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금산(錦山)의 대소 민인(大小民人) 등이 올린 원정(原情)
이 소지를 올리는 까닭은 다음과 같습니다. 본읍(本邑)이 동학란의 피해를 입어 거의 다 죽을 지경에 이르렀는데, 정부의 대병(大兵)이 행차한 이후 만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는 실로 죽음의 한가운데에서 삶을 구해 준 덕택이옵니다. 그러나 저들 동학의 무리들이 경계 밖에서 큰 소리로 외치고 있으니, 백성들은 “대병(大兵)이 떠나 버린 뒤에는 다시 도륙을 당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만일 대병이 돌아간다면 금산의 백성들은 저들의 포창(砲創)에 몰사하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본읍에 있는 부대의 장수와 병졸에게 즉시 명령을 내려 모두 머무르게 한 연후라야 가히 본읍의 백성들을 보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히 긍휼히 여기시는 은택을 내려 주시기를 천만번 울며 축원합니다.
분부를 내려 주시기를 바라오며 대대장님의 처분을 기다립니다.
1894년 11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