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의 풍속이 예전 같지 않아서 사람이 경박하여 본래 다스리기 어렵다고 합니다. 더욱이 금년 봄부터는 그런대로 성을 지키고 동도(東徒)에 물들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자들의 기량으로 남을 깔보는 습관이 없지 않은 데가 있어서 염려가 됩니다. 이로 미루어 보건대 이곳에는 서로가 오래 머물러서는 안될 곳입니다. 장흥은 처음에 적의 소굴로 생각되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잡아들였으며, 남은 백성들은 의지할 곳이 없어 한번 군대를 보기만 해도 살아 있는 부처처럼 우러러 의지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해창(海倉)에 있는 곡식이 적지 않고, 각 동의 백성들이 한마음으로 힘을 합쳤습니다. 병사를 주둔하는 일로 말하면 장흥만 한 곳이 없습니다. 따라서 감히 저의 어리석은 의견이나마 고명하신 어른께 만분의 일이라도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그 의견을 가려서 쓰는지의 여부는 귀하의 밝은 재가(裁可)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