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산부사 이두황이 첩보합니다. 충주(忠州)・안성(安城)・죽산(竹山)의 동도(東徒) 4~5만 명이 음죽(陰竹)의 동도 1만여 명과 함께 보당(堡黨)인 허문숙(許文淑)을 초토한다고 하면서 진천(鎭川) 광혜원(廣惠院)에 모였습니다. 일전에 깃발을 들고 총을 쏘면서 허문숙의 당을 쳐서 내쫓기 위해 안성과 죽산 2읍을 치려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죽산부에 머물고 있는 병사들은 세력이 오히려 숫자가 적고 홀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안성에서 온 공문을 보니, “이번에 도착한 순무사의 전령의 내용에, ‘비류(匪類)가 청주의 병영을 침범하기에 이르니, 청주로 나아가 구원하여 서로 안팎으로 잘 협조하고, 또한 죽산에 주둔하고 있는 진(陣)과 함께 서로 응접하여 상황에 따라 일을 판단할 것이며, 무릇 적과 마주쳤음에도 윗사람의 명령을 받들지 않는 자는 알아서 처단하고, 명령이 도착하는 즉시 나아가도록 하라’고 하였습니다. 언제 길을 떠날지 자세히 회답하라”고 하였다고 했으니, 만일 외로운 군대에 병사들이 늘어나기 전에는 가벼이 움직이는 것이 힘들 뿐만 아니라, 싸워서 1승을 거두어도 이익이 크지 않습니다. 오로지 성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면 큰 잘못입니다.
죽산은 경기도와 충청도가 만나는 요충지입니다. 저들 무리들이 앞에서 어지럽게 하면서 뒤에서 나타날 염려가 없지 않습니다. 자그마한 이익을 취하다가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되면 견고한 벽을 지키는 것만 못합니다. 그래서 임시로 깊게 도랑을 파고 누(壘)를 높게 하여 적을 막는 계책으로 삼으려 하니, 헤아려 처분해주실 일입니다.
제(題) : 안성과 죽산은 이미 출발한 병사들이 적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어서 후원하는 부대도 이미 떠나보냈다. 아마도 도착하였을 것이니, 안성과 서로 응접하더라도 어찌 외롭고 약한 것을 걱정하는가? 군사가 많은 것에 달려 있지 않고, 오직 기회를 잘 결정하여 승리를 얻는데 있다. 적과 마주쳐서 꾀를 내더라도 멀리서 헤아릴 수는 없으나, 청영(淸營, 청주병영)으로 나아가려고 한다면 먼저 광원(廣院, 광혜원)을 해결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 용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또한 대진(大陣)이 있어서 며칠 사이에 출발하여 보낼 것이니, 반드시 절제함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