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소모관이 첩보합니다. 동비(東匪) 중에 고부(古阜)에 사는 전봉준(全琫準)은 본래 동도(東徒) 중에 수창(首倡)을 한 거괴(巨魁)로 그 허다한 죄상을 낱낱이 들어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는 군중을 속여 병사로 만들어 관군에 저항하였으며, 주현을 부수고 곳간을 분탕질하고 마을을 약탈하였으며 무기고를 강제로 빼앗았습니다. 그리하여 양호(兩湖) 지역의 천리 안에 인적이 끊어진 지가 오래되었으니 모두가 이자가 한 짓입니다. 옛날에 홍산의 도적 이몽학(李夢鶴)은 6성을 함락하였다고 하지만, 패역한 이자는 60여 성을 함락하고 수만이나 되는 생령(生靈)들을 도륙하였으며, 두서너 개의 고을 수령이 해를 당하였습니다. 또 이자가 한 짓으로 말하면 그 죄상을 살펴본즉 중국 한나라의 황건적과 비교할 만하며, 명나라에 떠돌아다녔던 유적(流賊)과 같다고 할 수 있으니, 이자를 주륙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늦추어서는 절대로 안 되었습니다. 다행히 천신이 도와서, 이번 달 초2일 밤에 그놈이 김개남과 서로 만나 순창 피로리를 몰래 지나가려고 하였는데, 그곳 선비 한신현(韓信賢)이 마음과 힘을 다하여 의거(義擧)를 일으켜 김영철, 정창욱 두 사람과 함께 민정(民丁)들을 거느리고 여러 가지로 주선하여 세 놈을 따라가다가 일시에 사로잡았습니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함정을 파고 사나운 호랑이를 유인하고 그물을 펴서 사나운 매를 기다리는 것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어찌 대진(大陣)이 적들을 섬멸한 성덕(盛德)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에 연유를 갖추어 아뢰어 처분을 바라오니 명령을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삼가 첩정을 일일이 살펴서 시행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첩정(右牒呈)
대대장(大隊長)
1894년 12월 초5일 소모관(召募官) 임(林)[서압(署押)]
첩보(牒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