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사 정의묵(鄭宜黙)이 첩보합니다.
지난 달 10월 19일 상주(尙州)에 도착하여 업무를 보기 시작한 사유는 겨우 이미 치보(馳報)하였습니다. 소위 비류(匪類)로서 난리를 일으켜 괴수가 되어 인륜을 없애고 상도(常道)를 무너뜨린 자는 그 죄를 실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상주 화북면(化北面) 임곡(壬谷)에 거주하는 강선보(姜善甫)는 행패를 부리고 나쁜 짓을 하여 동네 사람들이 이를 갈고 있는데, 동도(東徒)에 들어가서 포도대장(布道大將)을 자칭하고 무리들을 불러 모아 기치를 늘어세우며, 가는 곳마다 난을 칭하여 기강을 어지럽히는 것이 난동을 부리는 것이 끝이 없습니다.
외남면(外南面) 하병리(下丙里)에 거주하는 강홍이(姜弘伊)는 무리를 이끌고 악행을 행하여 재산을 빼앗고 무덤을 파헤쳤으며, 심지어는 양반가의 안채에 몽둥이를 들고 돌입하여 욕설을 퍼붓고 매질하여 갓난아이를 놀라게 하니 아이가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공동면(功東面) 소리(素里)에 거주하는 김경준(金京俊)은 양반 강(姜)씨의 사노(私奴)로서 무리를 모아 처를 데리고 상전집의 안채로 돌입하여 상전을 붙잡아 욕을 보였는데, 사통(私通)을 보내 무리를 불러 모은 정황이 모두 드러나서 사람들마다 모두 죽여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위의 3놈을 기회를 만들어 체포해서 11월 초7일 오시(午時, 오전 11시~오후 1시)에 본 고을의 장시(場市)에 군민(軍民)들을 대거 모아놓고, 강홍이와 김경준 두 놈은 즉시 총살하고 강선보는 효수하여 대중들을 경계하였습니다.
또한 병정 간민오(民伍)에 신칙하여 단결해서 막아내도록 하였습니다. 어리석은 백성들 가운데에 협박을 받아 동학에 들어갔다가 귀화한 자는 그 호소하는 사정을 듣고 참작하여 조치를 취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가 각자의 생업에 안착하도록 하였는데, 그 총수는 현재 1,014명입니다. 우리 상주 의병은 모든 고을 사람들이 소매를 걷어 붙이고 분연히 일어나서 의병을 규합하기 어렵지 않지만, 거듭 흉년과 난리를 당한 뒤라서 군량을 모으는 일은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경계할 일이 생기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걱정입니다.
제(題) : 계문(啓聞, 임금께 아룀)하려던 때에 첩보가 도착하였다. 철저히 수색하여 잡아들여 깨끗이 소탕하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