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본 대대장 합하(閤下)
가까운 사이에 있어도 소식이 막힌 채로 벌써 많은 날이 지났습니다. 진실로 예를 못 갖추어 죄송한 마음 그지없습니다. 엎드려 섣달 추위의 전란 중에 편안히 계시기를 바라는 마음 그지없습니다. 저는 감기로 신음하며 괴로운 형편이어서 민망하고 가련한 형편이니 무엇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까. 하교하신 함평수령 권풍직과 전 현감 이경인의 일은 (그들이) 모두 남쪽 영관으로 강(姜)의 문안도 보고 직접 대면 조사하여 이에 지금 정서를 하여 올립니다. 저의 미천한 생각으로는 이 두 사람이 모두 비도(匪道)의 일에 오염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일이 뒤틀려 무고가 들어가 시끄럽고 지체되기에 이르렀음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삼과 김덕성 두 사람의 이름은 이미 맨 끝에 조사한 바가 있으니 아울러 살펴 주시고 이만 줄이오니 그 내용을 거두어서 상부에 보고하여 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1894년 12월 25일
초토사 민종렬이 절하며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