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피 북일면 성동의 탁지대신댁 산지기 고도정이 문보합니다. 본동의 접주 김문화는 동학의 괴수라고 일컬으면서 한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는데 날이 갈수록 더 심하였습니다. 도정은 7월에 그의 행패를 견디기 어려워 집을 버리고 달아나 숨어 버려 저희 집은 회소(會所)가 되었습니다. 본동의 잔민(殘民)들에게는 세미를 어느 명목으로든 두세 번이나 강제로 거두어들이는 바람에 거주민들이 대부분 유랑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연변에 오가는 배들을 마음대로 붙잡아들였으며, 장사꾼의 전곡을 무수하게 탈취하였습니다. 따라서 도정은 다만 이 형편을 틈타 곧장 본동으로 들어가 이달 25일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할 즈음에 마을 앞에 불을 지르고 동 성동리의 접주 김문화를 결박하고 불에 던져 곧바로 죽였습니다. 그리고 그 놈의 집도 불에 태워 버렸습니다. 그밖에 무지한 동도(東徒) 거주민으로 구타를 두려워하여 입도(入道)한 자들과, 도박빚을 피하여 겉으로만 도를 받드는 체하는 자들이 모두 한꺼번에 그림자처럼 배도(背道)하였습니다. 이에 그 연유를 문보하오니, 삼가 첩정을 일일이 살펴서 시행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첩정(右牒呈)
경대장 처분(京大將處分)
1894년 11월 26일 도정 고태흥[서압]
문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