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감사 박제순이 원문을 베껴 보고합니다. 경리청의 전 부영관 성하영이 이끌고 있는 병정을 관문을 내어서 징발해 온 연유는 이미 급히 임금께 보고하였습니다. 성하영이 충청감영에 문서를 보낸 것 또한 다음에 주둔할 읍(前站邑)에 명령하여 알렸습니다. 마치 와서 구원해줄 것처럼 하더니, 10월 13일에 장위영 영관 이두황은 6대(隊) 병정을 합해, 청주에서 방향을 바꾸어 청산 등지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금 비류(匪類)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더라도, 남비(南匪)가 곧바로 공주로 향하는 것만큼 최고로 급한 상황이 없을텐데, 해당 영관들이 완급을 도모하지 않고 마음대로 움직이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크게는 약자를 업신여기고 강자를 두려워하는 생각이 있는 것이며,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조금도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매양 느려서 일을 이루지 못하는 탄식이 있는데, 저들은 남보다 먼저 착수하여 사람들을 제압하기 위한 형세를 재빨리 얻고 있습니다. 마른 양식과 짚신과 물건들을 미리 갖추어서 임금의 군대[王師, 京軍]을 맞이하려 하는데, 도리어 도적에게 양식을 싸서 주는 것이 되고 있습니다. 말이 여기에 이르니, 차라리 잘못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파견되어 온 경군들은 이리저리 슬슬 다니면서 방황하고 있는 형세로,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비류(匪類)들을 몰아서 소굴을 만들어 주고, 남비(南匪)들의 앞길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주된 의도는 오로지 충청감영에 있습니다. 현재의 계책으로 삼아야 할 것은 먼저 감영이 있는 공주를 구하는 것으로, 요충지와 대로를 막아서 한편으로는 경기도를 둘러싸서 방비하고, 한편으로는 미친 도적들을 막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충청감영은 병사도 없고 식량도 없어서 하루에 열 번씩 놀라고 있으며, 매우 황급한 상태입니다. 이에 다시 사실을 들어서 급히 임금께 아뢰니, 묘당과 순무영이 품처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급히 임금께 아룁니다.
제(題) : 이미 해당 영관에게 전령하였는데, 도착하지 못한 것 같다. 지금 다시 문장을 만들어 전령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