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군수 홍운섭이 첩보함

안성군수 홍운섭이 첩보할 일은, “10월 23일 인시(寅時, 오전 3시∼5시)쯤 충청도 관찰사의 지시에 따라 후원참령관(後援參領官) 계원참영관(繼援參領官) 구상조, 참모관(參謀官) 이윤철(李潤徹)·이상덕(李相德)·신효식(申孝湜)·황승억(黃昇億), 대관(隊官) 조병완(曺秉完)·이상덕(李相德), 교장(敎長) 김홍엽(金弘燁)·이봉춘(李鳳春)·이장혁(李章爀)·우기준(禹基㻐) 등과 함께 2개 소대를 인솔해서 출전하여 공주 효포를 지키고 4곳을 정탐했습니다. 2경(二更, 밤9시∼11시 사이) 이후에 호남적 전봉준이 40,000명을 이끌고 경천(敬川)을 약탈하고서 공주를 향한다고 알려왔습니다.

옥천포의 동도 수만 명이 대교(大橋)에 집결해서 전봉준과 회합하려고 하는데, 고립된 군사로 한 곳을 방어하는 것은 매우 신중히 해야 할 일입니다. 더욱이 효포는 2곳[대교의 동도와 전봉준의 동학군]에서 배와 등이 되어 적을 맞아야 하는 처지이어서 오래 머물기가 어려워 닭이 울기를 기다려 25리를 후퇴하여 수촌(壽村)에 이르러 아침밥을 먹었습니다. 대교 뒷길을 따라 20리를 가서 멀리 바라보니, 마을 뒤쪽 작은 산기슭에 숲을 의지해서 수천 명이 모여 있고, 마을 앞쪽 넓은 들판에 깃발을 세우고 둘러싸고 있는 자가 거의 수만 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몰래 등 뒤를 따라 숲에 의지해있는 적을 기습하니 잠시 뒤에 산을 내려가서 들판의 적과 모여 들었습니다. 숲과 산기슭을 빼앗고 서로 포를 쏘며 반나절을 버티다가 20여명을 죽이고 6명을 사로잡았는데, 적들이 점차 해산해서 산을 올라 고개를 넘어 도주하였습니다. 45리를 진격해서 한나절을 싸우니 날이 저물고 군사들이 피곤해서 방(榜)을 내걸어 백성을 안심시키고 버린 물건을 거두어들이고 바로 회군하여 다시 수촌에 이르렀습니다. 길에서 선봉진을 만나 그 지시에 따라 다시 공주에 주둔했고, 6명을 포로로 사로잡아 처분을 기다리고 있으며 획득한 집물(什物)은 적어서 성책하여 올려 보냅니다.”라고 하니,

제내에, “계문하려던 참에 (첩보가) 도착하였다. 그것을 들으니 매우 가상하다. 더욱 사기를 북돋아 주어 큰 공을 아뢰도록 하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