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공하오나 살펴주십시오. 삼가 아뢰옵니다. 박참모(朴參謀)의 원통한 상황은 대략 총리영(摠理營)에 올린 의송(議送)에서 진술하였습니다. 지난 10월 본읍의 인근 지역에서 창의한 일이 있었으나, 그 때 진위현의 형세는 편안치 못한 바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선비들이 함께 박참모에게 청하기를 “지금부터 이곳에 특별히 향약을 설치하여 백성을 안도하게 하고 적을 방위하는 방책을 삼읍시다.”라고 하자, 박참모는 진위현감과 함께 많은 선비를 모아 향약을 설치하였습니다. 이에 박참모는 관청의 회의에 참가하기도 하고, 여방면(余方面)의 유회(儒會)에도 참가하기도 하였는데, 10월 26일 목천의 소모관에게 갔다가, 이달 11월 7일 붙잡혀 올라갔습니다. 대체로 진위현에서 머무른 지는 불과 4,5일이니, 어느 겨를에 폐단을 일으킬 일이 있었겠습니까. 유회에서는 당시 술과 밥, 종이값으로 자기 재산 100여 금(金)을 스스로 소비하였지, 일찍이 돈을 분배하거나 쌀을 취하여 쓴 적이 없었으니, 어찌 백성들의 원망이 있었겠습니까. 저희들이 영읍에 와서 호소하는 것은 다만 박참모를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바로 저희들의 원통함을 풀기 위해서입니다. 이에 감히 참람함을 피하지 않고 일제히 소리내어 우러러 호소하오니, 삼가 바라옵건대 헤아려 보신 뒤에 특별히 박참모관을 백방(白放, 죄가 없어서 놓아줌)시켜 주십시오. 그리하여 향약을 완성시켜서 고을 사람들이 의지하여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시기를 천만 축원합니다.
제(題) : 폐단의 유무는 원래 공론이 있는 법인데, 생각지도기대하지 않았는데 단자를 올렸으니, 공론이 있었음을 가히 알만 하다. 향약에 있어서는 아름다운 풍속이고, 작통(作統)한 것은 좋은 규정이니, 애당초 참모관에게 힘을 빌릴 것이 없었다. 본읍에서 조치한 것이 마땅하니 힘써 단속하는 방도를 다해야 할 것이다. 참모관의 일은 다시 직첩을 돌려주라는 전령을 보내서 각기 그 일을 일삼도록 하라.