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해가 뜰 무렵에 대장기와 청도기(淸道旗)를 나열하고, 호포(號砲)를 쏘며 말을 타고 시험해 보았다. 북과 나팔소리가 연못에 가득하고 깃발과 창이 삼엄하였다. 이에 사람들에게 명령하기를,
“북과 나팔은 제군의 귀이고, 기치(旗幟)는 제군의 눈이다. 주의 깊게 듣고 주시하여 여기에 한마음을 쏟아야 한다. 앞에 황금과 비단이 있어도 감히 나아가지 말고, 뒤에 벼락이 쳐도 감히 돌아보지 말아라. 만약 명령을 위반하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죽인다. 두말하지 않겠다.”
라고 하였다.
행진하여 신원에 이르렀는데, 읍에서 30리 거리이다. 이에 신원에 유진(留陣)하였다. 본관 사또가 나랏일로 수고한다고 위로하였고, 친구들은 동향의 친분으로 전별하였다. 나는 말하기를,
“장부가 세상에 태어나 전쟁터에서 죽어 말가죽에 시신을 싸서 돌아오는 일은 옛적부터 있었다. 어찌 아녀자의 손에 죽겠는가? 그러나 여기서 나의 집까지는 3리쯤이고, 선령(先靈)께서 가묘(家廟)에 계시니, 이번에 가서 절하지 않을 수 없다.”
라고 하고 김우준으로 하여금 군대를 진무하게 하였다. 말을 채찍질하여 집에 이르러 선조의 사당에 절을 드렸다. 동생 신석옥(申錫玉), 재종제 신석훈(申錫勳), 재종질 신태송(申泰松), 생질 홍즙수(洪檝修) 등을 불러서 부탁하기를,
“내가 국난에 나아가니 생사를 알 수 없다. 너희들은 삼가 나의 뜻을 받아 선조들을 정성으로 모시고, 예로써 빈객을 대접하라. 몸소 농사일에 힘써서 가업을 폐하지 말고, 또 서적(書籍)을 수습해서 잃어버리지 말라.”
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