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아룁니다. 어제와 오늘 연이어 지난 21일과 23일에 보내주신 두 통의 서한을 받고 자세히 살펴보고 안녕하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머지 동비(東匪)들은 거의 숙청되어 민심도 정돈되어 가고 있으며 남쪽 사람들도 다시 살 수 있게 되었으니 이 모두가 누구의 도움이겠습니까. 이곳 궁벽한 곳에서 한 해가 저물어 가고 해협은 몹시 추워서 멀리 귀 원정부대를 향해 그리는 마음 더욱 간절합니다. 손님이 와서 전보를 써서 금국(錦局)에 타송하였는바, 회답 전보를 지니고 오게 하였습니다. 오는 대로 특별히 사람을 시켜 읽어 보실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전보의 내용을 보니 곧 도내에 주둔하고 방비하면서 배치된 우리 병사들에 관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저 우리 병사들의 재주와 용기는 훌륭하지 않고 명령은 정제되지 않아서 귀국의 병사처럼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다행히도 기백 명이나 되는 귀국의 병사들이 몇 군데의 요충 지역에 배치되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니, 이는 진실로 앞을 내다보는 공의 계략으로 만전을 기한 것이니 그 불빛은 반드시 멀리 미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위해 고심하는 가운데 결코 털끝만큼이라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되기에, 이처럼 우러러 호소하오니 특별히 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보내주신 공문을 살펴보니, 각 고을에서 군사를 접대하고 뒷받침한다는 명목으로 전곡(錢穀)과 계란, 짚신 그리고 마초(馬草) 등의 물건들을 거두어 갔다고 합니다. 이 조사에 의거해 볼 때 이 일은 결코 백성들에게 가혹한 것이 아닙니다. 귀국의 병사들과 우리 병사들이 내왕하는 일은 항상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임시로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는 데 그친다면 일이 더 정밀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각 고을의 백성들이 정부의 요구에 응하여 납부한 공전(公錢)으로 값을 계산하여 충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서리들의 많은 나쁜 풍속이 그곳에 없지 않기 때문에 이미 각 관청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결코 너무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전보의 나머지는 별지에 씁니다. 이만 줄입니다.
1894년 12월 25일
배사하며 글을 올립니다.
이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