이 과연 효험이 있었소. 그날 그들이 갑자기 침입하였을 때에 아전들과 관노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버려 상황이 참으로 당황스러웠는데, 그때 만약 여유를 가지고 대처하지 않았다면 정신이 없고 조급해져서 앞서 일을 그르쳤을지도 모르겠소.”
라고 하고서, 드디어 좌정하고 선무사가 내린 관칙(關飭)을 보여 주었다. 각 면에서 약장(約長)을 차출하여 적을 막아낼 준비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어 인사드리고 나서 물러나 즉시 향교로 돌아갔다. 향론(鄕論)은 이미 이루어졌으므로, 일을 맡길 만한 사람을 뽑아서 품의하여 명단을 작성하였다. 나도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