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봉진이 첩보합니다.
각 진영의 소대를 거느리고 별 탈 없이 유숙하였고 연이어 각 곳을 방어하고 있는 각 부대에서 급히 보고한 것을 접하였더니, 각 곳에 주둔해 있는 적이 오후부터 조금씩 해산하였는데, 지금은 멀리 망을 보니 각 곳에 모두 형적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방금 능치를 지키고 있는 경리청 부영관 홍운섭(洪運燮)이 올린 첩정을 접하였는데, “적의 무리 수천 명이 험준한 곳에서 버티고 견고히 지켜서 격파시킬 계책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낮이 되자 교장(敎長) 이봉춘(李鳳春)이 특별히 정병(精兵) 10명을 거느리고 모두 군복을 벗고 비류로 꾸며서 나가니 적들이 끝내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산에 오르자 일제히 총을 쏘아 4∼5놈을 죽였습니다. 이에 적의 무리들이 무기를 버리고 빠져나와 사방으로 흩어졌습니다. 그러나 고립된 군사로는 계속 추격할 수 없어서 연이어 총을 쏘아 위세를 보여 그들로 하여금 멀리 도망가게 한 후 무기를 실어왔는데, 이는 책으로 엮어 위로 올립니다. 적의 정황을 탐색해 보니 패배하여 흩어진 잔당들이 그대로 계룡산(鷄龍山) 등지로 향하였습니다.”라고 합니다. 군수 물품은 책으로 엮어서 올려 보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감한 군사들은 별도로 포장(襃獎)하고 장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題): 계문(啓聞)이 도착하였다. 이봉춘이 용감하게 앞장을 서서 10명의 병사와 함께 요지에 깊숙이 들어가서 이런 기특한 공을 세웠으니 참으로 얻기 어려운 기재(奇才)이다. 포상의 은전은 마땅히 별도로 시행할 것이다. 남은 적들의 동향도 각별히 정탐하여 보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