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연락처
기념재단
TEL. 063-530-9400
박물관
TEL. 063-530-9405
기념관
TEL. 063-530-9451
Fax.
063-538-2893
E-mail.
1894@1894.or.kr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사료 아카이브 로고

SITEMAP 전체메뉴

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창계실기 蒼溪實記
일러두기

14일

본관 사또가 의병들의 성세를 장대하게 하기 위해 12명의 약장(約長)에게 날짜를 정해 모두 모이게 하고 군율(軍律)을 조련하였다. 전날 저녁에 읍의 남삼리(南三里) 장대포(將臺浦)에 장막을 설치하였다. 당일 아침 일찍 사또가 전립(氈笠, 무관이나 병사들이 쓰는 전투형 모자)을 쓰고 동개(銅剴)를 차고서 서리와 군교(軍校)를 이끌고 왔다. 청도기(淸道旗)를 갖고 장대(將臺)에 오르니, 삼기(參旗)정극(井戟)이 좌우에 벌려 있고, 자전(紫電)과 청상(淸霜) 등의 보검이 해와 달과 빛을 다투었다. 순시기(巡視旗)로 각 부에 명령을 내리기를,
 “지금 모인 사람들은 모두 유생이다. 병장기에 대해서는 필시 익히지 않았을 것이니, 어찌 징과 북을 치고 진퇴하는 절차와 용과 뱀이 웅크리고 숨는 형세를 익혔겠는가. 각각 본대로 할 수 있는 대로 진군하라.”
라고 하였다. 이어 활짝 문을 열고 북을 두드리니, 읍에서 가까운 부대부터 앞다투어 들어갔다. 그들이 일관되게 진격하는 것을 보고, 사또가 말하기를,
 “이것은 병법에서 어관진(魚貫陣)이라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대오의 앞과 뒤로 두 줄로 나아가는 것을 보고 사또가 말하기를,
 “이 또한 병법에서 원앙진(鴛鴦陣)이라는 것이다.”
라고 하였다. 차례로 점고를 받았는데, 유독 남쪽에서 올라온 두 진영은 불러도 기동하기 않고 요지부동이었다. 사또가 중군(中軍)을 보내 말을 전하기를,
 “다른 부(部)는 이미 점고하였는데, 어찌하여 일체로 진중에 나아가지 않는가?”
라고 하니, 두 진영에서 한목소리로 응대하여 말하기를,
 “오늘은 군대가 행군하는 것이니, 청컨대 군법으로 말해 보겠습니다. 성(城) 내와 성 밖에는 각기 주장하는 바가 있는 법입니다. 지금 거느리고 있는 병사는 비록 조그마한 일개 부대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그 부대의 장수입니다. 장수 부르기를 마치 어린애 부르듯이 하니, 갑옷을 입은 선비가 어찌 기꺼이 자기를 굽히겠습니까. 이 때문에 움직이지 않은 것입니다.”
라고 하였다. 사또가 듣고서 곧바로 장대(將臺)로 내려가 친히 스스로 앞에서 위로하여 말하기를,
 “멀리서 오시느라 원기에 손상은 없었는가? 주인이 객을 영접하는 뜻만을 알고 그대들을 번거롭게 하였네. 좌굴(坐屈)하는 책임을 다른 부대와 비교하는 것은 마음에 두지 않고 있으니, 어떠한가.”
라고 하였다. 드디어 군율을 정돈하고 나아가서 말하기를,
 “다행히 주장(主將)께서 감영에서 돌아오시니, 군율이 엄정하여 가벼이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처럼 친히 위로해 주시니, 성주(城主, 사또)의 교화를 받고 있는 신분에 참람(僭濫)됨을 이길 수 없습니다.”
라고 하고, 이어서 군오(軍伍)를 정돈하고 들어가니 사또가 쇠고기와 술로 위로하였다.

주석
동개(銅剴) 동개(銅剴):화살집과 활을 넣는 통을 한 줄로 묶어 왼편 어깨에 매게줄로 연결된 제구인 동개(筒箇)를 말하는 듯하다.
청도기(淸道旗) 청도기(淸道旗):깃발의 바탕은 청색이며, 언저리는 적색이고, 청도(淸道) 두 자를 썼으며, 불꽃이 달렸다. 기는 4방 4척이며, 깃대의 높이는 8척. 영두(纓頭)ㆍ주락(珠絡)이 있다. 행군할 때 앞에서 도로를 깨끗하게 한다는 뜻을 따 붙여졌다.
삼기(參旗) 삼기(參旗):하늘의 삼성(參星), 곧 해, 달, 별을 그린 기를 말한다.
정극(井戟) 정극(井戟):하늘의 별자리인 정수(井宿)를 그린 도끼를 말하며, 정월(井鉞)이라고도 한다.
순시기(巡視旗) 순시기(巡視旗):군중에서 작간(作奸)하여 법을 어기는 자를 순찰하여 잡아올 때에 사용하는 깃발이다. 영기(令旗)와 같은 모양으로 ‘순시(巡視)’라고 붉게 쓰여 있다.
어관진(魚貫陣) 어관진(魚貫陣):물고기를 꼬챙이에 꿴 것처럼 줄을 이루는 진을 말한다.
좌굴(坐屈) 좌굴(坐屈):스스로 찾아가야 할 것을 찾아가지 않고 남이 오게 하다.
이 페이지에 제공하는 정보에 대하여 만족도를 평가해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하는 재단이 되겠습니다.

56149 전라북도 정읍시 덕천면 동학로 742 TEL. 063-530-9400 FAX. 063-538-2893 E-mail. 1894@1894.or.kr

문화체육관광부 전라북도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