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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사료

사람이 하늘이 되고 하늘이 사람이 되는 살맛나는 세상
창계실기 蒼溪實記
일러두기

19일

본관 사또의 급서(急書)가 와서, 드디어 병든 몸으로 길에 올랐다. 신원에 이르자 우인인 이교섭(李敎燮)이 읍에서 와서 소환한 내용을 상세하게 알리고 내게 말하기를,
 “일이 국난에 관계됩니다. 이는 참으로 선비가 목숨을 바쳐야 할 때이니,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라고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그리하겠습니다. 저는 용맹함이 없고 지략도 없어 비록 기정(奇正)의 병법은 알지 못하지만, 춘추(春秋)의 대의(大義)는 대강 들었습니다. 나라를 위하여 사지에 나아가는 것은 장부의 지조입니다. 사람이 죽을 때에 죽는 것은 구차하게 사는 것보다 영화로운 일이니, 다시 무엇을 논하겠습니까.”
라고 하고서, 드디어 사례하고 떠나니 병이 갑자기 없어졌다. 곧바로 관청에 이르니, 관청 안의 분위기가 마치 고개를 떨구고 기운이 없는 듯 의기소침하였다. 동헌에 들어가 사또를 뵈니, 사또가 몇 줄의 우서(羽書)를 보여 주었다. 살펴보니 토포사가 직접 의흥 약정(約正) 신석찬에게 전하는 것이었다. 이르기를,
 “호남의 비류 7, 8만 명이 지금 영동, 보은, 청산 등지에 둔취하고 있다고 한다. 상주의 소모사(召募使)가 보낸 공문과 해당 목사가 보고한 것을 보면 바야흐로 장차 금산(金山) 등지로 행진한다 하니, 의흥읍의 군정(軍丁) 2백 명을 즉시 조발(調發)하여, 이달 19일 내로 일제히 거느리고 행도소(行到所)인 김산(金山) 지경에 와서 대령하라. 군율(師律)은 신엄(申嚴)하니, 혹시라도 어겨서 말썽이 생기게 하지 말라.”
라고 하였다. 관인과 ‘삼성화(三星火)’ 도장을 찍었으며, 연월일시(年月日時) 아래에는,
 “이번에 각각 총과 창, 탄환 등의 물건과 5, 6일의 양식 모두를 갖추고서 지체하지 말고 보내도록 하라.”
라고 하였다. 사또가 말하기를,
 “날씨가 차갑고 길이 머네. 게다가 몸도 편찮은데 장차 어떻게 길을 떠나려고 하는가?”
라고 하니 대답하기를,
 “적의 기세가 매우 급하여 창졸간에 제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비록 날뛰는 고래가 그물에 걸린 것과 같다고 하지만, 이는 기강과 관계가 있는 바입니다. 머뭇거리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어찌 쥐새끼처럼 적에게 머리만 내밀고 살피는 것이나 본받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깃발과 북 따위를 속히 마련해 주십시오.”
라고 하였다. 사또가 말하기를,
 “병사(兵事)는 살피고 신중해야 하는 곳이오. 소속 부서에 각사(各司)에 마땅한 인물을 얻어야 일을 잘못 그르치지 않을 것이오.”
라고 하고, 수리(首吏) 박형용(朴亨溶)을 앞에 불러내어 말하기를,
 “그대가 전선(錢選)으로서 이 고을 인물의 전형을 담당하고 있으니, 누가 합당하겠는가?”
라고 하였다. 박형용이 대답하기를,
 “문사(文士)는 들은 것에 빠져 융통성이 없고, 무인(武人)은 과감한 일을 벌여 잘못됩니다. 그러나 문이 없으면 촌스럽고, 무가 없으면 나약합니다. 활을 당기는 것이 나로 말미암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당합니다.”
라고 하고서, 한참 생각하고 나서 말하기를,
 “한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 글은 문장을 이루지 못해도 고금의 득실을 마땅하게 따질 수 있고, 힘이 부족하여 활 쏘는 것이 종이를 뚫지 못해도 풍운이나 기정(奇正)의 병법을 알고 있습니다.”
라고 하였다. 사또가 말하기를,
 “성명이 무엇인가?”
라고 하니 대답하기를,
 “치소의 남쪽 20리 밖 사림산(士林山) 아래 사는 김우준(金禹濬)인데, 그보다 나은 자가 없습니다. 작전 계획을 수립하고 군대 양식을 끊이지 않게 조달하는 것에 있어서는 박용식(朴鏞植), 이양욱(李亮郁)이 있습니다.”
라고 하였다. 곧바로 부르게 하니, 기한에 맞추어 모두 이르렀다. 이어 군정(軍丁)을 조발하는 일은 도집강(都執綱) 박현학(朴顯鶴)이 신칙한 것에 따라 각 면의 약장이 각기 그 방면의 사람들로서 응하게 하였다. 군관 박장석(朴章錫)을 시켜 군무(軍務)를 거행하게 하였는데, 대오는 상산진(常山陣)으로 편성하고, 행진할 때는 청도기(淸道旗)를 앞세우게 하였다. 다음 날 이른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족인 신태경(申泰慶)도 문안(文案)을 작성하는 일로 같은 날 소집되어 왔다. 이날 밤 함께 향교에서 머물렀다. 평일 돈독한 정의로 함께 살다가 임명되었기 때문에 함께 국난에 나가고자 하였다. 내가 말하기를,
 “그렇지 않다. 상사를 모시는 사람이 가벼이 위태로운 지역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라고 하고서, 드디어 본관에게 아뢰어 면제받게 하였다. 혹시라도 나랏일에 사사로움을 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주석
기정(奇正) 기정(奇正):병법(兵法)의 용어이다. 정면으로 접전을 벌이는 것을 ‘정(正)’이라 하고 매복(埋伏)이나 기습(奇襲) 등의 방법을 쓰는 것을 ‘기(奇)’라고 한다.
우서(羽書) 우서(羽書):우격(羽檄)과 같은 말로, 군사상의 급박한 급보를 뜻한다. 옛날에 긴급을 요하는 문서에는 새 깃을 꽂아서 표시하였다.
삼성화(三星火) 삼성화(三星火):시급한 공사의 봉투에 찍은 도장이다. 가장 시급한 공사의 봉투에는 ‘삼현령(三懸鈴)’이라는 도장을 찍고, 그 다음으로 시급한 공사의 봉투에 ‘삼성화(三星火)’라는 도장을 찍었다.
활을 당기는 것이 나로 말미암는다 활을……말미암는다:활을 당기지 못할 때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는 것으로, 어진 마음을 가리킨다. 맹자는 “어짊이란 활 쏘는 것과 같다. 활을 쏘는 이는 자신을 바르게 한 다음 활을 당기는데, 쏘아서 적중하지 못하면 자신을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되돌아 자신에게서 허물을 찾을 따름이다.”[仁者如射 射者正己而後發 發而不中 不怨勝己者 反求諸己而已矣]라고 하였다.
상산진(常山陣) 상산진(常山陣):상산의 뱀처럼 수미(首尾)가 서로서로 호응하도록 펼치는 진법(陣法)을 말한다. 상산의 뱀은 머리를 치면 꼬리가 응원하고, 꼬리를 치면 머리가 응원하며, 중앙을 치면 머리와 꼬리가 응원한다고 한다. 제갈량의 팔진도(八陣圖)도 이 뱀으로부터 암시를 받은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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